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호주대사가 21일 귀국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MBC TV 화면 갈무리)
이종섭 호주대사가 21일 귀국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MBC TV 화면 갈무리)

이종섭 주 호주 대사가 25일 열리는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를 나흘 앞둔 21일 오전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일시귀국'했으나, 이 대사의 국내 일정과 공관장 회의 급조 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대사는 공무를 이유로 지난 10일 출국 후 11일 만에 일시귀국했다. 공관장 회의는 25일부터로, 이른 귀국의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회의에 참석하는 다른 공관장들은 아직 귀국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와 공동 주관으로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 등 6개국 주재 대사들이 참석하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를 개최한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방산 협력 공관장 회의 주요 일정인 유관부처별 협의, 공관장 합동회의, 정책 과제 관련 유관기관 간 토의, 관련 시설 시찰과 토론 일정을 소화하려면 최소 며칠이 걸릴 것"이라 말했다.

또, 이 대사가 "한국과 호주 간 개최 시기를 조율 중인 외교·국방장관회의 준비 협의 등 관련 업무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관장 회의가 급조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방산 부문 소그룹 공관장 회의를 별도 개최해야 한다는 방침이 미리 정해졌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 대사의 이번 귀국 일정은 통상적인 공관장의 업무 관행과 사뭇 달라 여러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이번 공관장 회의의 대략적인 기간은 25일부터 29일까지이다. 통상 공관장 회의 전후 하루도 공무 일정으로 인정되며, 공무 목적의 일시귀국에 대해서는 항공편과 숙소가 제공된다.

이 대사에 대해서도 회의 하루 전 날인 24일부터 외교부에서 숙소를 제공할 예정이다. 다만, 문제는 이 대사가 귀국한 21일부터 23일까지의 일정이다.

외교부는 해당 기간 동안 이 대사의 일정이 공무에 해당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이종섭 호주대사가 21일 귀국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MBC TV 화면 갈무리)
이종섭 호주대사가 21일 귀국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MBC TV 화면 갈무리)

대통령령이 정하는 재외공무원복무규정 제21조 제2항에 따르면 "공관장이 공무 외의 목적으로 일시귀국하려는 경우에는 외교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됐다.

규정은 또, 공무 외 목적으로 일시귀국할 수 있는 기간을 연 1회 20일 이내로 제한하며, 이를 초과해 일시귀국하려는 경우 외교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직계존·비속이 사망하거나 위독한 경우, △본인 또는 그 동반가족이 치료가 필요할 경우에는 공무 외 일시귀국 횟수 및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 대사는 지금 공무 기간인가'라는 질의에 "이 대사가 어떤 일정을 갖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21일부터 23일까지는) 기본적으로 공무 외 기간인데, 이 대사가 이 기간 동안 다른 (공무로) 인정되는 일정이 있을 때는 판단해서 정하게 된다"고 말해 공무 기간이 사후적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방산 협력 공관장 회의를 대면으로 단독 진행하는 것 또한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연례적으로 개최된 전체 공관장 회의 계기에 방산을 별도 세션으로 회의를 할 수는 있지만, 관련해서 심도있는 협의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2023년도 재외공관장회의 계기 열린 방산 부문 공관장 회의(사진=외교부)
2023년도 재외공관장회의 계기 열린 방산 부문 공관장 회의(사진=외교부)

외교부와 이 대사가 언급한 또 다른 귀국 사유인 한-호주 외교·국방장관 2+2 회의 준비 방식 또한 통상적이지 않아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제6차 한-호주 2+2 회의는 지난해 한국에서 개최될 전망이었으나 중동 사태에 따른 호주측 요청으로 순연됐으며, 양국은 올해 개최를 목표로 시기와 장소 등을 협의 중에 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공관장이 본국으로 귀국해 관련 회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 대사는 공관장 회의 참석 차 귀국하게 됐고, 한-호주 2+2 회의가 조만간 개최되는 방향으로 협의 중에 있기 때문에 이번 귀국 계기에 한-호주 주요 현안 관련 사안도 유관부처와 협의할 기회가 생긴 것"이라 설명했다.

또, "이런 2+2회의는 업무 분량이 많다"며, "단순한 의견 절차를 넘어서 회의에 제기될 의제별로 유관 부처 간 조율하는 과제, 특히 이 대사 전문분야인 국방과 방산 분야에서의 신규 사업 발굴 또는 과거 주요 계약 체결 이행방안 등 구체적 사안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사는 아직 호주 당국에 신임장도 제정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 당국자는 "호주 당국과 접촉하면서 (2+2회의를 준비)할 수 있지만, 아직 이 대사가 현지에서 신임장을 제정하지 않은 상태"라며, "본격적으로 외교활동을 하는데 제약 요인이 있다"고 밝혔다.

이 대사를 둘러싼 이런 여러 의혹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조사를 받던 중 돌연 호주 대사로 임명돼, 부임 자체가 이례적인 탓으로 해석된다.

외교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이 대사의 귀국 항공편을 출입기자단에 공지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관련해 "이례적인 상황으로 과거 전례나 관행보다도 이례적으로 공지를 하게 됐다"고 예외적 상황임을 강조하며, "앞으로 공관장들의 일시귀국이나 현지 부임 시 공개하는 그런 선례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사의 공관장 회의 기간 외 국내 체류 일정이 공무인지 아닌지를 두고 기자단과 벌어진 공방에서도 외교부 당국자는 "이 대사의 일정에 대해 외교부가 왜 공개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난색을 보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모든 공관장 회의를 할 때마다 특임 공관장이 입국했을 때 어떤 것이 공무 외 일정인지, 공무인지 다 공개해야 한다는 것과 똑같다"며, "개인 신상 관련을 정부가 공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사의 복귀 시기도 정해진 것이 없어 이 대사를 둘러싼 이런 논란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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