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이후 미국의 한반도 정책, 미 존스홉킨스대학교 한미연구소(USKI) 워싱턴리뷰>

1. 대북정책과 한미동맹

Q1. 트럼프 행정부는 오토 웜비어 사망이후 대북 강경 노선으로 기운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제재는 외교의 수단”이라는 점에도 동의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보는가?

1) “북한 비핵화 위한 국제 합의는 모두 실패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제재에 주력”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위원)

웜비어 사망사건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 의회를 자극했다. 행정부와 의회 그리고 민주·공화 양당이 북한의 지속적인 유엔 결의미국법률 위반에 대응해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하나의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많은 국제적 합의가 있었지만 계속 실패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미국은 또다시 대북 외교를 시도하기보다는 미국법룰과 유엔 결의를 집행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과 한국이 어떤 제안을 하든 비핵화의 뜻이 없음을 지속적이고 단호하게 밝혀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 에서) “자국민과 이웃 국가들의 안전과 안보를 무시하는 무자비한 북한 정권에 대한 인내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한 혐의로 중국계 은행에 대한 제재를 단행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환영할 일이며 사실 늦은감마저 있다. 미국은 미국법률을 위반한 중국업체들에게 너무 오랫동안 사실상의 면책을 부여했다. 이번 조치가 미국법을 수호하고 미국 금융체계를 보호하는 추가 조치들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2) “미국, 외교적 수단 배제하지 않으나 미국이 우위에 있는 조건 하에서 북핵 외교적 해법 추구할 것”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위원)

북한의 7 월 4 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증폭시키는 동시에 웜비어를 무자비하게 다룬 북한 정권에 대한 미국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 북한에 대한 더욱 높은 수준의 ‘경제적 격리’가 추진될 것이며, 중국이 북한 정권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 행동들에 대해 대가를 치르도록 국제사회의 압력이 집중될 것이다. 따라서 한미일 정상회담은 시기적으로 적절하며 연대와 압력을 과시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문제 해결수단에서 외교적 방식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으나 미국이 우위에 있는 조건 하에서 외교적 해법을 추구할 것이다.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고 있고 북한의 핵능력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김정은은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군사적 강제수단을 동원해 북한 정권을 교체할 것인지, 아니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용인할 것인지 미국에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3) “트럼프는 외교정책에 있어 현실주의자, 결국 대북 대화와 관여로 나아갈 것”

(존 메릴 前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INR 동북아실장)

웜비어의 사망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정책에 있어서 현실주의자인 만큼 결국 대화와 관여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비록 워싱턴과 서울의 일부 인사들은 부정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제 핵무기 보유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나친 무력시위, 특히 전략무기를 동원한 무력시위가 북한 지도자들에게 핵무기의 가치와 유용성을 높여주는 결과만 초래한다는 점을 결국 깨닫게 될 것이다.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상당부분이 순차적인 작용-반작용으로 설명 가능하다고 본다. 한국전쟁을 끝내기 위해 핵위협을 활용했고 한반도에 핵무기를 도입한 국가가 (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 결국 철수시켰지만) 미국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있다. 부정적인 작용-반작용의 역학이 반전돼 결국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뀔 수 있음을 트럼프 대통령이 이해하기를 바란다. 이는 남북교류 활성화와 한미 군사훈련의 점진적인 규모 축소를 통해 가능하며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 필자는 문재인 대통령도 이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제재는 효과가 별로 없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미국이 1940 년대 초 석유 철강 금수조치로 일본을 궁지로 몰아넣자 결국 진주만 기습공격이 발생했다. 이같은 작용-반작용의 역학은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Q2. 문재인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남북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했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하는데 한국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1) “미국, 한국의 주도적 역할, 장기적 평화통일의 국한된 것으로 해석”

(브루스 클링너)

문재인 대통령이 (공동성명에서) 북한에 “최대의 외교경제적 압박을 가하기 위한 새 조치들을 취하고 기존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기로 약속”한 것은 미국에 고무적인 일이었다. 미국은 한국이 “북한의 개탄스런 인권 상황의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 북한에 책임을 묻고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중요함”에 동의한 것을 환영했다. 과거 진보성향의 한국 대통령들은 북한의 인권 만행에 대한 비판을 회피했다.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을 조성하는데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하고 인도주의적 사안 등에 관한 남북대화를 재개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열망도 지지했음”을 기꺼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구들의 해석은 한미 양국이 각각 다를 것이다. 미국은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핵미사일 위협보다는 장기적인 평화 통일에 국한된 것으로 볼 것이고, 한국은 미국이 문 대통령의 의제를 폭넓게 인정했다고 느낄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귀국한 뒤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한국이 주도하는데 대한 미국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의 보좌관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대북제재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미국 측의 우려를 해소했고 문 대통령이 확신을 갖고 대북정책을 추진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이 운전석에 앉게 됐음이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선포됐다고 논평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과 유엔의 의무사항들을 지키도록 유도하기 위해 대북 관여를 계속 추구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과거 보수성향의 한국 대통령들과 문 대통령을 다르게 대할 뜻이 전혀 없음을 보여줬다. 문 대통령 취임이후 북한 정권은 수차례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했고 추가 핵실험을 다짐했다. 여기에 더해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초기 시험발사까지 했다.

북한은 민간차원의 인도주의적 의료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 재개, 민간인 교환방문 등을 확립하려는 문 대통령의 노력마저 거부했다. 북한의 이같은 행동은 과거 진보적인 대통령들이 펼쳤던 무조건적인 대북 관여 정책을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노력을 위축시킬 것이다.

2) “남북대화 재개의 걸림돌은 미국이 아닌 북한”

(스콧 스나이더)

남북대화 재개의 걸림돌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민간차원의 인도적 교류, 6.15 남북 공동선언 공동기념식 논의,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제안 등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들을 모두 거부했다. 여기에 더해 북한은 미국을 비핵화 협상의 우선적 상대로 여기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와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 대화와 대규모 경제협력 재개의 전제조건을 밝힌 바 있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룬다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다. 과거 한국 대통령들과의 한미 공동비전 성명에서 언급된 ‘한반도 통일의 공동추구’를 그대로 쓰는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이번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서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3) “문 대통령, 대북 2 단계 접근방안으로 대북정책 수립에서 중대한 역할 확보”

(존 메릴)

미국과 한국은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실용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를 할 때가 왔다. 북한은 모호한 약속들에 대한 반대급부로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은 7 월 4 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통해 미 서부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과시했다. 제임스 클레퍼 前 미 국가정보국장과 많은 인사들이 지적했듯이, 우리가 바랄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북한의 전략무기 계획을 현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한국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북한의 ICBM 시험발사에 대한 ‘자동반응’은 피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같은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북한의 ICBM 발사에도 불구하고) ‘대북 4 노(NO) 원칙’[① 북한을 적대시 하는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 ②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 ③ 북한 정권교체나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 ④ 인위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가속화하지 않는다]에서 후퇴하지 않았다. 한국은 향후 과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고 미국의 동의를 얻어낼 필요가 있다. 북한은 핵문제를 기본적으로 그리고 전적으로 미국과의 협상의제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믿기 힘들겠지만, 북한의 ICBM 시험발사 이후 상황은 오히려 호전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 2 단계 접근방안(先동결, 後비핵화)과 한미 연합 실사격 훈련 제안을 통해 대북정책 수립에서 중대한 역할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ICBM 시험발사로 중국과 러시아는 보다 긴밀한 협력을 하게 됐고 이른바 ‘쌍궤병행 동결안’을 제시했다. (이 제안이 그다지 나쁜 건 아니다. 현재로서는 유일한 현실적 대안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뭔가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지 않으면 (북한과) 전쟁을 치를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있을지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G-20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등과 만나 이에 대한 유용한 논의를 할 수 있다.

Q3.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간에 매우 민감한 사안인 사드는 정상회담 기간 동안 혹은 공동성명에 공식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사드는 회담의제에 조차 올라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적자와 방위비 분담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 놓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미동맹에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는가?

1) “한미 FTA 와 방위비 분담금 협상 한미관계에 긴장 초래할 수 있어"

(부르스 클링너)

미국은 사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로 인해 사드 배치 결정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믿을 것이다.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 생화학 공격에 대한 방어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미동맹이 결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나 한국 국회가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하기 위한 행동을 한다면 한미관계를 긴장시킬 것이다. 미국은 그같은 결정을 한국 국민뿐만 아니라 한국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파병된 미국의 아들 딸들에 대한 위협을 증대시키는 행위로 간주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있는 자리에서 한미 FTA 와 한국의 무역관행을 계속 비판했다. 백악관 집무실에 모인 기자들 앞에서 북한의 위협보다 한국과의 통상문제를 언급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윌버 로스 상무장관에게 한미 통상문제와 관련해 미국 측이 어떤 불만사항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에게 설명하도록 했다. 공동언론발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간 대북정책이 수렴할 필요성을 역설한 만큼 시간을 할애해 통상문제를 거론하며 문 대통령을 몰아부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가 “그다지 좋은 협상은 아니”라고 폄하하면서도 미국 노동자와 사업가, 특히 자동차 업체들이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에 고무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금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 이를 고려할 때, 한미 FTA 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논란거리가 될 것이며 양국간의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

2) “트럼프, 안보현안 불협화음 사라지자 ‘한국 무임승차론’ 제기”

(스콧 스나이더)

문재인 대통령과 외교안보팀은 정상회담 직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실질적인 대화의 기회를 모색하는 동시에 대북 압박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같다고 밝혔다. 또한 개성공단 재개는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고려될 것이며, 사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사드 배치 결정의 정당성을 제고하고 사드에 대한 지지를 오히려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미 간의 입장차이는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철회 여부가 아니라 한국이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따를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견해차이로 이해됐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 의회에서 나온 관련성명들은 미국이 사드 배치 이행을 긴급한 우선과제로 여기고 있으며 신속하게 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미국 정치권의 시각을 반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워싱턴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양국 사이에 불협화음을 야기할 만한 중대한 안보 현안이 협상 테이블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나 안보 문제에 대한 양국의 입장을 수렴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개인적으로 주장해온 (무역불균형, 방위비 분담금 등)한국의 무임승차론을 또다시 제기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3) “무역적자와 방위비 분담금, 정상회담에서 느닷없이 제기돼 ”

(존 메릴)

한미 정상은 사드가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미미한 효과밖에 없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사드 체계는 집중 공격에 쉽게 압도당할 수 있고, 적에게 공격체계를 개발할 유인을 제공하며, 실제 상황에서 관료조직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짧은 의사결정 대응 시간을 요구한다. 또한 사드가 미 대륙의 미사일 방어체계에 통합될 것이라는 점은 동북아지역의 전략적 안정을 약화시킨다. 특히 중국처럼 소규모 ICBM 전력을 보유한 국가는 이론적으로 볼 때 1 차 타격에 취약하게 된다. 무역적자와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정상회담에서 느닷없이 나왔다. 어려운 문제들이기는 하나 한미 양국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2. 한미 통상관계

“미국, 한미 FTA 재협상보다 제한적인 목표 있는듯”

(트로이 스탠거른 미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연구위원)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정책에 대해 의견일치를 봤지만, 통상정책은 두 동맹국 간의 의견차가 가장 큰 분야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80 년대에 자신의 정치 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히기 시작한 이후 미국이 통상부문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줄곧 강력히 주장해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미국 측이 이번에 제기한 두 가지 주요 이슈는 철강과 자동차이다. 철강 분야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무역확장법 (Trade Expansion Act) 232 조’ 조사를 실시해 철강 수입을 제한함으로써 목적을 달성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한미 간에 직접 협상이 필요하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서 오랫동안 고전했고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강한 만큼 자동차 문제는 복잡한 양상을 띨 전망이다.

한국 자동차 시장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해소 하기 위해 한국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자동차 부문에서 미국은 항상 한국에 무역 적자를 보겠지만,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시장 진출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협상과정 에서 미국산 자동차관련 기준을 한국 기준과 동일하게 인정하자는 제안이 나왔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한국의 자동차 기준관련 규제를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예외 규정이라기 보다는 수입물량 상한 설정으로 여기고 있는데, 만약 이 제안이 시행된다면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고 한국의 규제환경이 끊임없이 변한 다는 미국 자동차업계의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대기오염물질 배출 기준은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와의 약속이 될 수 있는 만큼 한국이 국내 기준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한국인 정비사들이 미국 내 교육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미국에 요청하는 조치도 추가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한국 시장에서 미국 자동차 판매량이 저조한 이유 중 하나는 자동차 딜러와 정비 인력의 부족이다. 만일 한국의 개별 자동차 정비업체 들이 미국산 자동차 정비업체로 인증을 받는 다면 한국 내에 제대로 된 정비센터 네트워크가 갖춰질 것이다.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무역장벽 유지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은 거의 없다. 미국 시장을 제한없이 공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한국 시장을 보호해서 얻는 이익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때문에 마치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 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측이 자동차와 철강 두 사안을 집중 거론했고 의회에 재협상 계획을 아직 통보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보다는 더 제한적인 목표를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미 FTA 에 따르면, 이미 양국의 우려사안 들을 협상할 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자동차·철강 회담이 열리거나 트럼프 행정부가 어느 시점에서 한미 FTA 재협상을 추진한다면 한국은 네 가지 기본원칙을 유념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미국 내 지지 확보가 중요하다. 한국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어떤 분야에서 한국과의 교역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는 미국 유권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한미 경제관계에 대한 미 의회의 지지를 확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다만 한미 FTA 가 이행 문제로 인해 미 의회의 지지 가 약화돼 있다는 사실은 한국에 부담이 되고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한미 FTA 에 대한 미 의회의 지지를 다시 얻는 게 중요하겠지만 비효율적인 톱다운(Top-down) 방식의 접근을 피해야만 한다. 한국은 미국과의 회담을 미국 시장에서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필요한 조정에 나서야 한다. 끝으로,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을 일종의 ‘일탈’로 간주하고 관리무역과 같은 합의를 피해야 한다.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보다 시장자유주의적인 행정부가 들어서서 전통적인 미국식 무역정책 으로 회귀한다면 또다시 한국과의 재협상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당한 우려 를 해소해 주되 향후 추가 협상의 여지를 만들 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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