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김영철 북한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영향력 축소와 북미 및 남북 대화 전망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총괄해온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 동행하지 못한데 이어 그가 맡고 있었던 통일전선부장직도 장금철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아태) 위원에게 넘어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영변 핵시설 폐기 +α의 비핵화 조치’ 논의에 김정은 위원장이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과 미국에게 과도한 제재 해제를 요구함으로써 회담이 결렬된 데 대한 가장 큰 책임은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있었다.

김영철을 비롯한 북한의 강경파들이 원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북한이 핵프로그램의 일부만을 포기하고 미국이 대북 제재의 핵심부분을 해제한 상태에서 북한이 계속 핵무기 보유국으로 남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한․미가 받아들일 수 없는 시나리오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작년 6월 12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기도 했지만” 그 모든 것을 과감하게 짓밟고 싱가포르에 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보여준 비현실적인 협상전략은 그의 눈과 귀가 북한의 강경파들에 의해 가려져 그가 합리적인 판단에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이번 방러에 김영철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나 김영철이 가지고 있었던 통일전선부장직을 다른 간부에게 넘겨 김영철에 대한 의존도를 현저하게 줄인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이다.

물론 김영철이 계속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고, 지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서 국무위원회 위원직에도 선출되었기 때문에 그가 여전히 제한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난 4월 13일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 집무실에서 새로 선출된 국무위원회 구성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때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김 위원장과 함께 앞줄에 앉았지만 김영철은 뒷줄에 서있었다.

이는 김영철의 위상 하락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고 김 위원장의 방러에 리용호와 최선희는 동행했지만 김영철은 동행하지 못함으로써 그의 영향력 축소가 재확인되었다.

따라서 김영철이 앞으로 비핵화 협상에 참여할 수는 있겠지만 과거처럼 비핵화 협상을 총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김영철이 통일전선부장직도 내놓게 됨에 따라 대남 분야에서 그의 영향력도 함께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지난 4월 10일 개최된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장금철을 당중앙위원회 위원직에 선출하고 당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직에 임명했지만 당시 그가 어느 부서의 부장직을 맡았는지는 밝히지 않았었다.

통일전선부장직이 군부의 입장을 대변해온 74세의 김영철에서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와 아태에서 민간 교류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50대 후반의 장금철로 교체됨에 따라 향후 북한의 대남 태도도 상대적으로 유연하고 실용주의적인 방향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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