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본 트럼프의 첫 동북아시아 순방, 제주평화연구원>

(이수훈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

[편집자 註] JPI PeaceNet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이수훈 고려대학교 일민국제연구원 연구교수의 기고문과 김연호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SAIS)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의 기고문을 차례로 발행할 예정이다. 북핵위기가 심화되고 있고 한미FTA 의 재협상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25년 만에 이루어진 미국 대통령의 국빈방문이 주는 의의와 성과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시각을 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북한의 핵위협으로 인해 열악해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보상황을 지렛대삼아 최고의 실익을 찾아갔다. 또한 다소 제한적이지만 북한 문제에 대한 각국과의 전반적인 합의도 도출하였는데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안보에 유익한 진전을 이루었다고 평가된다. 일본이 대중국 견제용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들고 나오고, 중국이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다행히 최대한의 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 낸다는 기조에 대해서는 4개국 정상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한미 정상회담

  25년 만에 국빈방문으로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방문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하루가 짧았으나 국회연설까지 포함된 1박2일의 알찬 일정이었다. 양국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동맹의 견고함을 재확인했고, 북핵 문제에 대해 ‘선 압박,’ ‘후 대화’(국면전환 시)라는 기조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제재와 압박에 집중할 때라며 언젠가 국면이 전환되면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를 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국회연설에서 현재 미국 행정부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매우 다른 행정부라며 북한의 총체적인 비핵화를 주문하고 미국을 과소평가하거나 시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의 첫 방문지로 캠프 험프리스를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캠프 험프리스를 전격 방문하여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했다. 선거 때부터 지속적으로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날카로운 발언(무임승차론)을 반복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환대와 캠프 건설비의 92% 정도인 100억 달러를 한국 정부가 냈다는 사실이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단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도 건설비용을 지불했으며 캠프 험프리스는 미국을 위한 것이 아닌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봐서는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입장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철저한 준비와 사전협의를 거쳐 이뤄지는 정상회담이지만 방한 내내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예상치 못한 발언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다. 기자회견 중 미국의 최고 군사자산을 피력하는 발언을 하면서 한국도 첨단 무기를 미국에서 수입할 계획이며 이에 따라 미국에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언급은 한국의 무기수입계획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것뿐만 아니라 자국의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는 균형외교와 ‘코리아 패싱’에 관한 발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균형외교가 단순히 한중 사이의 균형을 잡기 위한 외교가 아닌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의미의 외교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코리아 패싱’에 대한 한 기자의 질문에 “한국을 우회하는 일은 없을 것(There will be no skipping South Korea)”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사업차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을 기반으로 한 한국의 경제적 성과와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하는 기업가 출신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한을 준비함에 있어 북핵 문제 해결 그리고 이에 따른 비용지출에 대한 기업가다운 치밀한 손익계산을 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캠프 험프리스 깜짝 방문과 같은 전략을 통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에 대한 사실을 부각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경제협력에 대한 양국의 치밀한 계산이 자국 이기주의로 번지지 않고 합리적인 큰 그림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향후 두 정부 실무자들의 긴밀한 대화를 통한 협의가 필요할 것이다. 

미일 정상회담

  아시아 순방의 첫 방문지였던 일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야말로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골프회동, 햄버거 오찬, 와규 스테이크 만찬, 나아가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 고문에 대한 밀착 접대는 다음 방문국가인 한국과 중국을 긴장하게끔 하기에 충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과 특징을 잘 파악한 아베 총리의 맞춤형 접대는 성공적이었다.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정상은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고 천명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고 하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은 국제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양국 정상의 발언은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의지를 재확인시켜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일 3개국 연대의 중요성과 일본 방위력의 질적·양적 확충에 대한 언급은 자칫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대일 무역적자와 무기 수출에 대한 발언을 빠뜨리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미국에서 무기를 대량으로 수입하면 북한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다고 했고 나아가 일본 자동차 회사가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는 직접적인 언급도 불사했다. 만약 이와 같은 발언에 대한 사전조율이 없었다면 일본 재계는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미일 정상이 대북압박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충분히 예상된 결과이긴 하나, 일본 상공을 통과한 북한 미사일에 대한 언급이 부족했기에 다소 아쉬운 면이 있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이 일본의 국가안보에 대해 직접적인 위협으로 가중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일본이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위협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표현했다면 보다 더 정확한 메시지가 북한에 전달되었을 것이다.

  아베 총리가 한미일 3개국 연대의 중요성을 거론하며 중국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한 것은 향후 북핵 문제에 있어 중국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한다는 면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측면에서 미일 정상회담의 결과는 다소 제한적이지만 향후 대북압박에 대한 근거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중 위대한 정치적 승리를 거둔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이 기대된다고 언급하였고, 시진핑 주석은 자금성을 통째로 비워두고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했다. 세계 최강대국의 정상들은 약 280조 원 규모에 달하는 양국 경제협력 계획을 발표하여 스케일 면에서 이전 한미 그리고 미일 경협계획을 압도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에 대한 대화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방문 중 공개적으로 북핵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요구했다. 양국 정상이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한 지속적인 압박에 대해서는 동의했으나, 중국의 독자적인 대북제재에 대한 입장은 확인하지 못했다. 그동안 북한에 대한 중국의 추가 압박과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이 무색해질 만큼 시 주석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이 이러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완충지대인 북한이 사라지면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의 역할이 약해질 수 있다. 한미일 안보협력이 지속적으로 거론됨에 따라 중국에 대한 안보위협이 직·간접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을 시 주석은 북핵 문제에 대해 모험적인 결정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북한이라는 완충지대를 십분 활용하여 미국을 비롯한 한미일 협력을 견제할 수 있다고 보기에, 중국이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압박 카드를 제시하는 데에는 앞으로도 주춤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중국은 한미일이 안보협력을 구축하고 일본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거론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의식한 북핵 문제의 해결보다는 러시아와 같은 전략적 파트너와의 관계에 무게중심을 둘 수 있다. 유례없는 초강대국 미국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중국은 러시아와의 밀접한 관계를 기반으로 대유럽 문제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해결하고, 미국과 대아시아 관계에 대해서는 중국이 때로는 주도적으로 그리고 때로는 제한적으로 대응하는 팀플레이 전략을 펴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번 미중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두 정상의 논의는 한반도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차는 확연히 드러난 반면, 두 국가의 경제적인 협력은 큰 성과를 이뤄냈다. 향후 미중 양국이 경제협력에 기초하여 북한 문제에 대한 논의를 더욱 심도 있게 진행할 수는 있겠으나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은 당장 북한의 위협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일본의 입장과는 확연히 다른 입장을 보였다.

스트롱맨(strongmen) 시대의 도래와 한국의 대응방향

  트럼프 대통령의 동북아시아 순방은 북한 문제에 대한 세계 최강대국이자 한국의 동맹인 미국의 입장을 확인한 동시에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여전한 의견차이를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기업가 출신 트럼프 대통령, 최근 자국에서 정치적 입지를 굳힌 시진핑 주석, 그리고 아베 총리를 보면 한반도는 역사상 가장 강한 지도자들로 둘러싸인 외교의 각축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례없이 개성과 입지가 강한 미국, 중국, 그리고 일본의 이른바 스트롱맨(strongmen)들은 동북아 국제질서 속에서 매우 복잡하고 치밀한 셈법을 갖고 외교정책 즉 한반도 정책을 펴나갈 것이다. 제한된 국제사회 구조 속에서는 결국 가장 합리적인 계산을 통해 최고의 수익을 취하는 지도자가 자국의 외교를 승리로 이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중일 지도자들의 계산을 정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외교정책 측면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 중국, 일본 지도자들의 의사결정과정과 인식의 분석을 통해 주요 행위자들의 심리적인 측면을 세밀히 분석하여 대북 및 외교정책을 수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시작은 이번 한중일 방문 중 안보이슈를 지렛대삼아 3국에서 수백조 원대에 달하는 실익을 챙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분석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과 아베 총리에 대한 분석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스트롱맨들의 시대 속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한 한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때가 왔다.@

저작권자 © SPN 서울평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