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020년 대선 패배에 이어 2022년 중간선거 책임론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집중됐을 때만 해도 정치인으로서 그의 시간은 다 된 듯 보였다. 높은 비호감도와 잠재적 사법 리스크는 '트럼프는 끝났다'는 인식에 못을 박았다. 하지만 차기 주자로 얼굴을 내밀었던 론 디샌티스와 니키 헤일리는 힘도 써보지 못했고, 그는 스멀스멀 공화당 후보 자리를 꿰찼다. 더 나아가, 역대급으로 낮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령 논란과 맞물려 퇴물로 여겨졌던 트럼프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라는 뜻) 구호가 내년 1월 수도 워싱턴 한 복판에서 울려퍼지는 날이 올 수 있다는 예상마저 낳고 있다. 바이든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미 정부 정책 기조의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명분보다 실리'를 중시하는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의 주인이 되면 1기 행정부가 그랬듯이 전세계의 기존 질서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돈 안내는 나토 회원국 보호 안한다"거나 "중국에 관세 60% 부과" 발언은 트럼프 2.0의 예고편이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외교 및 경제 정책, 한미 관계, 참여 가능한 참모 등을 5편에 걸쳐 진단해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됨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대선을 거쳐 이른바 '트럼프 2.0' 시대가 현실화할 경우, 한미 동맹과 북핵 등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은 상당한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보여줬듯 동맹을 중심으로 하기보단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 당시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 국내 제조업 활성화, 물가 안정,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됐다고 주장하며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보편적 기본 관세(10%) 도입 등 각종 공약을 통해 이를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같은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은 동맹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를 비롯한 미국의 전통적인 대외정책에서 벗어나 '동맹 경시'로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오랜 우방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물론 한국 등 핵심 동맹들과도 갈등을 마다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유세 과정에서 '국내총생산(GDP) 2% 규모의 방위비 지출' 공약을 지키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대해 러시아에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할 것이라는 인식을 보인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 한미관계 삐걱?…'안보 무임승차론' 기댄 방위비 증액 압박 가능성

무엇보다 관심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같은 대외 정책 기조가 그의 재집권시 한미 동맹과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다.

우선 한미 관계는 동맹을 거래 상대로 보고 최대한의 이득을 얻어내려는 특유의 트럼프 전 대통령 스타일로 인해 삐걱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안보 무임승차론'에 기반해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며 한국을 강하게 압박할 공산이 크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만지작거릴 게 명약관화하다.

이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 전반기 핵심 참모였던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은 최근 출간한 CNN 앵커 짐 슈터의 저서(The Return of Great Powers)에 실린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에 억지력으로 군대를 두는 것, 또는 일본에 억지력으로 군대를 두는 것에 완강히 반대했다"고 밝혔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기인 2017∼2021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약 5배 늘릴 것을 요구하면서 내부 회의 때 주한미군 철수를 자주 거론했던 것으로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 등의 회고록을 통해 전해진 바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에서 활동한 전직 관료와 보수 학자들은 지난해 8월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를 담은 '프로젝트 2025' 보고서를 통해 공화당이 2024년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한국이 지금보다 큰 부담을 지고 북한 방어를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현재 한미는 2026년부터 적용될 차기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해 협상대표를 인선하는 등 조기 협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외교가에선 이같은 움직임이 자칫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심을 끌어 대선 과정에서 쟁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바이든 행정부 임기 내에 차기 SMA를 체결하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파기하는 게 불가능하진 않다는 점에서 그의 재집권시 '보복'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차기 SMA 협상을 진행하더라도 속도조절을 통해 '방위비 증액'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시 협상 카드로 남겨두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있다. 일각에선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의 핵무장 용인 발언을 했던 것에 주목하며 방위비 증액을 대가로 전술핵 재배치 등을 얻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 대북 접근법 변화?…'친분 과시' 김정은과 만나 북핵 협상 재개 가능성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시 북핵 문제에 대한 접근법이 현 바이든 행정부와 달라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3차례 만난 데 이어 퇴임 이후에도 줄곧 김 총비서와의 친분을 과시해 왔다.

이에 미국 내에서조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시 김 총비서와 직접 만나 1기 때 성사시키지 못했던 북핵 문제에 대한 '빅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1기 행정부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최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평양에서 참모들과 대화하는 김정은이라면 대선 다음날 트럼프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건네고 '평양에 오지 않겠느냐. 여기서 만나자'고 말할 것"이라며 "트럼프는 그것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볼턴은 김 총비서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북핵 협상을 다시 시도하거나 그것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락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또 다른 트럼프 행정부의 위험은 거래의 내용보다 거래 자체를 더 중요시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 총비서와 협상을 위해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는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훈련이 "매우 도발적"이고, "엄청나게 비싸다"며 중단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더라도 임기가 4년밖에 되지 않는 데다 김 총비서가 이미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상당한 경제적 필요를 충족시키고 있는 등 과거와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북핵 협상에 나설 유인이 적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김 총비서와의 친분과 북핵 문제 협상을 명확히 구분할 가능성도 작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자신이 백악관에 복귀할 경우 '북핵 동결'을 대가로 대북 경제제재 완화 등을 제공하는 거래를 추진할 구상을 갖고 있다는 폴리티코 보도가 나왔을 때 "가짜뉴스"라며 일축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수위원회에서 외교안보 멘토 역할을 했던 에드윈 퓰너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은 지난해 11월 특파원단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 총비서와의 3차례 회동을 통해) 김정은과의 양자 관계가 문제 해결을 돕는 것은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8월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2023.8.1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8월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2023.8.1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 尹대통령과 케미는…긴장 or 시너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과의 '케미'가 어떨지도 관심가는 사안이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직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위해 한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할 경우 윤 대통령과 관계는 긴장도가 높아질 수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 특유의 스타일상 한국 정부와 제대로 된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채 김 총비서와 북핵 협상을 위한 담판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두 사람간 파열음이 나올 여지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한일관계 복원 등에서 '통 큰 협상 스타일'을 보여줬던 윤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외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문재인정부 초대 주미대사를 역임한 조윤제 전 대사는 최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스타일은 굉장히 거칠지만 논리적인 사람이라서 윤 대통령과 잘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뉴스1>

 

키워드

#트럼프
저작권자 © SPN 서울평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