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6차 핵실험 이후,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나?, 세종연구소 세종논평>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북한의 6차 핵실험 성공 발표 이후 한반도 안보는 기로에 서게 됐다. 북한은 지난 9월 3일 오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정은의 핵무기연구소 현지지도와 함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 할 수소폭탄 사진을 최초로 공개했다. 

그리고 이어서 북한 시간으로 낮 12시(한국시간으로 낮 12시 30분)에 ‘ICBM 장착용 수소탄’을 가지고 제6차 핵 실험을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6차 핵실험으로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레드라인(ICBM에 핵 탄두 장착)에 근접했고, 북한의 핵미사일은 이제 미 본토를 위협할 게임체인저가 될 때가 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사회는 예상보다 빠른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 속도에 놀라고 있다. 북한은 핵탄두 재진입체 기술을 제외한 탄두 소형화, ICBM 능력에서 거의 완성 단계로 평가되지만 아직 핵장착 ICBM으로 미 본토를 직접 공격하기엔 미달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현 추세라면 북한은 1~2년 내에 관련 모든 기술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 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거의 종착점을 향해 치닫는 가운데 한국은 과연 어떻게 대응할 것 인지 논란이 뜨겁다. 

핵은 재래식 군사력과 비교가 불가능한 절대무기요, 대표적인 비대칭 무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회 내에서 북한 핵에 대응한 한국의 핵 옵션 주장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이 취할 수 있는 핵옵션 중 대표적인 것은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와 한국의 독자적 핵개발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전술핵 재배치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북한의 핵개발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균형이 기울어진 만큼 비대칭 전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전술핵 재배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더 나아가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은 자위적 인 차원의 핵보유를 넘어서서 ‘핵강국’이 되는 것 을 목표로 하고 있고 있기 때문에 6자회담 등을 통한 북한 비핵화 전망은 매우 어두운 실정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실현가능성이 희박 한 북한 비핵화보다 독자적 핵무장을 통한 북한 핵 위협의 관리라는 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독자 핵개발은 NPT 위반이지만 전술핵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내 여론은 전술핵 재배치를 더 선호하는 것으 로 보인다. 전술핵무기로 신속하게 핵 균형을 확보 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시간적 여유를 가진 상태에서 킬체인 (Kill 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의 북핵 대응력을 강화해 나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로 남북한 비대칭 전력이 북한 우세 쪽으 로 기운 상황에서 전술핵무기는 한반도의 군사력 균형을 회복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전술핵 반대 측은 우리 스스로 비핵화를 포기할 경우 북한에 핵포기를 촉구할 명분도 사라진다고 우려한다. 또한 이는 북한의 안보위협 인식을 심화시켜 결국 북한의 핵 개발을 가속화시 키고 남북 간 핵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는 것이다. 

불과 1~2시간이면 날아올 수 있는 미 군의 ‘핵우산’ 전력이 많은데 전술핵을 또 재배치 한다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더 고조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지난 역사에서 인류가 어 렵게 성취한 핵비확산의 성과를 퇴색시키는 동시 에 한반도는 영원히 핵에 의한 ‘공포의 균형’ 속에 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전술핵 재배치를 위한 물리적, 정치적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전술핵은 단순히 기존 군사기지에 둘 수 없고 별도의 보안시설과 고도로 훈련된 인원을 필요로 하며, 이는 한국에게 막대한 비용과 엄청난 기회비용을 요구할 것이다. 

전술핵 재배치 시 사고 및 우발적 충돌 위험 증가, 동북아의 핵군 비경쟁 유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여러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한 유사시 북한의 선제타격 타겟이 되는 리스크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중·러의 반응, 특히 중국의 반발은 사드 보복의 수준을 훨씬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한다 해도 미국을 겨냥한 전략핵에 목을 매는 북한의 행태가 바뀔 가능성은 적다. 사드 배치 과정에 서 보듯이 전술핵을 어디에 둘지를 둘러싸고 한국 내의 극심한 분열도 우려된다.

더 큰 어려움은 미국이 동의할 것인지 여부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전술핵 재배치 촉구를 위해 방미한 야당 국회의원들은 귀국 기자회견 보도자료에서 “미 국무부의 경우 한국민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미국이 아직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역내 긴장 고조를 우려해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전술핵 관련 논란을 미국 핵비확산 정책의 근본적 변화로 보기엔 시기상조 이며, 미국은 여전히 핵비확산 정책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 려면 미국의 현 비확산 정책을 역전시킬 정도의 정당성(legitimacy)이 있어야 하며, 한국에 대한 재 보장(reassurance)이 목적이라면 다른 방법을 찾는게 바람직하다는게 미국의 전반적 분위기이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한반도의 전술핵은 미 정책결정자들이 흔히 말하는 ‘모든 옵션’ 중 하나로서, 중국에 보내는 시그널이라는 측면이 더 크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전술핵 재배치는 가능성이 낮을뿐더러, 유지관리에 한국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엄청난 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전술핵 재배치보 다는 핵잠수함 등 핵심전략자산의 전진배치가 오 히려 설득력 있는 조치로 생각된다. 

현재의 전술핵 논란은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한국인들의 격앙 된 반응이라는 측면이 크며, 국제사회에 ‘한국은 결국 핵무기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줄 뿐이다. 

또 한 한국에서는 전술핵을 지지하는 여론의 쏠림 현 상이 상당하지만 정작 미국내에서 전술핵 논의는 정치적 임팩트가 거의 없고 관심도 없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렇다면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한국은 원칙적으로 우리의 생존을 확보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한다는 자세를 견 지하되, 핵 옵션은 이런저런 시도가 절망적으로 불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추진 하는 것이 옳다. 

다시 말해 한국의 안보를 확보하 면서도 장기적으로 비핵화는 포기하지 않는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전술핵 재배치나 독자 핵개 발은 어쩌면 가장 손쉽고 편히 할 수 있는 주장이다. 북핵에 위협을 느끼는 국민들의 안보불안으로 인해 호응을 얻기 수월할 뿐더러 핵무기 대 핵무기라는 직관적이고도 단순한 균형이 설득력을 갖 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반도의 비핵화를 완전히 포기한게 아니라면 한국의 핵 옵션은 외교·경제적 수단을 소 진한 다음에 최후의 방안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 직하다. 

대북 군사행동의 과도한 위험성을 감안한 다면 남는 건 결국 외교·경제적 해법이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은 모든 외교·경제적 수단을 다 시도했는가? 외교 분야에서는 미북간 직접 대화, 혹은 중국의 본격적인 북한 목조르기가 아직 남았 다. 경제 분야에서는 대북 원유공급 중단이나 본격 적인 2차 제재(secondary boycott)도 시도해보지 않았다. 

북한에 대한 최고의 압박을 성사시키기 위 해 지금은 관련국 모두가 북한에 대한 ‘글로벌 차 원의 압박공세(global pressure campaign)’에 힘을 모을 때다. 미국 국무부 비확산 부서에서는 미국의 정책이 북한 핵실험을 막지는 못했지만 나름 대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특히 중 국의 협조를 어느 정도 견인하는 데 성공했고,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공개는 안 하지만 많은 친북 국가들이 대북 제재와 압박에 협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은 제대로 된 대북 압박전선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미국의 확장억지 신뢰성을 제고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전술핵보다는 KAMD에 더 투자하거나 지상배치 이지스(Aegis-ashore), 혹은 SM-3를 구매하는 데 투자하는 게 더 합리적일 것 으로 생각된다.

남북이 모두 핵을 갖게 되면 우리는 공포의 균 형을 넘어 공포가 일상화되는 상황 속에서 살게 될 것이 분명하다. 

조건부 핵무장 찬성론자들은 남 북이 핵을 갖게 되면 대등한 조건에서 비핵화 협 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략적 수준까지 핵과 미사일 역량을 확보한 북한이 한반도의 전술핵과 교환해 핵을 포기할지는 매우 의문이다. 

한반도의 적대적 구조가 존재하는 한 조건부 핵무장 과정을 되돌려 성공적 비핵화 협상이 타결 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핵을 가진 북한은 결국 미· 북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미·북 수교를 요구하는 수순으로 나올 것이 뻔하다. 

한국은 동결 입구론에서 출발해 핵폐기 출구론을 희망하지만, 북한의 계산에 핵폐기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핵을 가진 인도와 파키스탄이 서로 합의하여 비핵 화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지금도 크고 작은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점은 우 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도 주권국가로 서 당연히 핵무장을 선택할 수 있지만 아직은 그 때가 아니다. 핵무장이라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기 전에 다시 한번 심사숙고하는 자세가 필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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