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오슬로ᆞ스톡홀름 연설의 의미와 과제

최용환 안보전략연구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고 북미관계가 경색된 국면에서, 북한은 두 번의 단거리 발사체 시험을 강행하였으며, 미국은 북한 선박을 몰수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과거의 사례에 비추어보면 이 정도 사안이면 북미관계는 매우 심각한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었 을것이다. 하지만 북미 모두 상황을극단으로몰아가지는않고있다. 특히김정은위 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간에 존재하는 이견에도 불구하고 정상 간의 관계는 여 전히 좋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 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로운 대화의 모멘텀이 열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북유럽 순방 기간 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오슬로와 스톡홀름에서 연이어 한반도 평화의 원칙과 방향을 담은 메시지를 발표하였다. 하노이 결렬 이후 북 미대화는 물론이고 남북대화까지 얼어붙은 현실을 고려할 때, 새롭게 발표된 메시지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북유럽발 메시지의 키워드는 평화와 신뢰

대통령 오슬로 포럼 기조연설의 제목은 ‘국민을 위한 평화’였으며, 스웨덴 의회 연설 제목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신뢰’였다. 먼저 오슬로에서 제안한 국민을 위한 평화 구상에서는 남북 국민들 간 구조적 갈등 요인 해소를 위한 교류협력 확대를 제안하고 있다. 이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서 통일 전 동서독이 설치했던 접경위원회 사례를 들면서 접경지역 이슈의 우선적 해결을 들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남북 접경지역에서 증가하고 있는 초국경질병과 병충해, 산불 등 자연재해, 해상에서의 조업권 문제 등이 그것이다.

접경지역 이슈들은 남북 공동의 노력에 의해서만 성과를 창출할 수 있으며, 그 이익 역시 남북 주민들이 공동으로 누릴 수 있는 것들이다. 또한 이 문제는 2018년 평양정 상회담 합의문에 담겼던 내용이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추진명분이 뚜렷한 사업이 대부분이다. 더 나아가 접경지역에서의 남북협력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더 진전된 군사분야 합의와 이행이 필수적이다. 특히 접경지역 이슈는 남북 뿐만 아니라 유엔사의 개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그 상징성은 물론이고 실질적 의미도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스웨덴 의회 연설에서는 신뢰를 강조했다. 특히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핵개발을 포기한 스웨덴의 사례를 들면서문 대통령은 남북간의 세가지 신뢰를 강조했다. 첫째는 남북 국민 간 신뢰인데, 이는 핵문제 이외에 남북 간의 합의를 통해 달성한 성과에 기초하여, 작지만 구체적이고 평범한 평화의 경험을 확대해 나아가자는 제안이다. 그 구체적 내용은 오슬로 포럼 연설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대화에 대한 신뢰는 결국 평화에 대한 강조이며,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요청이다. 셋째, 국제사회의 신뢰는 핵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조치에 북한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즉, 북한이 국제사회를 믿고 핵폐기를 향한 전략적 결단을 내리면 한국은 북한과 함께 제재해제는 물론이고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북한, 이제는 대화에 나설 때

하노이 결렬 이후 북한은 미국의 새로운 계산법을 주문하면서 2019년말까지 기다려 볼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연말까지 시한을 설정한 것은 미국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 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는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희망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 서는 연말 이전에 북미협상에서 성과를 내야 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하지만 미중갈등을 비롯한 굵직굵직한 이슈들이 넘쳐나는 상황을 고려할 때, 내년 미국 대선에서 북핵이슈가 핵심쟁점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물론 북한이 다시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거나, 추가적 핵활동 및 새로운 무기체계의 개발 등에 나선다면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사회의 관심은 다시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대북제재의 강화는 불가피하며, 트럼프 대통령 재선시 북미관계의 장기 경색으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연말로 시한을 정한 것이 이제는 역설적으로 북한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다른 한편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 등을 통한 우군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다. 4월에는 북러정상회담을 개최하였으며, 6월 20~21일 북중정상회담도 개최된다. 중국과 러시아 는 독자적인 비핵화 구상을 마련하는 등 새로운 다자틀을 제안하고 있어서, 북미협상의 우회로를 제공할 수도 있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외정책이 전례를 찾기 어려울만큼 공세적인 상황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북한 편에 서 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북중러 협력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는 조건에서 작동하는 구상이다. 즉, 북한이 다시 핵과 미사일 개발의 길로 회귀한다면, 중국과 러시아의 행보는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다.하노이 이후 북한은 미국에게 새로운 계산법을 주문하는 한편, 남한에게는 이른바 민족적 당사자로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른바, 중재자나 촉진자 역할을 하지 말고 북한 편에서 달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은 남한에 대한 서운함과 불만을 쏟아 내고 있다. 남한에 대한 북한의 서운함은 9.19평앙공동선언에서 영변 문제 등에 대해 남북이 합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하노이 결렬 과정에서 남한이 별다른 역할을 못해준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하여 한미연합군사훈련과 스텔스 전투기 도입에 대한 비난도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비록 불발로 끝났지만, 북미 양국 정상이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양자 간 이견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대화와 협상이 더욱 필요하다. 북한이 요구하는 것처 럼 일방의 주장이 아니라 양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절충점을 찾기 위해서도 대화는 필수적이다. 북한도 이제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

북한도 민족적 당사자의 입장 서야 할 것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적 당사자론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북한도 남한에 대해 민족적 당사자의 입장을 가져야 한다.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과 스텔스 전투기 도입 등 을, 우리는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시험을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문제를 포함하여 남북 간의 군사적 갈등 해소를 위해 남북이 운영하기로 합의한 것이 남북군사공동위원회이다. 예컨대 9.19 군사분야 합의서 1조 1항에서 남북은 ‘상대방을 겨냥한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하여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그렇다면 남북은 서로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여, 서로가 주장하는 쟁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남북군사공동위원회 이외에도 남북은 9.19평양공동선언에서 다양한 분야의 교류·협 력에 합의한 바 있다. 예컨대,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정상화, 환경협력, 산림분야 협 력, 방역 및 보건·의료분야 협력, 이산가족 문제 해결, 문화·예술·체육 분야 협력 등이 그것이다. 이번 오슬로 평화구상의 핵심의제들은 바로 이 내용을 담고있다. 남북한 주민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이 같은 교류는 작지만 의미 있고 손에 잡히는 성과 를 거둘 수 있다.

물론 북한으로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콕 찍어 재개를 희망했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의 재개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서운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핵 문제의 진전에 연동되는 사안으로 남북 합의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측면이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 미국과 대립하는 강대국들도 대북 제재 해제를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못하는 현실은 이러한 상황을 반증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문 대통령의 북유럽평화구상은 북한의 전략적 선택을 촉구하고 있다. 북한은 민족적 당사자의 입장에서 남북 합의이행에나서고,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관계의 반복을 통해 남북과 북미가 신뢰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이고 이를 통한 평화와 번영의 질서를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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