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규 KISTI 북한과학기술네트워크 책임연구원

선철 생산에서 갈탄을 이용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는 북한 금속공업성 5월28일금속연구소 과학자들(사진=노동신문/뉴스1)
선철 생산에서 갈탄을 이용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는 북한 금속공업성 5월28일금속연구소 과학자들(사진=노동신문/뉴스1)

- 북, 매장량이 많은 갈탄으로 반성 코크스를 만드는 저온건류 공정 개발 계속 중

- 부령합금철공장, 명간화학공장, 경원지구탄광연합기업소 등 시제품 내놓거나 시험 생산 단계

- 북한의 갈탄건류공정 기술은 아직은 미완성이나 기술개발과 도입 지속될 듯

함경북도 등 북부지구에 매장량이 많은 갈탄을 저온건류 공정을 통해 반성 코크스(semi-coke, 북한은 콕스라고 함), 페놀, 크레졸 등의 여러 화학제품 원료를 자체 생산하게 되었다고 최근 북한의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전하고 있다.

북한 석탄공업성은 갈탄을 선철 생산뿐만 아니라 화학제품 원료 등에 종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갈탄 저온건류공정 개발을 계속 추진해 왔다. 북한에 갈탄을 건류하여 반성 코크스나 타르 등의 생산에 관한 내용은 몇차례 북한의 보도가 있었는 데, 보도내용상으로는 시제품을 내놨다, 시험생산에 들어갔다, 밝은 전망이 열리게 되었다는 정도로 표현되는 것으로 볼 때 본격 생산이 이뤄지는 건 아닌 듯하다.

 

북한 부령합금철공장(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부령합금철공장(사진=노동신문/뉴스1)

2017년에 부령합금철공장(함경북도 청진 소재)은 자체의 힘과 기술로 세운 갈탄 건류로에서 반성 코크스를 생산하여, 반성 코크스에 의한 고품질의 합금철 생산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 적이 있다. 또 건류 과정에서 나오는 타르는 전극 생산에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6년 후인 최근에 부령합금철공장이 여러 종의 합금철 시제품을 내놓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하고 있다.

2020년과 2021년 보도에 따르면, 명간화학공장(함경북도 명간군)에서도 갈탄건류 공정을 완비하겠다면서 역량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갈탄을 건류하여 페놀과 크레졸 등 각종 화학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갈탄 저온건류 시험로를 만들고, 제기된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선탄 공정을 새로 세우고, 설비 가동율을 높이고 반성 코크스 배출장치를 새로 개조하는 등의 기술개건 작업들을 진행했다. 2022년에 함흥화학공업대학이 새로 개발한 저온건류공정을 도입하기도 했으나 지난 5월에 시험 생산에 들어갔다고 노동신문은 전하고 있다.

 

함흥화학공업대학 화학시험관(사진=조선의 오늘)
함흥화학공업대학 화학실험관(사진=조선의 오늘)

최근 북한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경원지구탄광련합기업소(함경북도 경원군 소재)는 건류공정 확립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기술혁신형 기업소인 경원기술개발소를 신설하고 지원하였다. 이 개발소는 김책공대 등의 기술지원을 받아 갈탄 저온건류공정으로 원통형 수직로를 제작과 설치까지 하게 되었다. 에너지 절약형 공정으로서 전반적인 계통에 자동제어시스템도 갖추고, 시험 생산까지 마쳐 갈탄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처럼 갈탄의 저온 건류 공정을 통해 화학공업 부문에 필요한 여러가지 원료를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은 금속, 화학공업의 주체화를 주창하는 북한으로서는 중요한 사업으로 삼고 주제화 대상 공사로 추진할 정도이다. 수입 코크스에 종지부를 찍는 걸 자력자강의 창조물로 강조해온 북한으로서는 갈탄 저온건류공정은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갈탄은 북한의 북부지구(함경북도 온성군, 경원군 등)에 풍부하게 부존되어 있다. 하지만 북한 석탄의 약 80%에 이르는 갈탄은 흑갈색을 띠는 유연탄으로 연소할 때 화염이 발생한다. 휘발분이 높고 수분 함량이 많은 편이며, 상대적으로 고정탄소의 함량, 곧 탄화도가 낮아 발열량이 적다. 따라서 석탄건류(coal carbonization) 공정과 같은 재처리로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화력발전소의 갈탄연재를 재자원화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국가과학원 연구진(사진=조선의 오늘)
화력발전소의 갈탄연재를 재자원화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국가과학원 연구진(사진=조선의 오늘)

갈탄의 저온건류는 코크스화(coking) 공정으로, 해탄로에 석탄을 넣어 외부공기와 직접 접촉하지 않고 가열하여 열분해를 하는 것이다. 건류로 안의 온도가 500~600인 저온 건류는 반성 코크스(일명 저온 코크스), 타르, 가스를 얻을 수 있다. 여기서 반성 코크스는 건류할 때 휘발분이 날아 난 다음 잔유물(찌끼)로 남은 고탄소질 다공성 물질이다. 주로 용광로에서 선철을 생산할 때와 주물품을 만드는데 쓰이기도 하지만 가정용 연료, 가스화용 연료, 코크스배합용 원료로 쓰이며 환원제로 쓰인다. 이처럼 저품질의 석탄이 갈탄이지만 저온건류공정을 통해 다양한 원료로 쓰일 수 있는 것이다.

갈탄건류법에 의한 반성 코크스 생산의 공업화는 북한의 오랜 숙원이다. 금속공업을 중시하는 북한에서 전대 지도자들부터 갈탄을 이용하여 철을 생산할 데 대하여 가르침을 줬다고 할 정도이다. 하지만 여러 차례의 시도에도 북한의 갈탄건류공정 기술은 아직은 시제품, 시운전 수준으로 생산이 원활한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무진장한 갈탄 그리고 이를 활용한 금속, 화학공업의 주체화 수준 향상이라는 당 제8차대회 결정을 향한 추진을 위해 북한 실정에 맞는 건류공정을 확립하고 생산에 도입하려는 북한의 투쟁의 불길아글타글 노력은 지난하게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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