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ICBM 보유가 갖는 전략적 함의, 한국국방연구원>

(천명국 한국국방연구원 현역연구위원)

북한의 ICBM 개발 의도

최근 장거리 탄도미사일 능력 확보를 향한 북한의 행보는 어느 때보다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7월 감행한 2회의 화성-14형 (ICBM) 시험발사와 8월 9일 화성-12형(IRBM)을 이용한 괌 포위사격 위협 은 국제사회에 대한 중대한 도발이자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 주되고 있으며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상황을 심각하게 고조시키는 요인 이 되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능력 확보 와 더불어 오랫동안 탄도미사일 개발에 주력하여왔으며 그 결과 단·중거 리미사일(SRBM·MRBM)을 실전 배치하였고,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완성을 앞두고 있다.

70년 이상 남한과 대치상태에 있는 북한은 남한 전역은 물론 주변국 일 본을 포함하여 괌 지역까지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능력 확보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ICBM을 보 유한 국가는 미국을 포함하여 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 글로벌 패권을 다 투는 주요 강대국들이다. 즉 주요국들은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상대를 견 제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ICBM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 글로 벌 패권 경쟁을 벌인다는 것은 엄청난 국력 차이를 감안할 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미국과의 전면전은 의심할 바 없이 북한에게 파멸적인 결 과를 초래할 것이다. 또한 ICBM 개발은 수많은 기술적 난제를 극복해야 함은 물론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수반하는 일이다. ICBM 확보를 통해 단순히 미국을 군사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할 목적이라면 북 한은 효과 대비 과도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이 ICBM 개발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데는 숨겨진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북한의 ICBM 기술 수준

북한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우주 개발을 명분으로 장거리미사일 개발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1998년 8월 대포동 1호(북한명 광명성 1호) 시험발사 후 2016년 초까지 인공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를 지속하였다. 그러다 2016년 이후부터 북한은 노골적으로 군사적 목적의 장거리미사일 개발을 선언하고, 대기권 재진입체 삭마(ablation) 시 험을 비롯하여 ICBM용 대출력엔진 시험 등을 공개적으로 실시하였으며 각종 열병식(military parade)을 통해 장거리미사일을 공개하였다. 2017년 들어 북한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있던 장거리미사일 능력을 본격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북한은 3월 획기적 성능을 가진 ICBM용 신형 대출력엔진 시험에 성공하였다고 주장한데 이어 5월 신형 엔진을 장착한 중장거리미 사일(IRBM) 화성-12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함으로써 ICBM 개발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7월에 이르러 북한은 ICBM급인 화성-14형을 2차례 고 각사격 방식으로 시험하였으며 2차 발사에서는 약 10,000km까지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북한의 ICBM 기술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로켓엔진의 성능 및 신뢰 성, 재진입체 기술, 탄두 제어·유도 기술 등에 대한 기술적 분석이 필요하 다. 다수 미사일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로켓 엔진의 성능, 즉 사거 리 측면에서 화성-14형은 ICBM으로서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이나, 엔진 의 신뢰성, 재진입체 기술, 탄두 제어·유도 기술 측면에서 보완 및 추가 시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준 기술 진 전 속도를 감안 시 1~2년 내 이들 분야에서도 기술적 성취를 이룰 가능 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의 ICBM 보유가 갖는 전략적 함의

화성-14형 시험발사에 대해 북한의 김정은은 ‘미 본토 전역이 미사일의 사정권 내에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미국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서’ 임을 언급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미국에 보여주고자 했다는 의미이다. 특히 핵탄두를 장착 한 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선전매체인 조선신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입안자들이 북한에 대한 전략적 시각을 바꿀 때까지 탄도탄 세례가 계속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이는 ICBM 보유를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하겠다는 의 미로 보인다. 이처럼 명시적으로 밝힌 것 외에도 북한은 ICBM을 다양한 전략목표 달성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ICBM 보유가 갖는 전략적 함의를 살펴보면, 첫째 ICBM은 효과 적인 대미억제 수단이 될 수 있다. 북한의 단·중거리 미사일은 한국과 일 본, 그리고 주한·주일미군을 위협하는 수단이나, ICBM은 미국 본토의 시 민들과 미군 전력을 직접 위협할 수 있다. 현재 미국에 대해 직접적인 위 협을 가할 수 있는 국가는 지구상에서 러시아와 중국이다. 북한이 핵탄두 를 탑재한 ICBM으로 미국 본토를 위협한다면 미국의 직접적인 대북 군 사개입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대북정책 수단으로서 미국의 군사적 옵 션이 더욱 제한됨을 의미한다.

둘째, 효과적인 한미동맹 분리 수단이자 미국의 對韓 확장억제를 약화시 키는데 활용될 수 있다. 한미는 1953년 이래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하여 연 합작전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핵심전력은 유사 시 미 본토에서 증원되는 전력이다. 증원전력에는 핵전력을 포함한 확장억제수단도 포함된다. 북한 은 ICBM 능력을 활용하여 본토의 증원전력이 한반도에 전개되는 것을 차단하려 할 것이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억제의 근간으로 작용 하는 미 확장억제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유사 시 북한 지도부의 오판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는 한반도에서 전쟁 억제력의 약화를 초 래하고 불안정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한반도의 불안정 상황은 주변국들 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핵문제 해결 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셋째, 미국의 대북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북한의 ICBM 보유는 미국의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일종의 ‘Red Line’으로 트럼프 정부는 이를 저지하게 위해 최대의 압박과 제재로 대응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의 행동을 저지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가용한 정책적 옵션이 모두 소진되고 군사적 옵션만 남게 되었을 때 전쟁 으로 나아갈 것인지 대북정책을 전환할 것인지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전쟁은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이다. 결국 선택지는 대북 정책의 전환일 것이다. 이 경우 한국이 우려하는 것은 소위 ‘Korea Passing’ 내지 북한의 대남전략인 ‘통미봉남(通美封南)’ 상황이다. 한국으로서는 원치 않는 한반도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넷째, 향후 미국을 상대로 하는 군축협상에서 유용한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 북한은 핵무기 포기를 요구하는 비핵화 협상에는 관심이 없음을 반 복적으로 밝힌 바 있다. 대신 한반도에서 핵위협 감축을 위한 핵 군축협 상을 미국에 요구해왔다. 김정은 정권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핵·미사 일 능력이 지속적으로 고도화된다면 핵 군축협상 만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남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ICBM을 협상의 레버리지로 활 용하여 여타 핵능력을 기정사실화하고자 할 것이다. 그동안 북한이 추구 해 온 ‘사실 상 핵보유국’ 목표를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북 한의 노림수가 북미협상을 통해 단기간 내 달성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 이러한 접근전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있다. 한국으로서는 핵으로 무장한 북한의 존재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으며, 이는 국제 핵확산체제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ICBM 기술이 확산될 가능성이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지속된 다면 북한 경제는 장기간에 걸쳐 타격을 입을 것이다. 북한 정권은 과거 에도 그랬듯이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탄도미사일 개발을 추구하 는 국가를 대상으로 미사일 기술을 수출할 가능성이 높다. 불량국가들에 게 북한의 ICBM 기술이 흘러들어갈 경우 글로벌 안보는 더욱 큰 위협에 처하게 될 것이며 이는 한반도 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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