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 잠수함연구소장(예비역해군대령, 손원일함 초대함장, 해군사관학교 초빙교수)

대한민국 해군 잠수함 '안무호'(사진=해군)
대한민국 해군 KSS-III 잠수함 '안무호'(사진=해군)

잠수함의 중앙 상단 돌출부를 함교탑이라 한다. 영어식 표현은 Sail(미국식), 또는 Fin(영국식)이다.

잠수함에는 함교탑이 꼭 있어야만 할까? 물속을 다니려면 아마도 함교탑이 없는 것이 저항이 없어서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실제 함교탑을 없앤 잠수함을 설계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도 함교탑 없는 잠수함을 설계한 바 있고, 구소련도 함교탑 없는 잠수함을 만들기도 했다. 2018년 중국에서 식별된 잠수함은 함교탑이 없었기에 함교탑없는 잠수함(Sailess submarine)으로 부르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대부분 잠수함은 함교탑이 있다. 왜냐하면 잠수함이 물속으로만 다닌다면 당연히 함교탑이 없는 것이 좋겠지만 수중에서 공기중으로 내어놓아야 할 잠망경, 스노클마스트, 통신마스트, 레이더 마스트 등 마스트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함교탑이 있으면 마스트를 설치하기 쉽고 마스트를 올렸을 때 유체저항으로부터 보호도 되고 잠수함이 깊은 심도에서 마스트를 올릴 수 있어서 함기동이 안정되고 피탐도 잘 되지 않는다. 또 수상항해를 할 때 높은 곳에서 외부를 관측할 수 있는 함교를 배치할 수 있어서 필요하다.

 

함교탑 이미지(사진=잠수함연구소 갈무리)
함교탑 이미지(사진=잠수함연구소 갈무리)

그럼 함교탑이 큰 것이 좋을까 아니면 작은 것이 좋을까? 크다면 공간활용도가 좋을 것이다. 하지만 수중 기동시 지장을 주고 소음이 발생되기도 한다.

세계 제2차대전 당시 잠수함들과 현대 잠수함들을 보면 잠수함 전체 크기에 대한 함교탑 비율이 확실히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오늘날 잠수함은 수상에서의 항해 능력보다 수중에서의 은밀하고 민첩한 기동에 더 비중을 두므로 이 함교탑은 점차 작아지는 추세이다.

그런데 이러한 추세에 역행하는 잠수함들도 나오고 있다. 20239월 진수한 북한의 '김군옥영웅'함은 아마 지구상에 현존하는 잠수함들 중 가장 큰 비율의 함교탑을 가지고 있다. 이 잠수함은 로미오급 잠수함을 개조한 것인데, 기존 함교탑도 크지만 수직발사관들까지 설치하면서 함교탑이 기형적으로 커져버린 것이다. 북한 잠수함이야 시대에 역행하는 이상한 잠수함이니 예외로 해야 되지 않겠나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도입 추진하고 있는 최신형 디젤잠수함 다카르급도 함교탑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은 6일 신형 '전술핵공격잠수함' 진수식을 진행했다며 '김군옥영웅'함을 공개했다.(사진=조선의 오늘)
북한은 2023년 9월 6일 신형 '전술핵공격잠수함' 진수식을 진행했다며 '김군옥영웅'함을 공개했다.(사진=조선의 오늘)

그럼 북한과 이스라엘 잠수함의 함교탑이 이렇게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 두 잠수함의 공통점은 제한된 배수량을 가진 디젤잠수함이면서 핵탄도미사일을 수직발사관에 탑재한다는 것이다.

현대 잠수함의 시초라고 하는 홀란드급 잠수함에서부터 오늘날까지 거의 모든 군용잠수함은 어뢰를 가지고 있다. 1,2차 대전 잠수함의 주임무는 이 어뢰를 이용하여 적 함선을 격침시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냉전 이후 잠수함의 임무는 다양해졌다. 대수상전, 대잠수함전 뿐 아니라 기뢰전, 유도탄전, 특수전 등으로 확대되었다. 무장 측면에서 보면 어뢰 위주의 무장에서 유도탄이 추가되었다.

잠수함 설계자들은 잠수함을 이용하여 유도탄을 발사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독일은 2차대전 말기 유보트를 이용하여 수중으로 유도탄을 예인하여 발사하는 개념을 정립했다. 1950년대 미국은 잠수함(USS Tunny)에서 레굴루스 순항미사일을 갑판에 탑재하였고, 소련은 위스키급 잠수함에 육상 공격 순항미사일을 탑재했다. 소련은 주루급, 골프급과 같이 함교에 수직발사관을 넣어 미사일을 탑재하기도 했다. 이후 핵추진잠수함의 등장으로 잠수함 선체가 커짐에 따라 수직발사관(VLS)이 장착된 탄도미사일탑재잠수함(SSBN)이 나왔다.

또 유도탄 기술도 발전하고 잠수함 건조기술도 발전하면서 기존 잠수함 어뢰발사관에 유도탄을 넣는 기술이 실용화되었다. 원래 이 발사관은 어뢰 전용이었기에 어뢰발사관(torpedo tube)이라 불렀지만 이제는 어뢰뿐 아니라 기뢰와 유도탄까지 사용하므로 무장발사관(weapon tube)으로 부르게 되었다.

 

함교탑이 없는 중국 잠수함(사진=HI Sutton)
함교탑이 없는 중국 잠수함(사진=HI Sutton)

미국은 1981년부터 단거리 하푼 대함 미사일을 잠수함에 탑재하였고, 오늘날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나라들이 어뢰발사관을 이용해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러시아 키로급 잠수함이 대육상 순항미사일을 함수무장발사관을 이용해서 발사하고 있다.

유도탄의 파괴력을 증대하고 보다 원거리 공격도 가능하도록 더 큰 유도탄을 잠수함에 탑재해야 될 필요가 생겼다. 따라서 기존 어뢰발사관의 직경은 21인치(533미리)인데 이 수용공간 보다 더 큰 유도탄을 잠수함에 탑재할 방안을 찾아야만 했다. 그래서 어뢰발사관을 더 크게 만든 나라가 있다. 이스라엘이나 스웨덴이 대표적이다. 기존 21인치 발사관 외에 25인치 발사관을 설치하여 큰 직경의 유도탄을 탑재하도록 했다. 또 다른 방법이 함교탑을 키우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북한과 이스라엘 경우이다.

디젤잠수함이지만 함형을 키워 수직발사관을 넣는 나라도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장보고-3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디젤잠수함을 대형화하여 수직발사관 탑재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나라들이 있다. 잠수함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캐나다도 그렇고, 일본도 타이게이급 후속 잠수함에 수직발사관 탑재를 고려하고 있다. 이와 같이 잠수함의 무장 다변화는 디젤잠수함 함형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대한민국 해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사진=해군)
대한민국 해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사진=해군)

그럼 첫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잠수함 함교탑은 큰 것이 좋을까 아니면 작은 것이 좋을까? 잠수함의 수중 정숙도와 기동성을 위해서는 작은 것이 좋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준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다. 그 나라가 잠수함을 어떤 용도로 활용할 것인가에 따라 형상과 크기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잠수함은 어떤 형상이 절대적으로 좋다고 하기 보다, 그 나라가 잠수함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따른 선택의 영역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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