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합리적 수준의 방위비 인상은 필요"

한미 수석대표인 정은보 대표와 제임스 드하트 대표 (사진=외교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전문가들은 미국의 지나친 분담금 인상 요구를 접고 협정 유효기간을 확대해 신속히 마무리하자고 주장했다.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25일 “미국과 한국이 합리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한 데 대해 우려하고 실망한다”며, “신속히 해법을 찾지 않으면 동맹에 상처를 낼 것”이라고 VOA에 말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결렬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험 속에서 방위비 협상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두 나라 간 더욱 빠른 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반도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전직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합리적 수준의 방위비 인상이 필요하다는 기본 전제에는 동의했다.

서먼 전 사령관은 “시간이 갈수록 해외주둔 미군 경비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다”며, “한국은 분담금 인상에 더욱 긍정적이고 주도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에는 “미군을 해외에 주둔시키는 데 따르는 비용 편익 총액을 산출하는 공식을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고 조언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요구는 한도를 한참 넘은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어떤 동맹보다도 군비를 많이 투입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한국이 미국의 다른 동맹들과 비교해 이미 자신의 몫을 다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분담금을 어느 정도 인상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싱턴에서는 미국이 ‘역사적 동맹’인 한국에 과도한 방위비 부담을 지워서는 안 되며 ‘적정선’에서 타결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압박이 북대서양조약기구를 넘어 전 세계에 걸쳐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그러면서 방위비 분담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는 유럽의 여러 나라와 한국을 함께 엮는 것은 오랜 동맹으로서 한국의 독보적 위치와 기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한국은 언제나 미국에 협조해왔고 경제 성장을 할 때마다 분담금을 늘려왔다”며, “한국을 노르웨이나 네덜란드, 독일 등과 동일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벡톨 교수는 “한국은 언제나 합당한 만큼의 비용을 분담해왔다”며 “그중에서도 캠프 험프리스 건설비용으로 95억 달러를 지원한 것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미연합사령부(CFC)를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동맹을 위한 한국의 기여는 매우 강력했고 미국과의 분담금 협상에서 이 점이 주목받아야 한다”는 설명했다.

아울러 “당초 미국이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분담액 50억 달러는 주한미군 유지 비용을 훨씬 넘어서는 금액으로 보수, 진보의 차이를 떠나 한국 국회의 승인을 받을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현 수준 보다 늘릴 수 있지만, 미군 주둔에 드는 점진적 증가액 이상을 부담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미 간 첫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체결에 관여했던 코브 전 차관보는 “미국이 주한미군 유지를 위한 실제 비용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고 지적했다.

코브 전 차관보는 “방위비를 자선활동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며 “주한미군은 결국 미국의 안보를 지키는 데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실리적으로 보더라도 “주한미군을 귀환시킬 경우 이들을 제대시키지 않는 한 미국은 더 많은 유지 비용을 들여야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1년 단위로 갱신하면서 갈등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보고, 유효기간을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서먼 전 사령관은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의 유효기간을 최소 5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처럼 1년마다 갱신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고 협상을 지나치게 오래 끌면서 동맹과 긴장을 유발한다”는 지적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도 “안정을 회복하고 이번과 같은 위기가 매년 반복되지 않도록 방위비 분담금 협정의 유효기간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코브 전 차관보는 금액은 올리되 현재 1년 단위인 협정 유효기간을 확대하는 안을 ‘윈윈(win-win)’ 해법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유효기간을 5년으로 설정하고 분담금을 현행 10억 달러에서 20억 달러로 늘리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또 다른 문제는 방위비 산출 근거, 향후 사용 내역, 예산 투입으로 발생하는 기회비용 등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은 채 대폭 늘어난 요구액만 일방적으로 제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애초 50억 달러로 알려졌던 미국의 요구액에 관해 미국 정부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한국이 요구받는 분담금 내역은 미국민들에게도 알려지지 않았으며, 여기에는 미국 정부가 반드시 답변해야 할 여러 모순이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베넷 연구원은 “한국이 40억 달러를 추가로 분담할 경우 410억 달러 상당의 현행 국방예산에서 충당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은 한국 국방비의 10%에 달하는 금액을 주한미군 경비에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 재무부로 귀속돼 다른 용도로 쓸 것인지 우선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후자의 경우라면 미국은 한국 국방예산을 10% 감축하는 데 찬성한다는 뜻이냐”고 반문하면서, “점증하는 북한의 핵 위협에 처한 한국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 국방예산 감축은 역사적으로 군사 장비 개발과 조달 부문에서 이뤄져 왔다”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결국 미 군수업체로부터 구매를 줄이거나 취소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미국은 한국이 추가 부담할 방위비를 미 군수업체에서 발생할 이런 손실을 상쇄하는 데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해당 군수업체들의 대량 해고로 이어지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베넷 연구원은 “국무부가 방위비 산출 내역과 사용처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며, “인상 근거와 구체적 계획이 첨부될 경우 한국 정부도 자국민에게 무엇을 얻고 무엇을 포기하는지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정보가 제공되고 받아들여질 경우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의 유효기간은 반드시 5년 단위로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방위비 협상을 즉각 중단하고 분담금을 앞으로 2년 동안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데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위기와 북한에서 야기될 실질적 위협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맥스웰 연구원은 "방위비 분담금 동결은 동맹 간 안정을 유지하고, 두 나라가 코로나바이러스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며, 적절한 시기에 협상을 재개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위비 동결이) 가장 중요하게는, 한미 군사 동맹이 전쟁과 도발,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로 인한 불안정 등 전 영역에 걸친 북한의 잠재적 위협에 대처할 준비태세를 유지하게 해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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