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사진=조선중앙통신)

<2018년 김정은 신년사 분석과 정세 전망>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김정은은 2018년도 신년사를 육성으로 1월 1일 오전 9시 30분(평양시 기준 9시)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했다. 올해 신년사를 통해 김정은은 ‘핵무력 완성’을 명분 삼아 이례적으로 남북관계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며 적극적인 화해 제스처를 통해 국면전환과 ‘평화를 사랑하는 책임 있는 핵강국’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전체 내러티브 구조는 ‘핵무력 완성’ 이후 갖게 된 ‘불가역적’인 전쟁억제력과 ‘전략국가’의 지위를 토대로 경제성과를 올리고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해소 및 평화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메시지로 구성되었다. 주목할 부분은 북한의 정권 창건 70주년과 한국의 평창올림픽이라는 남북한 ‘대사’를 명분 삼아 국면전환 의지를 강력하게 밝힌 부분이다. 평창올림픽을 활용한 일종의 ‘평화 마케팅’을 통해 대화모드로 ‘국면전환’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지난 6년간의 김정은 신년사와 비교해도 확연하게 달라진 유화 모드가 읽힌다.

향후 북한은 올림픽 참가 및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한 남북한 당국 회담 및 군사회담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한·미가 여기에 호응해 한미연합훈련을 연기·축소할 경우 2018년 상반기는 유화국면으로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관계에 대한 직접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당분간 남북관계를 통해 대북 압박·제재 국면을 관리하는 데 일차적 목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창올림픽이 국면 관리의 좋은 호재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신년사에서 미국에 대한 비난을 적절한 수준으로 자제한 것은 향후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암묵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8년 상반기 평창올림픽 참가와 성공적 개최를 명분으로 도발을 자제하면서 북미 대화의 조건을 자연스럽게 충족시킨 후 중·하반기 북미 당국간 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신년사는 김정은의 발표에 있어서도 이미지 연출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기존 어두운 색의 인민복에서 부드러운 톤의 회색 양복으로 바뀐 것은 신년사에서 강조하고자 했던 평화 이미지와 핵무력 완성 이후의 여유로움을 연출하기 위한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전반적 특징: 평창올림픽 및 남북관계를 활용한 국면전환 모색

① 평화수호와 억지력 보유에 초점을 맞춘 ‘핵무력’ 언급

김정은이 2017년 최대성과로 ‘국가핵무력의 역사적 대업 성취’를 강조하며 전반적으로 공격적인 향후의 고도화에 대한 발언보다는 ‘전쟁억제력’과 ‘평화수호의 보검’을 보유했다는 방어적 성격에 초점을 맞췄다. 1년 전 2017년 신년사에서의 ‘마감단계’ 이행 약속을 지켰다는 점, 미국의 핵위협과 전쟁 기도에 대해 ‘되돌릴 수 없는’ 믿음직한 전쟁억제력을 보유하게 됐다는 것을 ‘완성’의 의미로 꼽았다. 미국 본토 전역이 핵타격 사정권 안에 있고 “핵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있다는 언급은 미국과 대등한 ‘균형’을 갖추게 되어 ‘전략국가’가 되었다는 것과 향후 ‘핵군축’을 주장하기 위한 수사로 보인다.

다만 “핵탄두들과 탄도로케트들을 대량생산하여 실전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을 밝힘에 따라 향후 핵·미사일 실전화를 보여주기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핵전쟁책동에 대처한 즉시적인 핵반격작전 태세”를 강조함에 따라 제2차 핵공격 능력에 해당하는 기동성, 은밀성을 갖춘 전략무기의 공개가 예상된다. 한미 전략자산의 틈새를 노리는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이나 다탄두각개진입탄도미사일(MIRV), 지대함 및 대공미사일 등이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2017년까지 보여준 핵실험과 연이은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같은 자극적인 도발보다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피하면서 실전화와 은밀성을 효과적으로 과시하는 차원의 군사적 활동이 예상된다.

② 평창올림픽을 활용한 적극적 남북관계 개선 행보

김정은은 한국의 평창올림픽과 북한의 정권 수립 70주년을 ‘민족적 대사’로 연계하며 ‘동결상태’의 남북관계를 개선할 ‘계기’로 삼을 것을 제안했다. 이 두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루기 위해 ‘남북관계 개선 문제’를 논의하고 ‘과감한 출로’를 열 것을 제안했다.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와 평화적 환경 조성 마련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①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 ② 다방면의 남북 교류협력 실현, ③ 남북관계 개선 돌파구 마련 등을 주장했다.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예상했던 북한의 ‘평화공세’의 일환으로 볼 수 있으나, 내용적으로는 매우 파격적이고 과감한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제안들을 한국정부가 긍정적으로 수용할 경우, 향후 올림픽 대표단 파견과 관련된 남북한 당국자 회담과 올림픽 기간 우발적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한 군사회담에 북한이 적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단서 조항으로 ‘모든 핵전쟁 연습’과 미군의 ‘전략자산 전개’ 중단을 언급하고 있어 향후 올림픽 참가와 한미연합훈련 연기·축소를 놓고 남북 당국자 회담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한 북한의 정권창건 70주년 행사와 평창올림픽을 ‘민족적 대사’로 연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후 평창올림픽 참여에 대한 응답으로 정권 창건 행사에 남측의 축하단 파견 혹은 체육경기 참가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남북 화해와 통일 분위기 조성을 위한 다방면적 내왕, 교류협력을 강조하면서 각종 “구실과 법적 제도적 장치”를 내세우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어 ‘5.24조치’ 및 대북제재 완화를 우회적으로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③ 정권 수립 70주년에 맞춘 성과 도출 강조

김정은은 ‘세계가 공인하는 전략국가’의 위상에 맞게 ‘국가 창건 70주년’을 성대히 기념할 것을 강조했다. 이에 맞춰 2018년 혁명적 구호를 “혁명적인 총공세로 사회주의 강국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자”로 제시했다. 핵무력 건설의 역사적 승리를 경제부문 모든 부문으로 확산시키는 ‘혁명적 총공세’를 벌여 나갈 것을 주문하는 구호이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의 3번째 해인 올해에 경제 전반에 활성화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정권 수립 70주년이니만큼 기존의 정치·군사적인 성과보다는 구체적인 경제성과가 무엇보다 절박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과 달라진 부분은 구체적 과업에서 ‘여명거리’와 같은 대규모 건설사업 목표는 제시하지 않고 산업 부문별 공장·기업소 현대화와 생산성과만을 제시한 부분이다. 사실상 대북제재 아래서 과시용 건설 사업이 여의치 않은 것과도 연관돼 보인다. 2018년에는 대규모 건설을 위한 전국적 동원보다는 산업 각 부문의 생산성과를 독려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부문: 대북제재 장기화와 당적 쇄신을 위한 정풍운동 가능성

올해 신년사 정치부문의 특징은 ‘당의 전투력과 영도적 역할’, ‘전당의 일심단결’을 강조한 부분이다. 2016년 제7차 당대회, 2017년 제7기 2차 전원회의, 세포위원장 대회 등을 통해 당 중심의 권력체계를 정비한 것의 후속 작업으로 당 조직 및 국가기구, 군대 등에 대한 조직정비 및 규율 강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제7기 2차 전원회의를 통해 당내 규율과 사상투쟁 강화를 강조한 만큼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혁명적 당풍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의 사상과 어긋나는 잡사상과 이중규율”, “당 세도와 관료주의” 근절을 강조한 만큼 대북제재 장기화에 동요하지 않도록 내부 단도리 차원에서 대대적인 ‘정풍운동’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정풍운동은 비사회주의 현상 및 남한 사조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볼 수 있다. 당의 영도적 역할을 강조한 만큼 당 주도의 근로단체 사업 강화와 전문기관들에 대한 정치사업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부문: 대북제재 속 정권 수립 70주년 경제성과 내기

올해 신년사에서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한 것은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아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경제성과를 내놓아야 하고 대북제재 효과가 본격화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주민 불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혁명적 구호에서 드러나듯 ‘혁명적인 총공세’ 차원에서 과거 ‘100일 전투’, ‘200일 전투’와 같은 산업부문별 생산성과를 독려하는 전투적인 구호가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인민생활 향상과 직결되는 경공업 분야에서의 생산 수준을 높이는 데에 북한 당국이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민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 강화를 강조했는데, 이는 대북제재 하에서 ‘자강력제일주의’ 기치 아래 국산화를 강조해 온 정책기조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조는 각 산업 부문별로 제시된 정책 방향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금속공업의 주체화, 기계공업 부문의 우리식 개발 생산 등이 그 예이다. 대북제재 강화로 인해 올해에는 수출뿐만 아니라 수입에도 지장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북한이 자립성과 주체성 강화에 주력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얼마나 성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한편, 개혁․개방과 관련해서는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내용만 언급되고 있을 뿐, 보다 구체적인 사항은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에도 북한이 경제 측면에서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적으로 올해 신년사 경제부문은 대북 제재·압박에 대비한 장기전 체제를 준비하기 위한 내부적 정비 ‘시간’과 정권 수립 70주년에 맞춘 경제적 성과를 내기 위한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규모 건설과 동원 형태보다는 대형 공장·기업소나 산업부문 생산성과, 효율성 제고, 자원절약 등을 강조하는 형태로 제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성과 창출을 위해 2018년에는 내부적인 정비의 시간을 갖고 대북제재 국면의 경제를 추스르는 것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대남·대외: ‘평화를 사랑하는 책임 있는 핵강국’ 프레임

2018년 북한 대남전략 방향은 대대적인 대화․평화공세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대북 압박·제재 국면을 관리하는 모드로 급격히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그 계기와 명분으로 평창올림픽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2018년 1월에는 북한대표단 참가를 위한 남북 당국 대화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올림픽 기간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한 군사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 정세가 북한에 의해 유화 분위기로 전환되었다는 것을 내부 선전 소재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신년사는 그런 측면에서 매우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 내용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작년 말 북한이 ‘핵무력 완성’ 선언을 한 이후 한·미를 비롯한 관련국들은 북한의 태도 변화나 도발 중단을 한편으로 기대한 측면이 있다. 북한은 이런 기대를 신년사를 통해 일정 정도 충족시켜 줌으로써 대북 제재·압박 일변도의 국면을 극적으로 전환하고 정세를 주도하는 효과를 내고자 했을 수 있다. 특히 국면 전환의 명분으로 성공적이고 평화적인 올림픽 개최를 앞세움으로써 ‘평화를 사랑하는 책임 있는 핵강국’이란 프레임을 심어주고자 했을 가능성 크다.

전체적으로 이번 신년사는 북미관계의 대결 국면을 우회하는 남북관계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평화’ 공세 차원으로 볼 수 있다. 핵무력 완성 이후의 전략적 지위를 재차 주장하며 ‘평화협정-핵군축’ 주장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 또는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평창올림픽 참여와 남북관계 개선 성과를 발판 삼아 대북 압박·제재 국면을 전반적으로 약화시키는 대외관계 행보로 움직임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가령 북·중 당 대 당 외교관계 개선, 북·미 당국 간 대화 등에 지금보다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번 신년사에서 대미 비난 발언을 일정 수준 자제한 부분은 이런 행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이번 신년사는 핵·미사일 고도화 의지를 일정 수준 보이면서도 일련의 유화적 행보를 강조함으로써 대북 제재·압박 국면을 관리하는데 전술적 목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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