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과 북한 문제의 새로운 인식과 미래 :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평가와 향후 과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영준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도널드 트럼프 제 49대 미국 대통령의 첫 방한이 8일 국립 현충원 참배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정치인으로 첫 걸음을 내딛으면서, 그리고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에도 여러 논란을 일으켜 온 터라 이번 방한에 대해 우려의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방한은 기대이상으로 많은 성과를 낳았다.

성과를 구체적으로 꼽는다면 첫째, 굳건한 한미 동맹의 재확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선거 유세 기간 동안 미국의 동맹들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내세웠던 점과 독일, 일본을 비롯하여 우리나라도 그의 비판의 대상에 자주 올랐었던 점을 고려하면 한미 동맹 관계의 재확인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과제였다. 또 단순히 동맹 관계의 재확인을 넘어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지역 전개확대, 미사일 탄두중량 해제를 골자로 한 미사일 협정 개정, 주요 전략자산의 획득·개발 등에 양국이 동의한 것은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성과는 한국 내에서 제기되어 왔던 이른바 ‘코리아 패싱’ 우 려 해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 문에 대해 “한국을 건너뛰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은 내가 즉시 말할 수 있다”라고 대답하였다. 실상 ‘코리아 패싱’은 우리 국내에서 주로 제 기되어 왔던 문제이며,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이나 정책 관련자들 에게는 오히려 생소한 우려였다. 이 부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우려가 상당부분 해소되었다.

세 번째는 북핵 문제에 대한 거친 말의 전쟁이 휴전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극과 극을 오가는 입장을 보였다.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겠다고 하는가 하면 ‘화염과 분노’ 를 보여주겠다고 위협하기도 하였고, 전쟁이 나더라도 거기(한반도)에서 수천 명이 죽지 여기(미국)에서 죽는 것이 아니라는 언급을 했다는 린지 그레이엄 미 상원의원의 전언도 있었다. 이번 방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김정은에 대해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말라. 우리를 시험하지 말 라” 등의 단호하고 뼈있는 경고를 하였으나 감정적이고 과장된 표현은 자제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전환으로 향후 불필요하고 소 모적인 논쟁에서 탈피해 북한 문제의 본질에 대한 논의에 집중할 수 있 는 단초가 마련되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조치를 제외한 모든 수단을 활 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미가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만일 필요 하다면 미국은 미국과 동맹들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압도적인 군사력을 전방위적으로 활용할 것이다”라는 언급은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 다. 첫째는 그동안 대북정책에서 군사적 조치만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정부와 함께 외교적 접근을 시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미국이 외교적 해결책을 우리 정부와 함께 모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협에 대해서도 동맹국인 한국 방어에 적극 나설 것임을 천명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외교적 노력 이든 군사적 노력이든 한미가 함께하겠다는 것을 강조한 내용이라고 하겠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중 우리의 귀에 듣기 좋은 소리만 한 것 은 아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해서 직접적이고 공세적인 언 급은 삼갔지만, 확대정상회담 석상에서 “험프리스 기지는 위대한 시설이 며 진정 특별한 장소이다. 많은 비용이 들었을 것이고, 귀측(한국을 지 칭)이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그중의 상당한 비용을 부담한 것이다. 군대 를 위해 현명하게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다”라고 하여 한국이 주한미군을 위해 부담하는 비용은 결국 한국의 안보를 위한 것이라면서 우회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언급하였다.

한미 FTA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했던 것만큼 구체적이고 공세적인 언 급은 없었으나 험프리스 기지 도착 순간부터 국회 연설까지 미국의 일자 리와 통상 문제를 빼놓지 않고 언급하였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 관되게 강조해 온 사안들을 놓고 우리 정부와 트럼프 정부 사이에 협상 과 논의를 지속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해졌다.

이처럼 많은 성과와 과제가 함께 쏟아진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에서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나 양국의 합의와 같은 가시적인 부분이 아니라 동맹과 북한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의 전환이다. 동맹에 대해서는 두 가지 차원 에서 인식의 전환을 볼 수 있다. 첫 번째 차원은 동맹을 통한 확장억제 의지 표명이다. 앞서 언급하였던 것처럼 동맹 방어에 미국이 전력을 기 울이겠다는 다짐은 미국이 더 이상 다른 국가를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공언하였던 기존 입장에 비춰보면 매우 큰 인식의 전환이라 하겠다. 두 번째는 동맹, 특히 한미 동맹에 대한 인식의 확장이다. 트럼 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하기만 하고 스스로의 방 어에 힘쓰지 않는다는 비판적 시각을 가졌고, 한미 동맹도 예외가 아니 었다. 그러나 이번 방한에서는 한미 동맹이 군사 동맹을 넘어서 문화에 서부터 첨단 과학기술과 의료 그리고 교역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동맹이 며, 지역적으로는 한반도를 넘어서 인도-태평양에까지 이르는 동맹이라 는 언급이 있었다. 이는 한미 양국 관계의 다면적 우호협력 관계를 바탕 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인도-태평양을 아우르는 지역 전략에 한 국의 동참을 간접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북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백악관이 아시아 순방 전 백악관 홈페이 지에 게재한 현안 브리핑자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 중 행할 가장 중요한 두 연설 중 첫 번째로 꼽았던 8일 국회 연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이전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일반화, 객관화하여 논하였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을 위협을 하고 있고, 자신이 얼 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감정적으로 표출하며 북한 문제를 핵·미사일 문 제로 국한시켜 왔다. 이에 비해 국회연설에서는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유린 문제를 개별적 사례를 들어가며 언급하고, 정권차원에서 인류 보편의 가치를 위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북한 문제를 군사적 차원에서 인류애와 문명의 차원으로 전환한 것이다. 또한 모든 책임 국 가들이 이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기존의 미국과 북한간 대결 구도의 틀에서 벗어나 국제적 공조의 틀에서 문제 해결을 추구하겠 다는 인식을 보였다.

이 같은 동맹과 북한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 전환은 우리 정부에게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할 수 있는 전환점의 단초로 작 용할 수 있다.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이제 우리 정부가 떠 안은 과제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여 한반도 안정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의 수동적이며, 반응적인 대북정책에서 벗어나 주도적이며 선도 적인 대북정책을 펼쳐야 한다. 북한이 스스로 변화하기를 기대하던 ‘전 략적 인내’와 같은 접근법이 아닌 북한이 변화할 수 있도록 외적 압력과 내적 압력을 동시에 가할 수 있는 접근법을 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 정은 미국과 충분한 숙의를 거쳐 철저한 공조의 기반위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북한 문제는 미국이나 한국 어느 한 국가가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에는 이미 너무 큰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북한에 대해 다면적 정책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실존하는 상황에서 대북 군사적 억제력을 강화해야 하지만 대북 정책이 군사적 억제력 강화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 조한 보편적 인류애를 고리로 국제사회와 공조하여 외교적 노력을 기울 여야 한다. 아울러 스포츠, 문화와 같은 비정치적 대북접근도 동시에 시 도해야 한다. 내년 평창 올림픽은 이런 다면적 정책 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셋째 우리에게 필요한 합리적 대북 정책은 현재의 비용편익과 미래의 비용편익을 함께 고려한 정책이어야 한다. 북한 문제를 방치하면 할수록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자각이 필요하다는 뜻이 다. 합의를 위한 합의, 협상을 위한 협상은 물론 지양해야 한다. 그러나 상대방이 얻을 이익이 두려워 협상을 피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양 보는 협상의 한 부분일 뿐이지 동의어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한미 양국 간에 동맹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의 공유가 필 요하다. 미국은 인도-태평양을 하나의 권역으로 아우르고 역내에서 자유 와 민주주의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들을 한데 묶는 정책에 시동을 걸 었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밝혔듯이 우리 정부는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시도의 일환으로 중국, 러시아 등에 대한 적극적 관계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두 국가가 지향하는 외교정책의 추진과정에 서 상호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의 소지가 발생하는 상황을 방지하고자 하면 양국이 미래의 비전에 대해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 전쟁 이후 6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미 양국은 많은 고난과 시련을 함께 겪어왔다. 실패도 있었고 갈등도 있었다. 북한 핵문제는 대 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실패했다고 해서 실존하는 문제를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하는 것은 더 큰 실수라는 점도 배웠다. 대화와 소통의 부족이 어떠한 오해를 낳는지도 경험하였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 이다. 현재 한반도의 위기와 긴장이 이전의 어떤 시기보다도 크다는 것 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넓게 보면 위기가 큰 만큼 기회도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바꿀 것이냐는 우리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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