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백두산 재등정 의미와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전망>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0월 16일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등정한지 49일 만인 12월 3일, 이번에는 군마를 타고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 군종사령관들, 군단장들 및 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들과 함께 백두산을 등정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군 총참모장, 군종사령관들, 군단장들을 대동하고 백두산에 등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이는 김 위원장이 향후 군부를 더욱 챙기고 군사력 강화에 집중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은 백두산에서 “우리 당의 사상진지, 혁명진지, 계급진지를 허물어보려는 제국주의자들과 계급적 원쑤들의 책동이 날로 더욱 우심해지고 있다”고 강조함으로써 미국과 남한에 대한 강한 적대의식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번에 자신이 ‘백두산지구 혁명 전적지’들을 돌아본 것은 전당, 전군, 전민이 ‘제국주의자들의 전대미문의 봉쇄압박책동’ 속에서 혁명의 현정세와 환경, ‘혁명의 간고성과 장기성’에 따르는 필수적인 요구에 맞게 당원들과 근로자들 등 속에 ‘백두의 굴함 없는 혁명정신’을 심어주기 위한 혁명전통교양을 더욱 강화하는 사회적분위기를 세우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이 이처럼 미국에 대해 강한 적대감을 드러내고 불굴의 저항 의지를 보여준 것은 그가 조만간 밝힐 ‘새로운 길’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12월 3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결정서를 채택해 12월 하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북한이 일방적으로 ‘연말 시한’을 강조해온 점에 비추어볼 때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개최되면 북한은 미국의 대북 협상태도와 남한 정부의 대북 태도를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비핵화 협상 중단과 핵보유국 지위 강화 입장을 천명할 가능성이 높다. 2020년대의 시작을 앞두고 직전에 개최되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위성발사를 통한 ‘위성강국’ 건설 의지를 천명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2013년 3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핵 병진노선을 제시했고, 2018년 4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총력집중 노선을 제시한 것처럼, 2019년 12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새로운 길’을 구체화한 새로운 노선을 발표할 수도 있다. 

북한의 ‘새로운 길’은 이미 2017년에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토대에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양적 확대를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완성을 통해 추가적인 핵억제력을 확보하며, 중국 및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 및 과학기술에 기초한 자력갱생을 통해 ‘사회주의부강조국’을 건설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의 백두산 재등정에 군부 인사들이 대거 동행한 점을 고려할 때 북한 매체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선군정치’ 용어가 재등장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한반도 정세가 이처럼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데 한국정부의 외교․안보․대북정책 ‘컨트롤 타워’는 보이지 않고 정부가 근거 없는 ‘희망적 사고’와 낙관론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2020년대를 맞이하기 전에 한국정부의 외교․안보․대북 라인의 전면적 쇄신이 시급한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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