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 논평] 북한의 생화학무기와 완전한 비핵화의 길

백진경, 전재성
 
EAI 동아시아연구원

편집자 주

북미 협상의 진척에 많은 기대를 가져온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동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신형 장사정포를 수 차례 발사하며 다시 한번 핵무력 증강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난관으로 남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핵무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화학무기도 포함합니다. 

백진경 EAI 연구원과 전재성 EAI 국가안보센터 소장(서울대 교수)은 "핵무기보다 개발비용이 저렴하면서 핵무기에 버금가는 즉각적인 군사적 위협"을 야기할 수 있는 생화학무기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생화학무기가 포함되지 않을 경우 큰 군사적 위협이 잔존하게 될 것이므로 진정한 평화 구축을 위해 "포괄적 협상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저자들은 제언합니다.

생화학무기는 핵무기에 못지않은 대량살상무기이며 효과에 비해 저비용으로 생산이 가능하여 빈자의 핵무기로도 알려져 있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생화학무기는 한국에 대한 비대칭 전력의 한 축이며 장사정포나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운반수단으로 사용할 경우 우리에게 치명적 위해를 가할 수 있다. 한반도의 평화프로세스가 진행되면서 핵무기와 미사일은 물론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의 모든 요소가 검증가능하게 폐기되어야 할 것이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면서 생화학무기가 협상에 포함되는지, 비핵화의 최종 목적 혹은 비핵화의 개념에 생화학무기가 어떠한 위치를 점하는지 등에 관해 많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해야 할 당위성이 있지만, 협상의 성공을 위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2018년 6.12 싱가포르 회담 직후 이미 미국은 북한의 생화학무기가 비핵화 과정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인 바 있다.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2018년 7월 1일 북한의 비핵화는 ‘핵과 생화학 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이라는 개념을 설정하여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2018년 7월 25일 상원 외교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서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의 질문을 받은 폼페오 장관은 북미 양측이 생화학무기에 관해 논의했고 비핵화 과정의 일부라는 점을 상호 이해했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2019년 2월 말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볼턴 보좌관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북한에 요구한 ‘비핵화’가 핵과 미사일 외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비핵화를 의미한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또한 2019년 3월 5일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은 비공개외교위 브리핑에서 비건 대표로부터 하노이 회담 결과를 보고 받은 뒤 핵무기뿐 아니라 생화학무기도 논의의 대상이라고 언급하였다

지난 18개월간 북미 간 협상 과정을 볼 때 과연 북한의 생화학무기가 비핵화의 최종 목적에 포함되는지, 포함된다면 어떠한 순서에 의해 다루어질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북한의 생화학무기 현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추측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재 북한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의 생화학무기 보유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80년대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화학무기는 현재 그 보유량이 약 2,500톤에서 5,000톤에 이르고, 이는 애덤자이트(DM), 클로로아세토페논(CN), 클로로벤즈알말로노나이트릴(CS), 염소(CL), 염화시안(CK), 사이안화 수소(AC), 겨자과(H, HD 또는 HL), 포스진(CG와 CX), 사린(GB), 소만(GD), 타분(GA), V제(VM과 VX) 등의 화학작용제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또한, 탄저균(탄저병),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늄(보툴리늄 식중독), 콜레라균(콜레라), 부니아바이러스과 한타(유행성출혈열), 페스트균(페스트), 두창 바이러스(천연두), 살모넬라 장티푸스균(장티푸스), 시겔라(이질), 브루셀라균(브루셀라병), 포도상구균(포도상구균감염), 발진티푸스 리케치아(발진티푸스), 황우독소(식중독성 무백혈구증) 등 다수의 치명적인 생물작용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현황 및 발사체의 위치와는 다르게 생화학무기의 경우 생산 여부 및 생화학무기와 생화학작용제 생산 장소를 정확히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는데, 이는 화학공장, 비료공장이라는 명칭으로 위장하여 맹독성 생화학무기를 생산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 생화학무기는 비료공장, 살충제 공장, 제약회사, 생물학 연구소 등에서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으며, 무기 생산 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렵고, 증거인멸도 용이하다는 특이점이 있다. 

이러한 특징은 정확한 생화학무기 현황 파악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또한, VX와 같이 두세 가지 물질이 섞이기 전까지는 독성을 띠지 않는 이원화, 삼원화 된 형태의 화학무기의 경우 물질이 섞여야 살상무기가 되기 때문에, 화학공식을 만드는 개발자가 아닌 생산자들은 화학무기용 물질을 만든다는 사실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북한은 생산된 생화학무기의 비인도적 실험 논란도 피할 수 없다. 북한 정권이 제22 임시 수용소, 김일성 의과대학, 김만유 기념병원 방사선 연구실, 201 및 501세균연구소 등에서 정치범 수감자 혹은 장애를 지닌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생산된 생화학 무기의 효용성 평가를 위한 인체실험을 강행한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이 잇따랐는데, 전문가들은 이러한 증언들을 기초로 하는 보고서를 공개하는가 하면, 북한 인권유린 문제의 사례로 들기도 했다.

북한의 생화학무기와 관련된 추측은 여러 건의 실제 사용 사례들을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 지난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사례가 대표적인데, 김정남의 시신과 소지품에서는 화학무기 VX 신경작용제가 검출되었으며, 사인(死因) 역시 급성 VX 신경작용제 중독이라고 밝혀졌다. 북한 용의자 4인은 김정남의 피살 직후 말레이시아에서 출국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VX 물질은 두세 가지가 섞여야만 비로소 독성을 띠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는 것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북한의 화학무기 수출 사례도 화학무기에 대한 추측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지난해 2월 발행된 유엔의 비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90년대부터 시리아에 화학무기 생산을 지원해왔고 기술자를 파견해왔다. 2013년과 2017년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을 향해 화학무기 공격을 자행한 대량살상 사례의 배경에는 북한의 화학무기 수출이 있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집단 탈북 무력화를 위한 생물작용제 사용 가능성이 존재하며, 다른 무기와 생화학무기의 결합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다.

앞서 설명한 생화학무기의 특성상 북한의 자발적인 신고와 포기가 없다면, 핵무기와 달리 국제 사회가 다양한 규제 방안을 통해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고 제재를 하기에는 사실상 어려움이 따른다. 실제 북한은 생물무기금지협약(Biological Weapons Convention: BWC)에 한국보다 3개월 앞선 1987년 3월에 가입한 당사국이다. 과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생물학 무기 개발 의혹을 제기한 당시에도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는 공보실장 담화를 통해 북한은 “생물무기금지협약 체약국으로서 생물무기의 개발과 생산, 저장과 보유를 반대하는 입장을 일관하게 견지하고 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BWC는 생물무기의 개발, 생산, 비축을 전면 금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BWC가 협약 준수 입증을 위한 공식적인 국제 메커니즘을 갖고 있지 않은 만큼 김정은 위원장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BWC 의정서의 세 가지 주요 요소는 필수 선언, 신고된 시설에 대한 정기적 방문 그리고 단기 통지 시험조사다. 

이와 같은 요소들과 함께 BWC 검증 의정서가 시행되었다고 가정하면 개방 국가의 시설을 검증하는 건 더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세가지 요소들은 자발적인 선언에 의한 것이며 북한이 과연 이에 응할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바, 북한의 경우 공격적인 생물학적 능력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한 검증이 여전히 어려울 수도 있다. 또한, BWC 검증 의정 하에서 관련 활동이 적발되었을 때 북한은 앞서 설명한 생물작용제의 이중 용도 특성을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는 공격적인 생물학적 가공능력이 BWC에 의해 제한되지 않는 평화적인 목적을 위한 생물학적 능력으로 위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악의 경우 의정서는 북한의 핵무기 비확산 조약(NPT) 철회의 경우처럼 BWC로부터의 북한의 철수를 초래할 수도 있다.

화학무기의 경우 생물무기보다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모순적이게도 화학무기는 생물무기에 비하여 국가의 소지여부를 입증하는 것이 보다 시스템화되어 있다. 이는 화학무기 영역에의 경우, 화학무기금지기구라는 공식적인 국제기구가 존재하여 많은 방향으로 조사하며, 화학무기금지협약(Chemical Weapons Convention) 가입 당사국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화학 무기를 CWC 규정에 맞게 파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한국이 1997년 4월 가입한 CWC는 가입 후 10년 내 모든 화학무기 및 시설을 완전 폐기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으나, 북한은 협약의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에 화학무기 등이 존재하거나 북한의 정확한 소유 상태를 입증하더라도 파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OPCW가 CWC 비회원국을 전면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론상으로 북한의 화학무기 입증을 위한 방법 중 하나는 UN-OPCW 합동임무를 통한 검증과 제재이지만, 합동임무는 주권문제와 항상 부딪히며 더욱이 북한의 경우 UN-OPCW 합동임무를 통한 검증과 제재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생화학무기는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이슈화되는 핵무기에 비해 오랜 시간 대중적으로 주목 받지 못했다. 하지만 생화학무기는 핵무기보다 개발비용이 저렴하면서 핵무기에 버금가는 즉각적인 군사적 위협을 야기할 수 있으며,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제재가 지속되었을 경우에도 개발 가능성이 핵무기보다 높아 그 위험성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더불어 미사일 등과 같은 다른 무기와 결합되었을 경우 보다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즉,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생화학무기의 존재를 고려하였을 때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무기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2019년 6월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동 이후 북미 협상의 진척을 둘러싸고 많은 기대가 있었지만, 북한은 단거리탄도미사일, 성능이 향상된 신형장사정포 등을 수차례 발사하며 한반도의 분위기를 어둡게 하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반발로 북한 외무성이 주장하고 있지만, 군사적으로 북한의 대남 운반 능력이 향상된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비핵화 협상이 성공하여 북한의 핵무기가 폐기된다고 해도 생화학무기가 여전히 존재한다면 향상된 능력의 운반 수단과 결합하여 한국에게는 여전히 큰 군사적 위협이 잔존하게 될 것이다. 최근 미의회조사국는 북미 협상의 당면과제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생화학무기를 비핵화 대상에 포함시켜 빅딜을 추구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비핵화 협상의 입구에 협상의 사안들을 과적하면 안되겠지만 최종점에 남북 간 진정한 평화를 위한 포괄적 협상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SPN 서울평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