외교부, "러, 총의에 역행...안보리 신뢰 훼손시켜" 유감
황준국 유엔대사 "범죄 도중 CCTV를 파손한 것과 같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회의모습(사진=UN)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회의모습(사진=UN)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이행 감시기능을 수행하던 전문가패널의 활동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15년 만에 중단된다. 외교부는 러시아가 안보리의 신뢰를 훼손시켰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안보리는 뉴욕 현지시간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전문가패널 임기 1년 연장을 위한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비토권(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투표 결과 13개 이사국은 찬성했으며, 러시아는 반대, 중국은 기권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패널의 활동은 다음달 30일 종료된다.

외교부는 이번 결과에 대해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유감의 입장을 밝혔다.

성명은 "유엔의 대북제재 이행 모니터링 기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시점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 이사국의 총의에 역행하면서 스스로 옹호해 온 유엔의 제재 레짐과 안보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키는 무책임한 행동을 택하였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안보리 표결에서 나타난 대다수 이사국의 의지를 바탕으로, 북한이 안보리 결의 위반행위를 중단하고 비핵화의 길로 복귀하도록 기존의 안보리 대북제재 레짐을 굳건히 유지하는 가운데, 이의 엄격한 이행을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안보리 북한제재위원회 산하의 전문가패널은 2009년 결의 1874호로 처음 창설됐으며, 안보리 결의 위반이 의심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감시기구이다.

조사 결과는 연 2회 보고서로 제출하며, 안보리 북한제재위원회와 유엔 회원국들에 대한 권고를 실시했다.

이러한 전문가패널의 임기는 1년 주기로 신규 결의를 채택하는 방식으로 연장되고 있으며, 이번 결의안 문안 합의 과정에서 러시아가 전체 대북제재에 대한 일몰 조항(특정 시한이 도래하면 효력 자동 상실)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사진=UN)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사진=UN)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북한에 대한 대북제재가 영구적임을 지적하며, 결의안 문안에 "대북제재 조치를 매년 재검토하는 내용을 담을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현재 체제에서는 제재 사항을 변경할 매커니즘도, 특정 개인이나 단체를 제재 대상으로 올릴 공정한 판단 절차가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이러한 주장을 수용하게 되면 전문가패널 연장을 위한 결의를 매년 채택해야 하는 것처럼 안보리 대북제재도 매년 갱신해야 한다.

만일 갱신되지 않으면 대북제재는 무효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결의안 작성국인 미국을 비롯해 대부분 이사국들은 전문가패널이 중단되더라도 대북제재는 유지시키는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황준국 주 유엔 한국대사(사진=UN)
황준국 주 유엔 한국대사(사진=UN)

이날 황준국 주 유엔 대사는 투표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러시아가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이사국의 집단 책임보다 자기 중심적 시각에 맹목적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마치 범죄를 저지르는 중에 CCTV를 파손한 것과 같다"고 밝혔다.

황 대사는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 배경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북한의 탄약 및 탄도미사일 제공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다수의 유사 입장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목표를 향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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