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학 SPN 위성분석실장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에는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에 입항한 북한 '만경봉-92'호(사진=조선의 오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에 입항한 북한 '만경봉-92'호(사진=조선의 오늘)

함경북도 라선시 라진구역 창평동에 소재한 라진항은 과거 러시아가 자국산 광물을 이곳으로 운송한 뒤 제3국으로 수출하는 '라진-하산 프로젝트를 가동했던 곳이다. 하지만, 국제사회 대북제재와 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이후 별다른 활동이나 움직임이 없었다.

이곳에 최근 '만경봉-92'호가 모습을 보이면서 북러 정상회담에 따른 인적·물적 교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두만강역 철길 운송에 이어 라진항만이 무기 거래 의혹 해상 운송 루트로 떠오른 것이다.

실제로 미국 백악관은 13일(현지시간) 지난달 라진항에 있던 컨테이너 수백 개가 러시아로 운송되고 철길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지역 탄약고로 옮겨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만경봉-92호'가 라진항에 입항한 것과 관련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 간 선박 운항 경로까지 위성사진에서 살펴보았다.

◆ 라진항과 '만경봉-92'

라진항에는 3개의 부두가 있는데, 러시아가 50년간 임차해서 사용 중인 500m 길이의 전용부두가 있으며, 이곳 항만에서 최근 북한 화물여객선 '만경봉-92'호가 빈번히 포착되고 있다.(사진=Planet Labs)
라진항에는 3개의 부두가 있는데, 러시아가 50년간 임차해서 사용 중인 500m 길이의 전용부두가 있으며, 이곳 항만에서 최근 북한 화물여객선 '만경봉-92'호가 빈번히 포착되고 있다.(사진=Planet Labs)

라진항에는 세 개의 부두가 있는데, 철길이 부두 안쪽까지 연결돼 있다. 1번 부두는 중국이 임차해서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고, 3번 부두는 러시아가 2008년부터 50년간 임차해서 사용 중이며, 2번 부두는 북한이 사용하고 있다1번과 2번 부두는 길이가 300m이고, 3번 부두는 500m로 세 부두 중 가장 길다.

3번 러시아 전용부두에는 과거 석탄 더미가 가득 쌓여 있었고 대형 화물선 출입이 빈번한 편이었으나, 유엔 대북 제재 이후 급격히 활동이 줄어들어 최근까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1010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러시아 전용부두에 선박은 보이지 않고, 한쪽에 자그만 석탄 더미만 덩그러니 방치된 것이 식별된다. 반면, 1번 중국 전용부두에는 6~7척 정도의 선박이 정박해 있고, 300m 길이의 대형 석탄 창고건물도 보인다.

한편, 라진항에는 160m 길이 '만경봉-92'호 화물여객선의 모습이 최근 빈번히 포착되고 있는데, 이 선박은 사람과 화물 운송이 모두 가능하다. 1992년 김일성 80회 생일을 맞이하여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자금으로 건조된 것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에는 대한민국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에 입항해서 현송월 단장이 인솔하는 북한 예술단 이동과 숙박용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만경봉-92'호는 북한산 마약 유통 및 밀수 등과 관련되어 일본에는 입항이 금지돼 있으며, 이후 원산항 일대에만 머물러 있다가 최근 라진항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배가 라진항에 들어온 것은 북러 정상회담에 따른 후속 조치로 보여지는데, 라진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 사이를 오가며 인적·물적 교류 재개를 위한 준비작업의 일환일 가능성이 커 보이며,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라진항과 블라디보스토크항 운항 경로

북한 라진항은 러시아 불라디보스토크항과 190km 선박 운항 거리에 있으며, 이어서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하면 유럽까지 물자 운송이 가능하다.(사진=구글어스)
북한 라진항은 러시아 불라디보스토크항과 190km 선박 운항 거리에 있으며, 이어서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하면 유럽까지 물자 운송이 가능하다.(사진=구글어스)

북한 라진항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까지는 190km 운항 거리에 있으며, 라진항만에는 부두 안까지 철길이 들어와 있고, 블라디보스토크 역을 거쳐서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이용하면 유럽으로도 연결이 가능하다. 

현재 북러 간 육상 교통로는 두만강역을 경유해서 하산역으로 이어지는 철길 운송 수단이 유일한데, 세계의 위성 감시망을 분산시키고, 운송 수단도 다변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항구를 통한 선박 교역 가능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다.

북러 무기 거래 의혹 및 북한의 불법 교역 감시를 위해서는 두만강역 철길 운송로를 포함하여 항구를 이용한 선박 루트에 대해서도 면밀한 위성감시 및 추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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