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개선이 북핵문제 해결의 초석, 남북물류포럼>

(추원서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2018년 1월 상순은 분단사에 획기적인 기간으로 평가될 것 같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로 시작된 남북 간 소통은 불과 열흘도 안 되는 사이에 압축적인 결과물을 내놓았다. 3일에 단절된 남북 간 통신선 회복이 이루어졌고 9일 고위급 회담이 개최되어 3개항의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북한 대표단의 평창올림픽 파견이 확정됨으로써 평창올림픽은 평화올림픽으로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때 전쟁 우려로 참가를 망설였던 일부 국가가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놀라운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이밖에도 이번 회담에서 남북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당국 회담 개최 및 교류·협력 활성화와 함께, 그간의 남북선언을 존중하면서 남북당사자 해결 원칙에 따라 관계 개선을 위한 고위급 회담과 각 분야 회담을 개최키로 합의했다. 남북관계개선은 이제 첫 걸음을 내디딘 것에 지나지 않는다. 숱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2년여 만에 재개된 남북대화는 그동안 붕괴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소중한 시작으로 평가된다. 대화 자체를 북한의 선전공세에 놀아나는 것으로 폄하하는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뚜렷한 대안도 없이 무책임한 비판에 열을 올리거나 민족의 생존이 달린 문제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행태는 자주국가로서 취할 일이 아니다. 

남북대화 국면에서 돋보였던 부분은 미국과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었다. 김정은의 신년사가 발표되고 문재인 정부가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을 때만 하더라도 미국 조야의 분위기는 싸늘한 편이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일 “신년사에 안심한 사람이 있다면, 연휴동안 샴페인을 너무 마셔서 그럴 것”이라고 한 것이나 카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대변인이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남북관계 개선은 의미가 없다.”고 밝힌 것 등이 이를 말해준다. 국내 일부 야당도 남북 간 대화를 ‘불행의 시작’이라고 혹평하는가 하면, 일부 보수 언론은 남북대화에 대해 한미 간 엇박자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외교라인을 통해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문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4일과 10일 두 차례에 걸친 전화 통화를 통해 지지를 이끌어냄으로써 비판적 분위기는 현저히 누그러졌다. 비핵화를 위한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설득하고, 대화와 압박정책 병행을 다짐한 부분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를 얻는데 힘이 된 것으로 보인다. 남북대화 재개에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주효했을 것이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 기자회견(1.10)에서 “북한과 전쟁은 없다. 나는 전쟁을 예상하지 않는다. 오랜 기간 평화가 지속할 것이다.”라고 언급하는 등 기존 대북입장에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어 이루어진 시진핑 주석과의 통화(1.11)에서 문대통령은 남북대화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확인하는 한편, 남북대화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으로 이어지도록 전략적 소통·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UN 등 국제사회도 전반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운전대에 앉을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가고 있다.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한반도 긴장 상태는 현저히 낮아질 것이다. 그렇지만 남북관계 특성상 한시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지금부터 서둘러 평창 이후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양측 간 비핵화에 대한 입장은 차이가 너무 큰 것으로 확인되었다. 

북한은 남한의 문제 제기 자체를 불만스럽게 받아들인다. 한국은 결코 핵협상의 대상이 아니며 굳이 논의한다면 미국과 이야기하겠다는 것이다. 남북관계는 언제든지 원점으로 회귀할지 모를 취약성을 안고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어느 때보다도 더 지혜로운 ‘조정외교능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 원활한 한미공조 그리고 6자회담 참여국의 적절한 역할분담이라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세 바퀴를 원활히 작동시켜야 한다. 평창올림픽 기간은 이 삼륜마차의 정비를 서둘러야 할 기간이다. 마차에 실을 상품 즉,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대안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이 모든 과정의 출발은 남북관계 복원이다. 

남북관계개선이 곧 북핵문제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북관계개선 없이는 북핵문제 해결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핵문제 해결이 진전되던 시기에는 예외 없이 남북관계가 좋았다. 이것이 지난 20여년 북핵 문제 협상과정이 주는 교훈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로부터 우호적 남북관계라는 유산을 넘겨받은 문재인 정부는 이제 그 자산을 십분 활용하여 북핵문제 해결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SPN 서울평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