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하는 모습(사진=우리민족끼리)

<세종논평, 2018년 김정은의 신년사와 한반도 정세 전망>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올해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북한이 ‘국가핵무력 완성’에 대한 자신감을 토대로 핵탄두와 탄도미사일의 실전 배치 가속화를 선언한 것과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 등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대미 핵억제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정은이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합니다.”라고 언급한 부분과 “핵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합니다.”라고 강조한 부분은 그가 북한의 ‘핵무력 완성’으로 안보 불안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정은이 이처럼 ‘핵무력 완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그 위력과 신뢰성이 확고히 담보된 핵탄두들과 탄도로켓들을 대량생산하여 실전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 나가야”한다고 강조함으로써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올해에도 계속 급속도로 고도화될 전망이다. 다수의 미국 연구기관들은 북한이 2020년경에는 50~100개 정도의 핵탄두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어 향후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ICBM 시험발사를 하지 않더라도 북한의 핵위협은 갈수록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또한 김정은은 올해가 북한군이 ‘정규적 혁명무력’으로 전환된 70주년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인민군이 “전투훈련을 실전환경에 접근시켜 강도높이 조직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북한군의 군사훈련도 대폭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 분야와 관련해서는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전당적으로 당세도와 관료주의를 비롯한 낡은 사업방법과 작풍을 뿌리빼는데 모를 박고 혁명적 당풍을 확립하기 위한 투쟁을 강도높이 벌려” 나갈 것을 강조함으로써 당 간부들에 대한 검열과 통제가 올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17년 10월에 최룡해가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장에 임명된 후 인민군 총정치국에 대해서까지 검열을 진행함으로써 올해 많은 간부들, 특히 군 간부들이 검열과정에서 교체되거나 숙청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관계와 관련해 김정은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미국의 전략자산 배치 중단 등을 요구하면서 남북교류의 확대 및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북한이 핵과 ICBM의 실전배치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가 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남북관계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로 일시적으로는 해빙 국면으로 전환될 수는 있겠지만 ‘키리졸브 훈련’이 4월에 재개되면 남북관계는 다시 냉각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전례 없이 ‘민족적 화해와 통일을 지향해 나가는 분위기’의 적극 조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진정으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원한다면 남조선의 집권여당은 물론 야당들, 각계각층 단체들과 개별적 인사들을 포함하여 그 누구에게도 대화와 접촉, 래왕[왕래]의 길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정은은 “지금은 서로 등을 돌려대고 자기 입장이나 밝힐 때가 아니며 북과 남이 마주앉아 우리 민족끼리 북남관계 개선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그 출로를 과감하게 열어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함으로써 북한이 작년의 남북대화 거부 입장에서 탈피할 것이라는 태도 변화를 보여주었다.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 김정은은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매우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대표단 파견을 위해 남북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이 같은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 표명을 계기로 한국과 미국은 그동안 검토해온 연합군사훈련의 연기 결정을 조만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빠른 시일 내에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당국회담이 성사되어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올해 남북관계 전망이 반드시 밝은 것은 아니다.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회담에서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함으로써 남북대화가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2014년 2월 북한이 남북이산가족상봉에 합의하고서도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이유로 상봉 합의 이행을 재고하겠다고 위협했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남북당국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해 올림픽이 남북화해 분위기 속에서 성공적으로 종료된다고 해도 이후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재개되면 남북관계가 다시 급격히 냉각될 수 있다.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 및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를 바랄 것이다. 반면에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 대화에로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비핵화는 물론이고 핵프로그램 동결에도 전혀 관심이 없고 오히려 핵탄두와 탄도미사일의 대량생산 및 실전배치 가속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나설 수는 없기 때문에 남북당국대화가 진전되는 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또한 올해 9월 9일 정권 수립 70주년을 앞두고 북한이 ‘신형 위성 운반 로켓’이란 이름으로 장거리탄도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북한이 2016년 2월 발사했던 3단식 장거리로켓 은하 3호를 더 대형화한 은하 4호를 올해 발사하면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더욱 강력한 대북 제재를 추구할 것이다. 그러면 북한은 이에 반발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태평양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감행할 수도 있다.

이처럼 올해 단기적으로는 남북관계가 개선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를 계기로 급냉각될 수 있고 하반기에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지속적으로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올해 보다 깊은 고민과 전략적이고 치밀한 대북 접근 그리고 미․중과의 대북 정책 조율 강화가 필요하다.

한국정부는 북한이 핵탄두와 탄도미사일의 실전배치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 추구라는 기존의 옵션 외에도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와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등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 메릴랜드대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37.6%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답했고, 한국의 핵 보유에 대한 찬성도 40.6%가 나오는 등 미국의 여론이 바뀌는 사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더욱 공고화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방향에서 기존의 대북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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