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북 결과에 대한 평가

이상근 안보전략연구실

박병광 대외전략연구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 주석이 6월 20일부터 21일까지 북한을 방문하였다. 이는 14년 만에 이루어진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북이자 김정은 위원장이 네차례나 중국을 찾은 뒤에 이루어진 ‘답방’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이밖에도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의 정상회담을 열흘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단행되었다는 점, 북미협상 교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을 목전에 두고 이루어졌다는 점 등으로 인해 더욱 주목받았다.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지적했듯이 시 주석의 방북은 “시기가 특수했으며” 이 때문에 더욱 “의미가 중대하고 영향이 깊고 크다”고 느껴졌던 것이다. 시 주석 방북과 관련하여 한국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중국이 북한을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카드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주 주장,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적극 개입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 북미협상을 한국이 돕던 3자구도가 중국까지 참여하는 4자구도로 바뀔 것이라는 예측 등을 내놓고 있다.

북중 우의 공고화와 한반도 문제 정치적 해결에 성과

시 주석의 방북이 어떤 효과를 거두었는지는 우리의 기대와 우려를 일단 배제하고 중국과 북한의 입장에서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신화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의 방북 목적은 북중 간 전통적 우의의 공고화와 한반도문제의 정치적 해결이다. 이러한 입장은 방북을 앞두고 노동신문에 실린 시 주석의 기고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은 양국 간 우의의 전통을 찬양하고, 제목부터 마지막 문장에 이르기까지 중조친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기회를 마련한 것을 환영하고, 대화를 통한 정치적 해결을 중국이 지지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기고문에서 발견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전략적 의사소통 및 교류의 강화이다. 특히 국가관리 경험을 교류하겠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국가관리 경험 교류의 핵심은 개혁개방을 포함한 경제관리 경험의 공유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허리펑 국가발전개혁 위원회 주임이 시 주석과 함께 방북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주요 경제 현안을 조정하는 국가기구이며, 중국경제를 이끄는 인물들 중 하나인 허 주임은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도 주도하고 있다.

시 주석 기고문에서 발견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조선의 합리적 관심사 해결지지라고 본다. 김 위원장과의 회담시에도 시 주석은 중국이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및 발전에 관한 관심사” 해결을 도울 것이라고 약속하였다. 대북 안보 위협 해소와 북한경제 발전을 돕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요컨대 전략적 의사소통 및 교류의 강화를 통해 북한의 안보 및 발전에 대한 관심사 해결을 돕는 것이 시 주석 방중과 관련하여 중국이 관철하려는 또 하나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목적들을 고려할 때 시 주석 방북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선, 방북 자체가 북중 간 우의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김 위원장이 네차례나 방중했음에도 시 주석은 중국이 북미관계 진전을 막고 있다는 미국의 의심이 부담스러워 방북을 미루어 왔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실패로 북미대화 교착이 미국과 북한의 뚜렷한 입장 차이 때문이라는 점이 명확해진 뒤 시 주석이 북한을 방문함으로써 중국은 묵은 숙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욱이 북한 당국이 금수산 태양궁전 앞에서 환영회를 여는 등 시 주석 일행을 극진히 대접했기 때문에 중국은 북한과의 밀접한 관계와 대북 영향력을 전세계에 과시할 수 있었다.

북한 문제의 정치적 해결이라는 목적 역시 대체로 달성된 듯하다. 정치적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대화를 지속하려는 태도를 보여야 하며, 미국도 군사적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경제적 압박에만 매달리지 않으며, 외교적 수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조선은 인 내심을 유지할 것”이며 “유관국(미국)이 조선 측과 마주 보고 서로의 관심사를 해결” 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있기 바란다고 발언하였다. 이는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이라는 중국의 입장이 관철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전략적 의사소통 및 교류 강화를 통해 합리적인 안보 및 발전에 관한 관심사 해결을 돕겠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북한은 적극적으로 호응하였다. 예컨대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과의 소통과 협력을 계속 강화해” 한반도 문제 정치적 해결의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의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의 경험을 더욱 배우고 싶다”고 함으 로써 국가관리 경험을 교류하겠다는 시 주석의 바람에도 부응하였다.

북한과의 우의, 전략적 의사소통, 교류를 강화하고 북한의 안보 및 발전을 도움으로써 중국이 얻는 이익은 적지않다. 우선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미국과의 대립국면을 누그러뜨리는데 북한과의 강화된 관계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6월 말에 있을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미대화에 관한 김정은 위원장의 보다 진전된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미중관계를 풀어 가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방북을 통해 밀접해진 북중관계를 한껏 과시한 데다 중국이 합리적 관심사 해결을 돕는 데 대한 북한의 동의를 얻어냈으므로, 북미협상을 지원하거나 종전선언과 평화협 정 등에 참여할 명분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지원 약속 등 북한도 이익 확보

시 주석의 방중을 통해 북한이 얻은 것들도 적지않다. 김 위원장이 네차례나 중국을 방문했는데도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북한에 오지 않고 있던 상황을 종식한 것부터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비핵화, 제재해제, 안전보장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입장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재확인한 것도 의미가 크다. 북한언론이 두정상이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견해의 일치를 이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 측의 대북지원이 확대되리라는 점도 북한으로서는 적지 않은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북한을 방문하는 경우 상당한 규모의 경제적 지원이 수반되었던 선례들이 있다. 그러므로 시진핑 주석의 방북 뒤에도 중국이 대북제재의 영향을 받지않는품목들을 지원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식량과 비료 등의 대규모 지원이 이루어 질 경우 내핍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시 주석으로부터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및 발전에 관한 관심사” 해결에 대한 지원을 약속받은 것도 큰 의미가 있다. 중국의 지원이 당장의 대미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는데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북한에게 더 중요한것은 미국과의 협상이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중국에 의지하여 체제 유지를 도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는 올해 초부터 북한이 언급해온 새로운 길의 모색과도 무관하지 않다. 물론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길을 걷게 될 경우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안보강화 및 경제발전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 현재보다도 훨씬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북미협상에의 영향은 제한적

시진핑 주석 방북과 관련하여 우리의 관심을 가장 끄는 사안은 북한 비핵화에 미치는 영향일 수밖에 없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시 주석의 방북은 북한의 대미협상력을 다소간 제고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 또,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 게 전달하는 등의 방식으로 중국이 북미대화 재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길도 열어 놓았 다. 그러나 시 주석 방북이 북한 비핵화에 미치는 효과를 지나치게 과장해서는 안되리라고 본다.

당사국인 북한과 중국부터가 이 문제를 매우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있다. 북한 언론은 물론중국 언론도 시 주석이나 김 위원장의 비핵화 관련 발언을 직접적으로 소개하지 않고 있다. 물론 양측이 논의했다는 “조선반도 문제”나 “합리적인 안보 및 발전에 관한 관심사”에는 비핵화 관련 문제들도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 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양측의 입장표명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 핵문제를 군사적 수단이 아닌 외교적, 정치적 방법으로 해결하자는 것은 전혀 새로운 주장이 아니며, 중국은 오랫동안 이런 입장을유지해왔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해 주어야 한다는 입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바와 같이 중국과의 경제협력이 강화되어 대미협상을 성공시키려는 북한의 의지가 약해질 가능성도 매우 낮다. 북한의 발전을 돕겠다고 약속했다지만 대북제재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대북지원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북한의 식량 부족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생산량 부족은 수입 확대를 통해 매울 수 있고 인도적 지원을 통해 취약계층에 대한 식량공급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당국이 보다 심각하게 여기는 문제는 기계류, 연료, 금속, 코크스 등의 수입과 광물, 의류, 농수산물 등의 수출이 대북제재로 인해 금지되고 있다는 점이 다. 그런데 산업 전반의 침체를 야기하는 이러한 문제들을 중국이 해결해 줄 방도는 없다.

중국이 한국과 함께 또는 한국을 대신하여 북미협상의 중재자 내지 촉진자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도 크지않다고 본다. 평양을 방문했던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함으로써 북미대화 재개에 기여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미협상의 진전은 결국 북한과 미국의 입장 차이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중국이 나선다고 해서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도록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과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는 중국에게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는 역할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최근에 있었던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교환,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전제 조건 없는 협상 재개와 유연한 상호 접근 발언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북미는 양자 간의 직접적 상호작용을 통해 대화를 재개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듯하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중국이 북미사이에 끼어들어 미국의 오해를 다시 불러일으키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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