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논평> 북한의 괌도 포위사격 위협 의도와 한반도 정세 전망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지난 7월 북한의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후 8월 5일(현지시간)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광물, 수산물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북 제재 결의 2371호를 채택하자 북한이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계속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먼저 지난 8월 7일 ‘공화국 정부 성명’을 발표해 미국이 북한의 자주권과 생존권, 발전권을 말살하는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를 조작해낸 이상 ‘단호한 정의의 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후 북한은 각 지역별, 주요 기관별로 ‘정부 성명’을 지지하는 군중집회를 개최하면서 ‘반제반미대결전’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은 대내적으로 체제결속을 도모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미국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대미 군사 위협 수준을 높이고 있다. 지난 8월 8일에만 해도 북한은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과 인민군 전략군 대변인 성명을 동시에 발표했다.

북한은 먼저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이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핵무기들을 보유한다면 대통령의 시각에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북한의 핵공격능력을 제거하기 위한 새로운 예방전쟁을 포함한 모든 군사적 선택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언한 사실을 비난했다.

그리고 미 국방장관과 합동참모본부 의장, 합동특수전사령관 등이 언급한 ‘참수작전’, ‘대북선제타격’, ‘비밀작전’, ‘내부교란작전’, ‘특수작전’에 대해 북한식의 선제적인 보복작전, 정의의 전면전쟁, 북한식의 보다 앞선 선제타격, 전민항전 등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전략군 대변인 성명을 통해서는 미국이 동월 2일 평양까지 도달 가능한 ICBM ‘미니트맨3’를 시험발사한 것과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 B-1B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 출격한 것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리고 북한군 전략군이 미국의 핵전략폭격기들이 배치되어 있는 앤더슨공군기지를 포함한 괌도의 주요 군사기지들을 제압 견제하고 미국에 엄중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해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으로 괌도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괌도 포위사격방안이 작성되어 곧 최고사령부에 보고되어 김정은이 결단을 내리면 “임의의 시각에 동시다발적으로, 연발적으로 실행될 것”이라고 미국을 위협했다.

이 같은 북한의 위협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8월 8일(현지시간)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솔직히 말해 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북한은 이에 반발해 다시 9일 김락겸 전략군 사령관 명의의 발표를 통해 “우리가 발사하는 ‘화성-12’는 사거리 3천356.7km를 1천65초간 비행한 후 괌도 주변 30~40km 해상 수역에 탄착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리고 전략군은 8월 중순까지 괌도 포위사격 방안을 최종 완성해 김정은에게 보고하고 발사대기 태세에서 명령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이처럼 ‘괌도 포위사격’이라는 매우 공격적이고 도발적인 카드를 꺼내든 의도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북한이 미국에서의 ‘예방전쟁’과 ‘선제타격’ 등의 논의에 두려움을 느껴 북한도 미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괌도 포위사격 방안’ 검토 계획을 발표한 후 미국에서 대북 군사적 옵션에 대해 신중론이 확산되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북한은 의도했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북한은 이번 ‘괌도 포위사격 방안’ 검토 입장으로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시 괌의  미국 전략자산들이 한반도에 전개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그러므로 북한이 향후 워싱턴DC와 뉴욕까지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보유하게 되면 김정은 정권은 미 동부 도시들에 대한 사격 방안까지 수립해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시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려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군 전략군 대변인 성명 발표로 촉발된 군사적 긴장은 8월 14일 김정은이 괌도 포위사격방안에 대한 김락겸 사령관의 보고를 청취하고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면서 일단 진정국면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북한이 ‘괌도 포위사격 방안’을 수립해 김정은에게 보고했다고 발표했지만 향후 이 같은 방안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것은 첫째로 북한 미사일의 정확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 미사일이 괌도에 떨어진다면 이는 북한이 의도하지 않았던 전쟁이나 미국의 ‘참수작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북한이 미국과 전면전을 벌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괌에 대한 포위사격을 강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로 만약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모두 미국에 의해 요격된다면 북한 미사일이 미국에게 실제적으로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것과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우수성을 입증해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로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미국이 하나라도 요격하지 못한다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미국의 방어능력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미국의 위신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북한이 괌도에 대한 포위사격을 강행하지 않더라도 향후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은 쉽게 완화되지 않을 전망이다. 8월 21일부터 31일까지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예정되어 있어 북한은 이때 또다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

그리고 김정은은 ICBM을 실전배치하기 전까지 앞으로도 여러 차례 시험발사가 필요하므로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수소폭탄 개발과 핵무기 소형화를 위해 추가 핵실험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북한이 ICBM을 실전배치하게 되는 상황에 도달하게 되면 이후 김정은 정권은 핵이 없는 남한에 대해 더욱 공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기 위한 군사행동에 나서면서 북한이 설정한 해상분계선을 인정하지 않으면 핵무기 사용도 불사하겠다고 위협할 수 있다. 그리고 서해상에서의 국지전이 확전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는 현실적으로 북한에 대해 유일하게 중요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북한이 핵실험과 ICBM 추가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핵동결 협상의 테이블에 나오도록 중국이 가지고 있는 수단들을 동원하는 것이 시급하다.

만약 이 같은 노력이 실패한다면 한국도 불가피하게 북한의 핵과 ICBM에 대응할 수 있는 군사적 억제력을 보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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