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전문가칼럼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현안진단, '격랑의 한반도, 우리가 주도하는 외교·안보의 길을 가자'
  • SPN 서울평양뉴스 편집팀
  • 승인 2019.09.05 21:56
  • 댓글 0
'격랑의 한반도, 우리가 주도하는 외교·안보의 길을 가자'
 
열강의 對한반도 공세
 
 미·일·중·러가 한국에 대해 거의 동시에 공세를 이어가는 기이한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그 출발점은 중국이다. 
 
 사드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중국은 관광과 투자, 인적 교류 등 전 방위 차원에서 한국에 대해 보복조치를 취한 바 있다. 그 탓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은 급감했으며, 롯데마트의 철수 등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직간접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중국의 보복조치로 인한 피해의 여진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중국 군용기는 수시로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하고 있으며, 금년 2월 23일에는 처음으로 독도와 울릉도 사이를 무단 진입했다. 7월 23일 중국은 러시아와 한반도 동해에서 사상 첫 공군 합동훈련을 실시했으며, 당시 러시아 정찰기는 2차례 독도 영공을 침범해 한국 전투기가 경고사격을 가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이후 타국의 군용기가 한국의 영공을 무단 침입한 것은 최초의 일이지만, 러시아는 사과는 물론 납득할 만한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문제 삼아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데 이어 8월 28일부터 한국을 수출관리 우대 대상국가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의 실행에 들어갔다.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적용 제외 조치 모두 안보적 신뢰와 깊은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차원이라는 일본의 해명은 근거를 찾기 어렵다.
 
 8월 22일 한국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군사정보보호협정은 국가 간에 안보적 신뢰관계를 기초로 군사기밀을 공유하는 협정으로, 일본이 한국에 대한 불신을 공개화한 상황에서 우리로서는 불가피한 조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과 동시에 미국 외교 안보라인의 핵심인사들의 입에서는 실망과 유감 표명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자제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미국의 행태는 계속됐으며, 심지어 “문재인 정부가 동북아 안보상황을 오해하고 있다”는 외교상 이례적인 표현까지 사용했다. 일본 정부 역시 미국의 입장에 적극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도 대남 공세로 돌아서는가
 
 2017년 11월 29일 화성 15형의 시험 발사를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발사를 중단했다. 그러나 금년 5월 4일 북한은 북한판 이스칸데르급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작으로 8월 24일까지 모두 9차례 단거리 발사체 및 탄도미사일을 집중적으로 발사했다. 뿐만 아니라 7월 23일에는 이례적으로 탄도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잠수함의 건조모습까지 공개했다.
 
 북한의 무력시위와 더불어 주목할 부분은 한국에 대한 비난이다. 7월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김정은 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자들이 세상 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며 공동선언이나 합의서 같은 문건을 만지작거리고, 뒤돌아 앉아서는 최신공격형 무기 반입과 합동군사연습 강행과 같은 이상한 짓을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대부분의 무력시위가 새벽 또는 이른 아침에 이루어 졌다는 점에서,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새벽잠을 설치지 않게 해드리겠다”고 한 언급을 뒤집은 점도 눈에 띈다.
 
 북한이 자신들의 무력시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운 F35A 스텔스 전투기 등 최신 무기 도입이나 한미 군사연습은 모두 미국과 관계가 있다. F35A 도입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계획된 사안이며, 한미 군사연습은 공세적 성격을 최대한 배제하고 축소된 형태로 진행된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비판은 전혀 납득되지 않는다.
 
 자신들이 원하는 남북관계의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북한 대남비난의 중요한 이유다. 북한 대남 비난의 행간은 남북관계의 전면 부정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대북제재와 외세를 의식해서 남북관계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이유는 장기교착 국면에 놓인 북·미협상에 있다. 한국 정부 비난에 집중하던 북한은 8월 21일자 노동신문에 게재된 “우리의 자위적 국방력 강화조치는 정당하다”는 제목의 개인 필명 사설을 필두로 미국에 대해 직접적인 비난을 시작했다. 이 시기는 비건 대북정책 특별 대표가 방한해 북한과 대화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이었다. 8월 23일에는 리용호 외상이, 같은 달 31일에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이례적으로 폼페이오 장관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특히 최선희 부상은 “북미대화에 대한 기대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들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떠밀고 있다”며 위협했다.
 
 반면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자제하고 있는데, 이는 북·미 비핵화 협상국면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 또는 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모두 단거리로 트럼프 대통령이 정한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남 비난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국면에 대한 불만을 ‘약한 고리’인 한국을 향해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북·미 관계가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남북관계 형성이 어렵다는 판단을 토대로 선미후남(先美後南)의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 비핵화 협상을 견인하려는 한국 정부에 제약이 발생한 셈이다.
 
우리식 외교·안보의 길
 
 주변 열강의 공세와 북한의 대남 비난 국면은 역설적으로 한국 정부가 주도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중·러의 공세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응한 국제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는 역내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자신들의 입장과 모순된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의 최근 대한 공세는 모두 북·미 비핵화협상과 한반도 안보정세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다. 말하자면 그들은 결과적으로 그들이 원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는 잘못된 전략선택을 하고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결정에 대한 미국의 반응 역시 대동소이하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구사에 있어서 한·미·일 안보협력은 그 출발점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불편한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문제는 사태가 이 상황까지 오게 방치한 미국 정부의 무책임이다. 미국은 일본의 반도체 관련 수출규제 조치와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막을 수 있는 두 번의 기회를 모두 방관하고 결과적으로 불가피한 조치를 선택하게 된 한국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모든 동맹은 상호간 안보적 이해관계에 따르는 것이며,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한국은 더 이상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정책에 자동적·수동적으로 편입되는 존재가 아니며, 자국의 이해관계 관철을 위해서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의 방위비 분담을 넘어 전액을 부담할 경우 주한미군은 동맹을 위한 지원군이 아닌 용병으로 전락할 위험성을 내재한다. 미국의 관료들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을 두고 한국 최고지도자를 거론하며 ‘실망’과 ‘안보적 오해’라는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하는 것은 동맹을 ‘실망’시키는 외교적 결례에 해당한다.
 
 한·미 동맹은 오랫동안 양국의 건설적인 관계에 기여해왔으며,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동아시아의 안보상황을 고려했을 때 향후에도 상당기간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 많은 한국인들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한국의 발전에 기여한 미국의 역할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이 방치될 경우 미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신뢰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우려가 있다.
 
 한·미 동맹과 한·중관계가 모두 필요한 우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우리에게 동참을 요구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이다. 미국은 이미 중국에 대한 즉각적 공격이 가능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아시아 배치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으며, 그 대상으로 한국이 포함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사드체계가 방어무기인데 비해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공격무기라는 점에서 중국의 반발은 그 정도를 예상하기 어렵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결정에 대해 찬반을 논할 때가 아니며, 한국 외교·안보전략의 근본적인 틀을 재검토하고 중장기적인 전략을 고민할 때다. 사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박근혜 정부 말기 국민적 공감대를 결여한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체결되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재연장 여부는 당면 한일관계 뿐만 아니라 한국 외교·안보의 중장기 전략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차원에서 신중히 고려되어야 할 사안이다. 이제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서있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토대로 우리의 정책적 행보를 가속화해야 한다. 외교·안보에 있어서 한국의 목소리를 당당히 낼 때이며, 어떠한 경우에도 국익을 관철하는 입장에 양보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레버리지로 한·미 신뢰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하며, 우리 주도의 외교안보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문재인 대통령이 금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한 ‘흔들리지 않는 한반도’의 초석이며, 그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문 대통령은 곧 임기 후반을 맞이하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숨고르기 국면에 놓여 있다. 향후 대북·통일정책은 단기적 성과주의를 지양하고, 중장기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선미후남(先美後南)전략에 대한 대응체제의 구축과 아울러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북·미간에 실질적인 초기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확고히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북한과 신뢰를 형성하는 직간접적 채널을 유지하고, 인도적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북핵문제를 포함해 한국의 외교·안보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국익우선의 흔들리지 않는 정책적 기조 하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한국 외교·안보의 길을 찾아야 할 때다.@

 

SPN 서울평양뉴스 편집팀  ysan777@naver.com

<저작권자 © SPN 서울평양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