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LOFO 칼럼 북한 노동자의 가동연한은?

현두륜 법학박사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보통 사람이 일을 할 수 있는 기간을 가동기간(稼動期間)이라고 한다. 가동개시연령과 가동종료연령 사이의 기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중 가동종료연령을 ‘가동연한(稼動年限)’이라고 한다. 가동연한은 인신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일실수익(逸失收益)을 산정하는 기초가 된다. 각종 손해보험에 있어 보험금이나 보험료 산정, 근로자의 정년, 연금제도, 노인에 대한 사회복지정책 등의 분야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로 취급된다. 정년이 있는 직종의 경우에는 그 정년이 그 직종에서의 가동연한이다. 일용노동자와 같이 정년이 없는 경우 가동연한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가동연한을 법에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일용노동자(또는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은 개별적인 소송사건을 통해서 법원이 결정하는데 최종적인 판단은 대법원이 한다. 대법원은 국민의 평균여명, 경제 수준, 고용 조건 등 사회·경제적 여건, 연령별 근로자 수, 취업률, 직종별 근로조건과 정년 제한 등을 고려하여 가동연한을 정하는데,그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1989년까지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은 만 55세였다. 1989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30여 년 동안은 만 60세로 연장·적용되었다. 그리고 2019. 2. 21. 선고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1989년 판결을 파기하고 만 65세로 연장하였다. 우리나라 사회·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변화‧향상되고, 법제도가 정비·개선됨으로써 1989년 판결이 더 이상 그 내용을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중에서도 평균수명의 연장과 그에 따른 고령 노동인구의 증가가 가장 큰 이유였다. 1989년 대법원 판결 당시 우리 국민의 평균수명은 남자 67세, 여자 73세였는데, 2017년에는 남자 79세, 여자 85세로 늘어났다. 60~64세의 경제활동참가율도 1989년 52%에서, 2017년에는 61.5%로 증가했다.

북한의 경우에는 어떨까? 법원에서 가동연한을 정하는 우리와는 달리 북한은 가동연한을 법으로 정해놓고 있다. 북한 「사회주의로동법」 제74조는 “국가는 남자 60살, 녀자 55살에 이른 근로자들에게 일정한 근속로동년한을 가진 경우에 년로년금을 준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북한은 이 규정을 가동연한에 관한 규정으로 이해한다. 다시 말해 북한 노동자의 가동연한(내지는 정년)은 남자는 60세, 여자는 55세다. 이 나이에 이르면 공민들은 더 이상 노동의 의무를 지니지 않으며, 국가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갖는다. 북한에서 노동할 수 있는 나이는 16세부터이고, 노동은‘공민의 영예이고 신성한 의무’다(「사회주의로동법」 제14, 15조). 정당한 이유 없이 1개월 이상 직장에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무직건달행위’로 처벌 받게 된다.

북한이 「사회주의로동법」을 제정한 해는 1978년이다. 이 때 정해진 가동연한(남자 60세, 여자 55세)은 아직까지 개정되지 않은 채로 있다. 현재까지 40년 넘게 가동연한을 고정시켜 온 셈이다.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채택한 북한과 자유시장질서를 기본으로 하는 남한을 동일 차원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평균수명이나 경제수준, 고용조건 등에 있어서도 남한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여 년 전 규정된 가동연한이 현재의 북한 실정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북한의 노동법이 정치적 선언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가동연한에 관한 규정 역시 현실에 맞게 개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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