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군사옵션 행사 가능성: 배경과 함의, 아산정책연구원>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문)

들어가며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을 목표로 제한적인 군사옵션을 사용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능력이 계속 향상되는 가운데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핵탑재 ICBM의 등장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커지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역대 행정부가 주저했던 군사공격을 단행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의 공격은 아무리 제한적이라 하더라도 북한의 보복으로 확대되어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되고 누구도 한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지만 미국의 무력 사용 가능성은 클린턴 행정부가 공격을 준비했던 1994년 이후 가장 높다. 정부가 ‘전쟁불가’라는 당위론적 입장만 되풀이해서는 헤쳐나갈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앞날을 내다보고 나라의 역량을 결집해서 전쟁의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이다. 정부는 군사옵션에 대한 미국의 동향을 면밀하게 추적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서 군사충돌을 막아야 한다. 미국의 입장과 전략을 충분히 이해하고 한·미 동맹을 토대로 양국의 안보를 함께 증진할 수 있는 공동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미국의 제한적인 군사옵션 행사 가능성에 대비하여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2018년 정부의 최대 과제이다.

 

군사옵션 관련 미국 찬반 논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면서 전쟁을 불사하더라도 북한의 핵탑재 ICBM 능력 보유를 저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선제공격, 예방공격, 제한공격 등 재래식 무기는 물론 심지어 핵을 사용해서라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차단해야 한다는 군사옵션 찬성론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계속 거론되어 왔으나 2017년 후반 들어 그 강도가 강해지고 있다. 반면에 북한에 대한 무력사용은 국지전 내지는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고, 이 경우 북한의 보복으로 한국과 일본이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한 대안이 아니라는 군사옵션 반대론도 꾸준히 제기되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규범을 벗어난 돌출행동과 예측불가능성으로 전쟁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대통령의 자제를 호소하거나 심지어 법률로 대통령의 무력행사를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전략에 따라 대북제제를 전방위적으로 강화함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계속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분위기가 무력사용이 가능한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12월 22일 82공수사단을 방문한 매티스 국방장관이 전쟁준비를 독려하면서 한반도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고 발언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틸러슨 국무장관과 함께 협상에 중점을 두고 중심을 잡아 온 인물로 평가되는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미국 사회에서 그가 받는 신뢰만큼이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졌다.

  1. 군사옵션 옹호론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옵션을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의사를 처음으로 밝힌 것은 2017년 3월 17일 틸러슨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한 발언이다. 그는 미국이 북핵폐기를 위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공세적인 정책을 취할 수 있으며 선제공격 옵션의 채택 여부는 상당부분 중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2일 로이터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문제를 외교적으로 풀고자 하나 매우 어렵다면서 북한과 중대한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7월 22일 던 포드 합참의장은 Aspen Security Forum에서 북한이 핵으로 덴버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군사옵션을 준비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주장했다.

7월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한 유엔안보리 결의가 채택되던 8월 초를 기점으로 군사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의 수위와 빈도가 한층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8일 김정은이 매우 위협적이라면서 북한은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즉 세계가 이제까지 본적이 없는 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8월 2일 MS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 지도부를 사악하고 잔인한 정권으로 규정하면서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는 핵무기를 갖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미국은 예방전쟁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7년 8월 13일 한국을 방문한 던 포드 합참의장은 군 지도자로서 외교적, 경제적 압박이 실패할 경우에 대통령이 사용 가능한 군사옵션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9월 19일 제72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은 강력한 힘과 인내심을 갖고 있지만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하는 경우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로켓맨이 자신과 정권을 자살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12월 19일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맥매스터 보좌관은 북핵문제 해결 의지를 밝히면서 ‘강제’(compel)란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는 평화적인 해결을 원하지만 대통령이 말했듯이,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으며 필요하다면 북한의 협력없이 북한 비핵화를 강제적으로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강제라는 표현은 하루 전 백악관이 발표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에도 등장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청사진과 실행전략을 담은 이 문건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전략을 소개하면서 북한의 도발에 압도적인 힘으로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한반도 비핵화를 강제하기 위한 옵션을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맥매스터의 인터뷰나 국가전략보고가 강제의 구체적 수단을 명기하진 않았지만 ‘힘을 통한 평화 유지’라는 국가안보전략 기조에 따라 군사옵션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미국의 의회와 전문가 집단도 행정부의 군사옵션 행사를 지원하는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했다. 공화당의 그레엄(Lindsey Graham) 상원의원은 8월 1일 트럼프는 김정은이 핵탑재 ICBM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전쟁이 나도 거기서 날것이다. 수 천명이 죽어도 거기서 죽을 것이다. 여기서 죽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내 면전에서 그렇게 말했다”고 밝혔다.1  대표적인 매파인 볼튼 전유엔대사는 2017년 8월 2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의 핵개발은 지난 25년간 미국의 비핵정책 실패의 산물이며 비효과적인 당근과 채찍 정책은 폐기되어야 하고 남은 것은 군사옵션밖에 없다면서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① 북한 미사일·핵 시설, 미사일발사대, 잠수함 기지에 대한 공군, 해군 자산을 활용한 공격 및 사이버 공격, ②발사된 미사일 요격, ③북한 지도부 제거 및 혼란 유발 등. 골프 회동을 자주 갖는 등 트럼프와 친분이 있는 그레엄 상원의원은 12월 13일 Atlantic 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문제는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매번 등장한다면서 미국이 현 단계에서 군사옵션을 사용할 가능성은 30%이고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한다면 70%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2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핵탑재 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마음을 굳혔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에 대한 예방공격이 한국과 일본에 주둔한 미군과 미국시민들의 희생을 초래하고 핵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한반도에서 북한의 위협과 싸우는 것이 본토를 보호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1. 군사옵션 반대론

트럼프 행정부가 핵을 포함한 무력을 선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제기되었다. 트럼프 당선자의 핵 관련 발언을 우려한 민주당의 리우(Ted Lieu) 하원의원과 마키(Edward Markey) 상원의원은 2017년 1월 10일 의회가 전쟁을 선포하기 전까지 대통령의 선제 핵공격을 금지하는 법안(the Restricting First Use of Nuclear Weapons Act of 2017)을 제출했다. 두 의원은 미국의 핵3축에 무지하고 핵무기와 관련하여 예측 불가능한 것은 물론 테러집단에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트럼프가 군통수권자가 된 현실에서 의회가 대통령의 핵 선제사용 권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서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군사옵션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하자 민주당 의원 64명은 5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신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촉구하고 어떠한 선제공격도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서신은 북한과 같은 핵보유국을 상대로 공격를 하거나 전쟁을 선포하는 일만큼 토론을 필요로 하는 의사결정은 없다면서 한반도에서 모순되고 예측 불가능한 정책은 상상할 수 없는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의 코커(Bob Corker) 상원의원은 10월 8일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리얼리티쇼처럼 수행하고 있다면서 타국에 대한 무분별한 위협이 미국을 3차 세계대전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10월 30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공격할 경우 의회가 이를 막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머피(Chris Murphy) 민주당 상원도 북한의 긴박한 위협이 없는 상태에서 대통령이 북한을 공격할 경우 의회의 승인을 얻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미 조야에서도 군사공격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의견들이 많다. 예를 들어, 매티스 국방장관과 민·군 관계에 관한 책을 공동 편찬한 세이크(Kori Schake)는 북핵문제 대처과정에서 역대 미 행정부의 행동반경을 불가피하게 제약한 것은 바로 한국의 수도 서울이 8,000여 문의 북한 야포의 사정권에 있다는 것이며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완전히 제압하더라도 북한 야포에 의해 수십만의 한국민과 한국에 거주하는 13만 여명의 미국인 상당수가 희생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지 컬럼니스트 크리스토프(Nicholas Kristof)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옵션 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면서 14년 전에 부시 행정부가 결과에 대한 신중한 고려없이 이라크 침공을 단행한 상황의 데자뷰를 경험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58명의 퇴역장성들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신에서 전쟁을 피하고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미국의 공격은 북한의 즉각적인 반격을 초래하여 수십만의 사상자를 내는 것은 물론 한국에 거주하는 15만의 미국인들도 위험에 처하게 만들 것이라서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구축하고 모든 외교적 해법을 강구할 것을 주문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매티스 국방장관과 틸러슨 국무장관은 군사옵션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으나 방점은 외교적 해결에 두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군사공격으로 인한 전쟁 발발시 엄청난 피해가 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군사옵션은 외교적 협상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산임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매티스 국방장관은 5월 17일 가진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군사적 해법은 믿을 수 없는 규모의 비극이 될 것이기 때문에 유엔, 중국, 일본, 한국 등과 함께 해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9월 17일 CBS 대담프로에 출연해서 외교가 실패하는 경우 군사옵션만 남게 되며, 모든 외교적 노력이 강력하고 단호한 군사옵션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밝혔다. 매티스 국방장관도 12월 22일 82공수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외교관들이 권위를 갖고 얘기하고 믿음을 줄 수 있는 길은 군이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라면서 군사적 준비태세가 외교를 뒷받침한다고 역설했다. 

군사옵션 고려 배경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옵션을 진지하게 고려하게 된 데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 북한의 핵탑재 ICBM 위협 현실화

트럼프 대통령 출범 이후 간헐적으로 제기되었던 대북 군사옵션 문제가 2017년 후반 대북정책의 핵심 의제로 부상한 계기는 북한이 지난 7월 성공적으로 실시한 두 차례의 ICBM 발사였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북한의 핵무기도 운반수단이 없으면 미국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실체가 입증된 핵능력이 ICBM과 결합해서 미 본토에 대한 직접위협으로 부상할 경우 미국은 과거와는 다른 비장한 각오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수준에 근접함으로써, 트럼프 행정부는 안보에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인식하고 군사옵션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탑재 ICBM의 보유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는 고위 당국자들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예를 들어,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10월 20일 민주주의 방어재단(Foundation for Defense of Democracies)이 주최한 안보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위협하는 북한 핵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려고 전력하고 있다면서 일각에서는 억지를 얘기하지만 북핵을 용인하고 억지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맥매스터는 2017년 12월 19일 CBS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정권의 호전성을 거론하면서 미국은 핵을 가진 북한과 공존하는 위험을 감수하길 원치 않으며 그런 위험을 용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은 북한과 대화를 때가 아니라고 한 것은 핵프로그램이 너무 진전되어 협상을 다시 할 시간이 없고 과거의 실패한 패턴을 반복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과 조바심

북핵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본 인식은 역대 행정부의 정책이 실패해서 이미 오래 전에 해결했어야 할 잘못된 유산을 물려받았지만 자신은 실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2017년 10월 2일자 트위터에 김정일에게 잘해주는 것이 25년간 효과가 없었다면서 클린턴, 부시, 오바마가 모두 실패했지만 자신은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10월 7일 허커비(Mike Huckabee) 전 주지사가 진행하는 TBN 대담에서는 북핵문제가 10년, 25년 전에 해결되었어야 할 문제라며 자신이 쓰레기를 물려 받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10월 8일자 트위트에서도 25년 동안 협상하고 막대한 돈을 주었지만 북한은 잉크도 마르기 전에 합의를 위반하고 미국을 우롱했다면서 단 한가지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이 북한의 도발에 압도적인 힘으로 대응하고 비핵화를 강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신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트럼프의 자신감은 전방위적인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ICBM 실험이 계속되면서 해결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조바심으로 바뀌고 있다. 즉 제제와 압박 정책의 한계로 인한 좌절감을 넘어서 핵탑재 ICBM 개발을 저지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생기면서 군사옵션에 대해 보다 열린 자세를 갖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2017년 11월 29일 최초 발사에 성공한 최장거리 미사일 화성 15호의 등장이 미국의 조바심을 부추긴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2017년 12월 초부터 소위 ‘3개월 시한부론’이 등장해서 북한문제의 담론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3개월 시한부론의 출처는 볼턴 전 유엔대사가 영국 의회를 방문해서 폼페오 CIA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을 전달했다는 가디언 지의 보도였다.  폼페오의 보고내용은 북한이 워싱턴을 포함해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ICBM을 갖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시간이 3개월이라는 것이며, 유엔사령부 고위 장성도 비슷한 시기에 판문점을 방문한 유럽의회 대표단에게 같은 내용을 알렸다고 한다. 맥매스터 보좌관도 12월 18일 P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고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적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옵션을 계속 다듬어나갈 것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1. 북한은 소련, 중국과 다르다는 판단

트럼프 행정부는 ‘핵 對 핵’의 억지관계를 구축하고 외교적으로 봉쇄하면서 안정적 관계를 유지했던 소련이나 중국과 달리 북한은 억지와 봉쇄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소련이나 중국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지도부가 있어서 미국과 상호 억지의 틀 속에서 전략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북한 지도부는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이기 때문에 상호 억지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가 예방전쟁을 포함해서 군사공격을 고려하는 것은 북한에 대해 과거 미국 정부와 다른 가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구체적으로 맥매스터 보좌관이 냉전시기 소련과 중국을 억지했던 방식으로는 북한을 봉쇄하고 견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고위 관료들이 북한문제를 해결하는 데 군사적 해법은 없다는 기존의 견해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맥매스터는 소련에 대한 봉쇄모델을 북한에 적용할 수 없는 근거로 소련과 북한은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들었다. 북한의 의도는 미국을 협박해서 남한을 포기하도록 만들고 제2의 한국전쟁의 길을 열겠다는 것이라는 점에서 소련과 다르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은 상대의 세력권을 인정하고 현상을 유지하며 공존했지만, 북한은 핵으로 한반도 통일이라는 현상변경을 시도하려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국가안보좌관이었던 라이스(Susan Rice)가 명백한 위협이 없는 상태에의 선제공격은 ‘미친 짓’(lunacy)이라고 비판하며 미국은 소련에 대해서처럼 북한의 핵을 용인할 수 있다고 주장하자,  맥매스터는 8월 13일 ABC 방송에 출연해서 억지가 어떻게 북한과 같은 정권에 적용될 수 있냐고 반문하며 라이스의 견해를 반박했다.

그레엄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내린 첫 번째 주요 결정이 북한이 장거리 핵미사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지하는 대신 그러한 능력 자체를 갖지 못하도록 거부하는 정책을 채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 오찬에서 김정은이 핵미사일로 무슨 일을 할지 걱정할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진 능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그레엄이 주장하자 맥매스터 보좌관이 그 자리에서 동의했고 이후 대통령도 거부정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이 핵을 수단으로 한반도 통일을 도모할 것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도 북한을 억지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근거이다. 백악관의 고위당국자가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중 가진 비공개 브리핑에서 북한이 핵을 통해 단순한 현상 유지가 아니라 현상을 바꾸려 하고 있으며 주된 목적은 한반도 통일이고 핵무기는 그 계획의 일부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백악관이 억지 대신 군사옵션을 고려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북한이 핵으로 남한을 통제하고 통일을 실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을 뜻한다.  즉 북한이 핵으로 남한을 압도하려 한다는 생각이 북핵위기에 대처하는 백악관의 핵심 인식이며, 북한의 핵보유를 허용하는 어떤 협상도 경계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사용해서 남한을 통일하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군사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內의 공통된 인식이다.

  1. 북한에 대한 과소평가 및 핵확산에 대한 우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억지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표면적인 이유로 북한 정권의 비합리성과 폭력성을 들고 있지만, 북한을 과소평가하는 인식이 근저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토와 인구 및 재래식 군사력 측면에서 미국과 견줄 수 있었던 소련이나 중국과 달리 북한은 모든 면에서 약소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군사옵션을 고려할 때, 소련과 중국은 매우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할 무거운 상대인 반면에 북한은 상대적으로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벼운 대상이다. 미국의 대북한 군사옵션 행사에 발목을 잡는 유일한 장애물은 동맹인 한·일이 입을 피해와 두 나라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의 안위이다. 하지만 그레엄 상원의원의 주장대로, 본토의 미국인 희생을 막는 것이 일차적인 과제라면 약소국인 북한의 반격으로 동북아 지역에서 초래될 희생쯤은 감내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핵이 제3세계와 테러집단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중대한 위협요인으로 간주한다. 이란과의 미사일 등 과학기술 협력, 시리아와의 화학무기·핵개발 협력, 중동지역에 대한 미사일 수출 등 북한은 범세계적 WMD·미사일 확산의 주범으로 인식될 만큼 적극적으로 확산에 가담해왔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북한에 의한 핵확산 위협을 사전에 제거하고 예방하기 위해 군사옵션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테러집단이 미 본토에서 핵무기를 터뜨릴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맥매스터 보좌관도 2017년 12월 3일 Fox News 인터뷰에서 북한이 개발한 무기를 다른 나라에 팔지 않은 적이 없다며 확산 가능성을 우려했다.

  1. 첨단기술 개발로 군사옵션 행사 가능성 향상

군사기술의 발달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무력사용의 정치적, 군사적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제한적인 정밀타격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군사옵션 행사의 중요한 동기로 작용할 것이다. 2017년 4월 시리아 공군기지에 대한 토마호크 미사일 공격처럼 순항미사일을 사용한 원거리 공격, 한반도 영공 및 영해 밖에서 실시하는 장거리 공중·해상 공격, 발사된 미사일에 대해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이용한 요격 등 정밀타격이 가능한 다양한 옵션이 존재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15 경축사에서 그 누구도 우리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선언하는 등 미국의 군사공격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거듭되던 시기에 매티스 국방장관은 한국의 동의 없이 대북 군사행동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미·일 외교·국방장관 회담을 끝내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매티스는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국 영토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 즉각 요격하는 것을 그런 상황의 사례로 들었다.  미국의 해상 및 공중 발사 순항미사일의 사거리가 1,100-2,500km임을 고려할 때, 폭격기와 함정이 한반도 영공, 영해 밖의 공역에서 북한의 특정 목표를 공격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 경우 미국은 한국의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

이와 관련해서 주목되는 것은 미 국방부가 최근 공개한 신형무기인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high-power microwave: HPM) 폭탄이다. HMP 폭탄은 B-52 전폭기에 탑재되는 사거리 1,100km의 순항미사일에 장착하는 데, 저고도로 순항한 후 목표물 인근에서 고출력의 마이크로웨이브를 발산하여 인근의 전자기기를 무력화시키는 비살상용 첨단무기이다. HPM은 전천후 사용이 가능하며 인명손실 등의 부수적인 피해가 없는 것이 장점이다. 가장 유력한 용도의 하나는 발사대에 장착된 북한의 ICBM을 발사 전에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한국의 북핵정책에 주는 함의

  1. 트럼프 행정부의 과욕과 조급함을 경계

북한 핵문제가 공론화된 1991년 이후 미국의 북핵정책이 실패한 중요한 원인은 워싱턴에 새로운 대통령이 등장할 때마다 북핵문제를 자신의 임기 중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해결하겠다는 과욕을 앞세우면서 조급하게 서두르거나 많이 양보하는 등 정책적으로 무리수를 둔 것이었다. 전술핵무기의 일방적인 철수와 한국의 핵무장 포기 유도로 요약되는 비핵화 정책은 41대 부시 행정부가 주도한 작품이었지만 북한이 부담 없이 핵개발로 나서도록 장애물을 치워준 실패한 정책으로 귀결되었다. 클린턴 행정부는 제네바 기본합의를 통해 북한의 플루토늄 프로그램을 동결시켰지만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의 존재를 끝까지 무시하면서 오히려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를 서둘렀었다. 43대 부시 행정부도 6자회담의 결과인 9·19 공동성명으로 북핵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막판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핵무기 없는 세계’ 구상을 실현한다는 강한 의욕을 앞세우고 북핵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북한의 2·29 합의 위반 이후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무기력한 정책에 머물렀다.

신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중에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업적을 이루겠다며 과욕을 부리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는 여러 계기에 역대 행정부의 정책을 실패한 정책으로 비판하면서 자신은 다를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당사자인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가능성이 전무하기 때문에 단임이든 연임을 하든 트럼프의 임기 중에 북한 비핵화가 실현되지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과 의욕은 좌절감과 분노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나 소련도 아니고 약소국인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트럼프의 체면 손상도 분노를 부채질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이 실질적인 위협으로 등장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조급함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2017년 8월 이후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미국의 군사옵션 행사 가능성은 이와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복잡한 심중이 투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우리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역대 미 정부가 택하지 않은 새로운 조치, 특히 군사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가정하에 2018년 상황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

  1. 미국의 제한적 군사옵션 행사에 대비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이 전면전을 야기할 정도의 대규모 공격은 아니지만 북한에 대해 단호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군사옵션을 사용할 가능성이 영변 핵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을 고려했던 1994년 이후 가장 높다. 당시와 달리 현재는 정밀도와 파괴력이 높으면서도 부수적인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첨단 무기체계도 개발되어 있다. 특히 미 국방부가 개발을 완료한 HMP 폭탄은 북한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미국의 의지를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옵션의 수단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는 미국의 군사옵션에 대응한 북한의 보복과 이로 인한 우리의 피해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북한의 보복으로 우리가 피해를 입을 경우 우리는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보복할 경우 미국도 추가 공격을 감행할 수 있고, 북한이 재차 보복공격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도전과 응전’(Tit-for-Tat)의 사이클이 몇 차례 반복되면서 한반도가 혼란에 빠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다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요인을 고려할 때, 미국이 행사할 군사옵션의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다. 첫째, 군사옵션 반대론자들이 제기하듯이, 북한의 보복으로 한국과 일본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대규모 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북한의 보복 가능성과 규모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옵션을 고려할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이 외교협상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서 2017년 하반기부터 군사해법에 대한 준비를 강화하고 있으며 김정은에게 미국의 의지를 보여주고 협상으로 끌어내기 위한 군사옵션을 강구한다는 보도가 있다.  시리아 공군기지 공습을 하나의 모델로 삼고 미사일 발사대나 핵무기 저장고 파괴 등 북한의 코피를 터뜨리는 정도의 공격을 통해 북한의 주의를 끌고 미국의 결의를 보여줄 수 있는 옵션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이 행동보다는 말이 앞서고 위기에 맞서기 보다는 위기를 회피하는 인물이라는 점도 군사옵션의 규모가 제한적일 것으로 추론하는 근거이다. 취임 1년에 즈음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해 대체로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위험 회피형’(risk-averse) 인물이라는 평가가 많다. 뉴욕타임지는 의료보험, 이란 핵협정, 이민정책, 쿠바와의 관계, NAFTA 등을 예로 들며 트럼프의 현란한 말이 행동으로 뒷받침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보좌진은 협상에 앞서 최대의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실제로 그만큼 나아가려는 의사는 없는 비즈니스맨의 실용적인 측면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하지만, 비판론자들은 대통령이 약속은 과도하지만 실천이 부족하거나 대통령의 책임이 의회나 타국으로 전가되는 경우 대통령의 권위가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지도 트럼프가 거칠고 강하게 보이려는 대통령이지만 군사력을 사용하는 문제에서는 전임자들처럼 조심스러워 하는 위험회피형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에 비해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사용에 대한 경고신호가 많았지만 군사력은 현실적인 목표를 위해 조심스럽게 사용되어야 한다는 군부의 의견을 수용한다는 평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회피형이라는 견해를 뒷받침하는 사례가 2017년 4월 6일 시리아의 공군기지(Al Shayrat)에 대한 공습이었다. 당시 트럼프가 만찬장에서 시진핑에게 공습사실을 알려줌으로써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트럼프 행정부의 결의를 보여준 것으로 인식되었지만, 공습의 내용을 놓고 보면 미국이 상당히 조심스럽게 군사작전을 펼친 것을 알 수 있다. 민간인을 화학무기로 공격한 시리아 전투기가 발진한 해당 기지를 상대로 한 매우 제한된 경고성 공습에 국한되었다. 미국은 지중해에 배치한 구축함 두 척에서 파괴력이 1,000 파운드에 달하는 미사일 토마호크 59발을 발사했다. 트럼프의 조심성을 알 수 있는 부분은 바로 공습의 목표인데, 공군기지에 배치된 시리아 전투기, 격납고, 레이더 장비, 탄약고, 방공망, 연료저장고 등에 국한되었다. 화학무기 관련 저장소나 러시아와 시리아 군인 막사 등 대규모 인명살상을 야기할 수 있는 시설은 공격대상에서 제외했다. 시리아의 피해는 군인 9명을 포함한 사망 16명과 시리아 전투기 20여대가 파괴되는 정도에 불과했다.

  1. 對北 억지가 가능하다는 한· 공동인식 도출 및 공동플랜 마련

북한은 억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미국內 일각의 시각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유발할 동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김정은 정권의 핵포기 가능성이 전무한 상황에서 ‘핵 對 핵’의 힘의 균형과 억지를 통해 북한을 관리하지 않는다면 남는 대안은 과거와 같이 북핵폐기라는 신기루를 쫓으면서 실패한 비핵화 정책을 고수하던가 아니면 무력공격뿐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패한 비핵화 정책을 답습할 가능성도 없는 만큼, 최대의 압박이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군사옵션을 실행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사실 북한을 억지할 수 없다는 주장은 한반도의 현실과 동떨어진 터무니없는 얘기이다. 1953년 휴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지금까지 한·미 동맹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무력 적화통일 기도를 충실하게 억지해왔다. 북한이 줄기차게 정전협정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를 부르짖는 이유도 바로 정전체제와 한·미 동맹이 적화통일의 최대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미 동맹이 북한을 성공적으로 억지해온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억지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은 정전체제와 한·미 동맹의 정당성과 가치를 훼손하는 대단히 중요한 인식의 오류이다.

정부는 김정은이 결코 비이성적인 미치광이가 아니며 북한은 한·미가 협력해서 충분히 억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트럼프 행정부에 강력하게 보내야 한다. 현재 한·미 간에 북한은 억지의 대상이 아니라는 미국 내 인식을 교정하는 일만큼 중요한 사안은 없다. 양국은 북한 지도부에 대한 정보판단부터 시작해서 현재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과 사용 전략, 북한 내부의 변화 상황 등 북한에 대한 총체적인 정보교류를 통해서 “북한은 억지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가져야 한다. 이를 토대로, 당면한 북핵위기의 해소와 중장기 대북·전략에 대한 양국 공동의 ‘그랜드 플랜’(Grand Plan)을 마련해야 한다.

  1. 한반도 평화보장을 위한 전술핵 재배치

북한이 핵으로 남한을 압도하고 적화통일을 실현하려 한다는 맥매스터 보좌관과 백악관의 시각은 정확한 판단이지만 그렇게 때문에 군사공격이 필요하다는 처방은 잘못되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처방을 내리는 것은 북한은 억지의 대상이 아니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에 맞대응 할 수 있는 정도의 핵무기를 한국에 들여와서 ‘핵 對 핵’의 균형을 맞추고 한반도에서 상호 억지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제대로 된 처방이다. 일단 쌍방 간에 핵억지력을 갖게 되면 힘의 균형을 토대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우리가 억지력을 갖춰야만, 핵을 보유한 북한이 건설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도록 북한관리전략을 추진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일정 규모의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옵션 행사 동기를 없애어 전쟁을 막고 한반도 평화를 지킬 수 있는 핵심적인 정책이다. 전술핵 재배치가 우리 국민을 북한 핵의 인질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물론 전쟁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카드인 것이다. 핵을 가진 쪽과 그렇지 못한 쪽의 관계는 갖지 못한 쪽이 일방적으로 밀리게 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가 남북관계에서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지 않기 위해서도 전술핵은 필요하다. 정부는 북한도 억지할 수 있다는 한·미 공동 인식을 도출하는 노력과 병행해서 조속한 시일 안에 전술핵이 재배치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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