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논평>북미정상회담 개최 합의와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 전망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SPN 서울평양뉴스 자문위원)

방미 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의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8일(현지시간) 전달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 위원장과 5월 안에 만날 것이라고 화답함으로써 오는 5월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핵단추’를 가지고 쌍방을 위협했던 북한과 미국이 이처럼 전격적으로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게 된 데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대북 및 대미 설득과 중재 노력,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정책’으로 인한 북한의 국제적 고립 심화, 중국의 적극적 대북 제재 협조, 국제사회의 초고강도 제재로 인한 경제파탄을 피하기 위한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혔을 때에만 해도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에만 관심을 보였고 미국에 대해서는 핵 단추가 자신의 책상 위에 놓여있다고 밝히면서 초강경 입장을 보였다. 그랬던 김 위원장이 갑자기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한 데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특사의 방남을 통해 남북 간에 형성된 정치적 신뢰와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대북 설득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단순한 ‘탐색적 대화’를 넘어서는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하면서 그것을 적극적으로 주선했다면 이는 김 위원장에게 결코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었을 것이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 후 김대중 대통령의 지원을 바탕으로 당시 김정일 총비서는 클린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했으나 동년 말 공화당의 부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북미정상회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지원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하게 된다면 그의 부친도 이루지 못한 외교적 성과를 거두는 것이 될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개최 협의를 위해 북한에서는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외교 담당 부위원장이나 리용호 외무상을 단장으로 하고 김여정이 특사로 참가하는 고위급대표단을 미국에 보내고, 미국에서는 틸러슨 국무장관이나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을 북한에 특사로 파견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선호할 것이고 미국은 김정은의 워싱턴 DC 방문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에 정상회담 장소는 실무협의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이 오는 4월 말 판문점에서 제3차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처럼 다시 판문점에서 5월에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는 군사적인 문제인 동시에 고도로 정치적인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국의 6자회담 대표들만이 만나 의미 있는 타협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으므로 필자는 과거부터 북한과 관련국가 간 정상회담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한 바 있다.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면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수용하는 대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전면 해제, 북미 관계 정상화 및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북한의 이 같은 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한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획기적인 진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파탄을 막기 위해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최대의 외교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 서로 빅딜을 추구할 만한 공동의 이해관계가 있다. 만약 북미 간에 대타협이 이루어진다면 북한은 제6차 핵실험과 세 차례의 ICBM 시험발사를 통해 미국이 북한과의 평화공존을 수용하게 했다고 대내적으로 선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정책으로 역대 행정부가 이룩하지 못한 북한의 핵포기를 이끌어냈다고 대내외적으로 선전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는 4월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5월에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면 북한은 6월부터 북․중, 북․러, 북․일 정상회담을 연속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2000년에 김정일은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후 곧바로 동년 5월 베이징을 방문해 장쩌민 국가주석과 북중정상회담을, 6월 남북정상회담 후에는 동년 7월 푸틴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해 북러정상회담을 개최했다. 그리고 동년 북한은 미국과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했으나 실패했고, 2002년과 2004년에는 일본과 정상회담을 개최했지만 북일 수교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만약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북미 수교가 이루어지고, 이후 북일정상회담이 개최되어 북․일 수교가 이루어지면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제시했으나 실현하지 못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 구상’의 꿈을 마침내 실현하게 되는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원으로 북․미 및 북․일 수교까지 이루게 되면 국제사회에 전면적으로 편입되고 일본으로부터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금을 받아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북한과 미국이 핵무기 폐기에 합의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폐기에 대한 검증이라는 난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북․미 관계 전망이 반드시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리고 북․미 간에 워낙 불신의 벽이 두껍기 때문에 핵폐기 과정이 진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지속적인 중재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이끌어낸 문재인 정부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북일정상회담 개최 합의 및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위해 더욱 적극적인 ‘운전자’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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