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양강도 삼지연군 청봉숙영지에서 혁명구호문헌을 살피는 북한 주민들(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양강도 삼지연군 청봉숙영지에서 혁명구호문헌을 살피는 북한 주민들(사진=노동신문/뉴스1)

노동신문은 구호문헌해설라는 코너를 만들어 항일빨치산 시기에 기록되었다는 구호문헌들을 계속해서 소개하고 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20여 차례로 20개의 구호문헌을 실었다. 오늘 321일에도 실렸는데, 그 내용은 조선독립에 생명재산 아끼지 말자이다. 발굴된 곳은 라선시 선봉구역 관곡동으로 언제 발견되었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이 구호문헌을 소개한 목적은 아래의 문장에 담겨있다.

누구나 우리 혁명의 1세대들의 가슴마다 높뛰던 혁명열, 애국열을 지니고 조국과 인민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 투쟁해나갈 때 인민의 만복이 꽃피는 부흥강국의 휘황한 래일은 앞당겨지게 될 것이다.”

구호문헌은 항일빨치산들이 김일성을 칭송하며 껍질을 벗긴 나무에 구호(글귀)를 적어놓은 것을 가리킨다. 북한은 1961년부터 이 구호나무가 발견되었다고 하였고 1987년부터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선전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백두산 일대에서만 발견되었다고 했지만, 점점 발굴장소가 전 지역으로 확산되어갔다. 1962년부터 주체사상용어가 정식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1961년부터 발굴되었다는 이 구호나무는 그 사전작업으로 여겨진다. 또한, 구호문헌이 대대적으로 선전되기 일년 전인 1986년은 사회정치적생명체론이 공식적으로 채택되던 해로 전문가들은 이때부터 김일성 신격화가 본격화되었다고 평가한다. 이듬해인 1987년에 북한은 <김일성 전설집>을 출간했다.

구호문헌은 처음에는 김일성을 칭송하는 것이 나오다가 후에는 김정일을 찬양하는 내용들까지 나왔다고 한다. 1991년 북한은 김일성 관련 구호문헌이 1260점이고 김정일을 대상으로 한 것이 210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동신문은 올해 김정일 관련 구호문헌도 그의 생일(2.16) 전에 소개했는데, ‘백두광명성은 천하광’(2.14), ‘아 백두광명성탄생 알린다’(2.11) 등이었다. 둘 다 김정일의 탄생을 축하하는 것으로 그 내용을 보면, 전자는 양강도 백암군에서 발굴된 것으로 아래 내용이 핵심이다.

위대한 수령님을 민족의 태양으로 높이 받들어모셔온 투사들은 백두산에서 탄생하신 위대한 장군님께서 김일성장군님의 뒤를 이어 장차 조선을 빛내이는 향도성이 되여주실것을 바라는 마음에서 그이를 백두광명성으로 높이 칭송하였으며 백두산밀영주변은 물론 국내 각지의 이르는 곳마다 아름드리나무들에 글발들을 새기여 민족의 대경사를 맞이한 끝없는 감격과 환희를 온 나라 인민들에게 알리였다.”

후자는 사지봉혁명전적지에서 발굴되었다고 했는데, 그 내용 또한 김정일의 탄생을 축하하며 알리는 것으로 전자의 핵심내용과 똑같은 문장이 나열되었다. 아마도, 김정일 칭송 구호문헌이 발굴되기 시작한 것은 김정일이 후계자로 공식화된 1980년 전일 것이다. 김정일로의 후계 정당성의 근거를 확실히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런 측면이 구호문헌이 날조로 평가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선전선동차원에서 구호문헌을 계속 활용하고 있다. 구호문헌은 항일빨치산 시기에 나무에 새겨놓은 글귀들인 만큼 독립이라는 용어가 가장 많이 등장하고 북한의 지도이념이 주체사상인 만큼 독립과 한 쌍이 되어 많이 등장하는 용어가 자력’, ‘자립이다.

올해 노동신문에 소개된 구호문헌만 보더라도, 거의 다 독립(해방)과 자력(자립)이 들어간 것이었다.

21일 노동신문이 소개한 구호문헌은 조금 특이하다. 글귀가 조선독립에 생명재산 아끼지 말자이다. “생명을 아끼지 말자라는 내용이 들어간 구호문헌들은 상당히 많다. 또 이 요구 및 명령은 쉽고 편하게 받아들이는 내용으로 그 당시나 현재 북한 인민들 속에 완전히 의식화된 내용이다.

반면, “재산을 아끼지 말자는 왠지 생소할 것 같다. 당시도 먹고살기가 각박했던 시절인 만큼 그럴 것이고, 현재 북한인민들의 형편도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날 구호문헌을 실은 기사는 혁명1세대를 본받아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투쟁하라고 주문하고 있는데, 그 중에 재산이 포함된 것이다.

북한에서 내세우는 구호문헌은 단지 마음에 교훈으로 삼자는 것에 끝나지 않고, 본받아서 실천하라는 데에 방점이 있다. 이런 점에서 실제로 북한 인민들에게 재산을 바치라는 사인으로 보인다. 북한 인민들이 무슨 돈이 있겠는가. 하지만, 북한은 여러 가지 명목으로 인민들에게 돈을 요구한다. 돈은 아니지만, 코로나 기간이 지나는 2023년에 북한은 애국미 헌납운동을 대대적으로 실시했었다. 북한은 1974년에 세금제도를 전면폐지했지만, ‘세외부담이라는 명목으로 비정기적으로 인민들에게 일정량의 돈이나 현물, 노동력 등을 제공받았다.

2024년은 북한이 너무나 많은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벌려놓고 있다. 올해의 국가적 사업으로는 ‘12개 중요고지점령평양 화성지구 1만세대 살림집 건설’, ‘농촌 현대적 살림집 건설’, ‘지방발전 20×10 정책관철 등 너무나 많다.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고 당연히 자금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318, SPN 서울평양뉴스에 전언한 평안남도 한 소식통에 의하면 지방공업공장 1차 공사 단위로 선정된 평안남도 성천군에서 기업, 동사무소, 청년동맹, 농장 등 모든 단위와 개인들에게 공사에 필요한 모래와 자갈 등의 책임량을 할당해 주었으며, 더 나아가 동별로 설비와 자재 구매에 필요한 자금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했다. 평안남도 한 기업회의에서는 근로자 1인당 약 5만원(북한돈)을 애국심과 충성심을 발휘해서 부담하도록 했다고 한다(SPN 2024.3.20. 북 지방공업공장건설 공사비 주민들에게 떠맡겨' 참고).

북한의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양상들이 나타날 것이다. 북한 당국은 무엇이라고 말하면서 금전을 요구하겠는가. 이날 노동신문에 소개한 구호문헌을 내서워 혁명 1세대를 본받아 재산을 아낌없이 바치자라고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있는 목숨이야 바칠 수 있다지만, 없는 돈을 어떻게든 마련해야 되는 북한 주민들은 정말 죽을 맛일 것이다.@

저작권자 © SPN 서울평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