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IB총회와 한중관계 전망, 제주평화연구원>

(이호철 인천대학교 중국연구소 소장)

지난 6월 16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2차 연차총회가 77개 회원국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국제기구 대표, 국내외 금융·기업인 등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AIIB는 중국의 주도로 아시아 역내 국가들간 인프라 투자를 통해 ‘연결성’을 강화하고 경제성장을 촉진시킨다는 목표로 2015년 설립되었고, 우리나라는 중국, 인도, 러시아, 독일에 이어 5위의 지분율로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래의 그림 참조). 

AIIB는 무엇보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투자금융기관으로 출범하였다.

일대일로는 중국에서 출발하여 중앙아시아, 중동,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연결되는 운송 및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여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중국,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유럽과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해상교역로에 항만 등 인프라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공동발전을 이룬다는 ‘해상실크로드’로 추진되고 있는 야심찬 경제성장 프로젝트이자 지정학적 전략이다. 

아래의 그림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는 대륙으로 한반도와 중국의 동북지방으로 중국의 일대일로와 연결하고, 이를 일본을 통해 아시아·태평양으로 확장하는 지경학적 전략을 구상할 수 있다. 우리가 중국의 AIIB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동기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차총회 개막식에서 "남과 북이 철도로 연결될 때 새로운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완전한 완성이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전략적 구상의 의지였을 것이다.

해방 이후 70년이 지나도록 남북분단을 해소하지 못하고 섬 아닌 섬나라로 살아야 하는 우리로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통한 육상 실크로드와 일본, 동남아, 미국으로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하여 우리의 경제 영역을 확장하는 일은 절실한 시대적 과제일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진전을 이루고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우리나라가 대륙강국, 해양대국으로 거듭나야 하고, 우리의 대외전략과 외교안보는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실현하는 데에 맞춰져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외교안보가 추진해야 할 上策이다.

그러나 이러한 上策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진전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 따라서 남북관계가 개선되어야 한다. 또한 한중관계와 한미관계가 협력적이고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불행히도 지금의 현실은 이러한 낙관적 전제들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했던 ‘베를린 구상’이나 남북간 군사회담, 적십자회담에 김정은 정권은 무응답으로 나오고 있다. 북한의 ICBM 기술은 급기야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을 정도로 진전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로서는 사드 배치를 앞당기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한중관계는 다시 냉각되고 있다.

당분간 우리의 외교안보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下策에 매진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북한의 대칭적, 비대칭적 전략자산에 대한 군사적 균형을 복원시켜야 한다. 

사드 배치, 한미동맹의 핵전략 재배치를 포함하는 남북간 군사적 균형을 회복하는 下策에 우선할 수밖에 없다. 한미일 전략적 공조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하책은 당연히 한중관계를 더욱 경색시킬 것이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안보를 한중관계와 맞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달리 보면, 이러한 下策이 갖춰져야 上策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로마의 전략가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하책을 추진하는 동안 한중관계는 더욱 긴장되고 경색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이러한 사태의 핵심이라는 점을 우리는 중국에 이해시켜야 한다. 중국이 북한의 핵보유에도 불구하고 북한체제의 존속을 더 중시한다면 우리는 하책을 더욱 강하게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이해시켜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하책이 결코 그 자체로서 외교안보의 최종목표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가 아시아 전체의 평화번영에 기여하는 상책이 우리 외교안보의 궁극적 목표여야 하고, 중국이 이러한 우리의 상책을 공유한다면 한중관계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건강한 관계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SPN 서울평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