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김정은의 남북정상회담 제안과 대북 특사 파견의 필요성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10일 청와대를 예방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문 대통령을 이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구두로 전달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나가자”고 말했다. 그리고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정상회담이 성과 있게 이뤄지려면 남북관계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한반도 분위기·여건·환경이 무르익어야 한다. 두 개의 축이 같이 굴러가야 수레바퀴도 같이 가는 것”이라며 “북미대화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도 북한 대표단에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 간에 조기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미국과의 대화에 북한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김 제1부부장 등은 경청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까지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고 북한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어 의미 있는 북미 대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결국 이 같은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한국정부가 미국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한 북한의 정책 전환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6월 15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7월 6일 베를린에서는 김 위원장과 만나 “핵 문제와 평화협정을 포함해 남북한의 모든 관심사를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을 위한 논의를 할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문 대통령의 입장을 모를 리 없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초청 의사를 밝혔다면 북한이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한 새로운 타협안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두 정상이 만나서 아무런 성과도 도출하지 못한다면 북한 내부에서도 그런 정상회담을 왜 개최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것이기 때문에 북한도 ‘대화를 위한 대화’는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이 종료되기 전이라도 북한에 특사를 파견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 어떠한 타협안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 방안에 대해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와 다시 긴밀하게 협의할 필요가 있다. 만약 북한이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 계속 비타협적인 입장을 고수한다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심각한 국제적 고립과 경제봉쇄에서 탈피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타협할 의사가 있다면 대북 특사 파견을 통해 접점을 마련하고 연내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 남북이 접점을 발견하기까지에는 수차례의 회담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한국 정부가 처음부터 특사 파견을 반드시 공개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정부에는 북한과의 논의 사항을 상세하게 전달함으로써 남북대화와 국제공조 간 균열 논란이 벌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이 기존의 대남 강경 태도에서 탈피해 정책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의도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치밀한 대북 협상 전략 수립을 위해서도 청와대 내 북핵 T/F 구성을 더는 미루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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