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대 IFES현안진단, “4.27 판문점선언 2주년, 한반도에도 봄은 오는가?” 김동엽 교수

판문점 선언이 있은 지도 벌써 2년이다. 그해 한반도 봄은 유난히 따듯했다. 봄에 씨를 뿌렸으니 가을걷이도 있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풍성한 한해를 보냈다. 그러나 1년 만에 맞이한 4.27엔 봄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또 한 번 4.27의 계절이 돌아왔지만 봄이 왔다는 것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비단 코로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과연 4.27 없는 한반도에도 봄은 오는 것일까?

4.15 총선 결과와 남북관계의 봄

4.15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했다. 벌써부터 4.15 총선 결과가 남북관계에 봄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분명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에 힘이 실릴 것이다. 동시에 남북관계 추진에 더 많은 장애물이 생기게 될지도 모른다. 최근 불거진 김정은 위원장 건강이상설이 정부 발표도 아랑곳하지 않고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하게 유포‧확산되었다는 점에서 4.15 총선 결과에 따른 남북관계 진전 가능성을 달갑지 않게 보는 이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지금 남북관계는 4.15 총선의 결과가 아니라 2018년 4.27 판문점선언 이후 지난 2년간 과연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겸허히 되돌아보고, 북한이 2020년을 어떻게 ‘정면돌파’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관계에 따뜻한 봄을 되찾고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젖힐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남쪽이 보여주고 북쪽이 가진 이행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반대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진전이 없는 것은 남북 간 믿음과 신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은 우리가 원한다고 남북관계에 나설 상황이 아니다. 북한은 금년에 경제개발 5개년 전략 성과거양을 위해 정면돌파전을 통해 잘 마무리하고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행사를 성공적으로 거행, 2021년 제8차 당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 마저도 코로나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북한은 남북관계에 나설 시간적 물리적 여력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대선 국면과 코로나 사태로 인해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기 어렵다. 2020년 북미대화 재개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설령 북미 관계가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쉽게 진행될 것이라고 낙관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설령 미국이나 대내적으로 대북정책 추진에 있어 지금보다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대북정책의 자율성에 대한 명확한 신뢰를 보이지 않는 한 북한이 또 다시 무리한 모험을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또한 신뢰조성은 미국의 변화와 유연한 절충이 없는 한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19와 남북협력

코로나 국면의 장기화와 미 대선이 겹치면서 북한 문제가 국제사회의 관심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로 한차례 관심을 끌었지만 단발성이다. 코로나 사태는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처럼 남북관계에 중요한 변곡점이나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코로나 상황에 대한 불확실한 정보와 예측만으로 지원 협력 등의 성급한 접근은 조심해야 한다. 북한 스스로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이상 사실 여부를 떠나 북한이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되어 통제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지 않는 한 공개적으로 대외적인 지원을 요구하거나 협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히려 포스트 코로나를 염두에 둔 지속가능한 국제 공동대응의 틀 속으로 북한의 참가를 유도해 나가는 방식이 유효할 수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신종 바이러스는 이미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공통적인 안보문제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K-방역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우리는 모범적인 대응을 하였다. 그러나 앞으로 생길 예측불가능한 상황을 생각한다면 누가 누구를 지원하고 지원받는 문제가 아니다. 세계의 모든 국가가 동등한 입장과 자격으로 국제공조시스템에 참여하여 함께 방역하고 공동으로 연구해 나가야한다. 향후 국제사회 안보문제에 대한 대상과 영역이 확대되고, 대응 방법과 공간 역시 국가별 차이나 위계 없이 동등하게 확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제재의 틀 속에 갇힌 북한의 참여와 변화의 틈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군사문제

남북관계에 있어 코로나 보다 걱정스러우면서도 역설적으로 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군사분야이다. 총선 이후 코로나를 앞세운 남북보건의료협력이나 철도협력 등을 중심으로 남북관계 개선돌파를 위한 대내외 분위기 및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있다. 그러나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활동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북한은 코로나로 인해 달성하기 어려워진 경제분야 성과를 안보분야에서 상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북극성 3형(SLBM) 잠수함 시험발사, 신형엔진(ICBM 고체) 출력 시험, 7~8월 하계 군사훈련 기간 중 신형단거리전술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및 전력화, 당 창건 75주년(10.10) 전후 인공위성 발사 및 기념 군사퍼레이드에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ICBM/신형고체엔진) 등 신무기 공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코로나 이후 여전히 한미연합훈련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에서 전략무기를 비롯한 신무기 개발과 군사훈련 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이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경제적 측면보다 오히려 남북관계 재개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4.27 판문점선언 생명선과 K-peace

돌이켜보면 2017년 말까지 한반도 정세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전쟁의 공포마저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남북한 주민들에게 일상의 평화로움이 주는 안심과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었다. 4.27 판문점선언의 생명선은 바로 믿음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평화이다. 국민들 모두가 평안함을 느낄 수 없다면 판문점선언의 생명은 위태로운 것이다. 2주년을 맞이해 판문점 선언에 다시금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남북정상이 맺은 판문점선언 합의사항 이행을 우리가 선제적이면서도 적극 준수·이행해 나갈 것을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 총선 결과를 내세워 성과주의에 연연해 남북이 상호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갇힌 남북관계에서 벗어나야한다.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우선 남북관계에서 발생 가능한 한미 간의 갈등 요소와 남남 갈등을 제한된 손상(Limited Damage)으로 유도하여 빠른 회복력을 보일 수 있도록 선제적 논의 및 관리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동의를 확보하여 남북관계 재개의 법적 근거를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여전히 냉전이 남아 있는 동북아의 중심 한반도에서 우린 이미 2년 전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시대 개막을 선언했다. 이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져 마지막 냉전시대의 종식을 알렸다. 마지막 냉전시대의 종식을 알렸다. 그러나 한반도에서만 전쟁이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고 해서 우리의 삶에 평화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반도에 보다 항구적이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이제 더 이상 전통적인 안보관에 입각한 ‘평화 지키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코로나 사태의 경험에서와 같이 비전통적 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어 전 지구적 차원의 ‘적극적 평화 만들기’를 실천할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 보여준 K-방역을 넘어 지난 3월 1일 대통령이 강조한 비전통안보 개념과 결합한 K-peace로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 비전통적 안보분야는 제재 국면에서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해 줄 수 있다. 한편 동북아 지역의 경제와 안보가 연계된 상호의존적 전략을 추진하는 역할도 가능하다. 한반도와 세계 평화의 중심에 우리가 있다. 그 전에 4.27 판문점선언을 다시 살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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