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미북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일본의 반응 및 평가

이면우(세종연구소 부소장)

mwlee@sejong.org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제2차 미북정상회담이 성과없이 결렬된 것에 대한 일본의 반응 및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 또는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특히 하기우다(萩生田光一) 자민당 간사장대리가 솔직히 언급하듯이, 불완전 또는 미흡한 비핵화라는 성과 보다는 현상유지가 더 나은 결과라는 생각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일본은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에 대한 우려를 강력히 피력해 왔었는데 그런 견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낮은 수준의 비핵화와 함께 미국에 직접적으로 위협이 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에만 초점을 맞추어 합의에 도달하는 것을 경계해왔던 것이다. 따라서 전반적 이슈를 포괄하는 ‘빅딜’이 아닌 바에는 ‘스몰 딜’ 보다는 현상유지가 더 좋다는 평가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이와 같은 안도감에는 또한 이번 회담의 결렬로 해서 종전의 ‘일본소외론’에서 벗어나 일본의 역할이 좀더 부각될 수 있게 됐다는 생각도 한 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제는 내가 상대할 차례다”라는 아베 총리의 언급에서 알 수 있는데, 일본이 이처럼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는 데에는 이번 회담을 통해서 북한이 심각한 경제사정에 처해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북한의 경제사정에 대해서는 상반된 견해가 존재하지만, 일본이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장마당 등의 형성에 의한 일반경제상황이 아니라 통치자금과 관련된 경제상황이 제재조치에 의해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즉, 미북간의 교섭이 중지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진행될 가능성 때문에도 현재의 경제적 곤경을 타개하기 위해서 북한이 결국 일본과 접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한 일본의 깊은 불신과 그에 따른 미북교섭에 대한 회의론은 잘 알려져 있지만 싱가포르에서의 제1차 미북정상회담을 전후해 이러한 회의론이 완화되며 일본정부는 일북관계의 개선 가능성을 제시해왔다. 하지만 비핵화와 제재해제를 중심으로 미국과의 교섭에 열중인 북한으로부터는 긍정적이기 보다는 비판적인 반응밖에는 얻지 못했는데, 회담결렬로 해서 일본의 필요성이 부각되어 일본이 관심을 가지는 납치자문제나 미사일문제 등이 논의될 수 있게 됐다는 전망인 것이다.

정상회담이 결렬된 배경에 대해서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을 제시한다. 첫째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몰 딜’에 만족할만한 정치적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미국 국내에서는 정상회담 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증언에 더 많은 관심이 모아져 있었다. 비록 트럼프 대통령은 코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맞섰지만, 이런 정치적 위기상황에서 낮은 단계의 합의로는 상환을 전환시키기 어려웠기에 ‘스몰 딜’의 합의안이 준비되어 있었음에도 결렬되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일본은 미국과 북한이 제시하는 서로 다른 결렬이유에 대해서 대체로 미국의 주장이 타당한 것으로 수용하고 있다. 즉, 북한이 전면 해제를 원했다는 미국의 주장과 일부 해제만을 제시했다는 북한의 반박 중에서 북한이 요구한 2016년부터 2017년 사이에 채택된 5건이라는 것이 제재조치의 80%를 차지하는 것이기에 전면 해제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오해 및 오판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싱가포르에서의 제1차 미북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실무진의 협의에 기초해 준비된 합의안에 최고지도자가 서명하는 종래의 방식과는 달리 김정은 위원장과 우선 만나 주요 의제에 대한 방향을 정하는 ‘탑-다운 방식’을 추진했는데, 이를 오해해 실무진 협의에서의 의견 차이를 정상회담에서 해소할 수 있는 것으로만 생각했다는 것이다. 스스로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결과를 앞두고 고려해야만 할 많은 사항들에 대해서는 간과했다는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곤경이 유리하게만 작용할 것으로 생각했다는 지적인 것이다.

하노이에서의 제2차 미북정상회담은 ‘상황’의 복합적 또는 양면적 구성을 극명히 보여주었다. ‘서두르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회담 전에는 ‘스몰 딜’에 의한 점전적 접근법으로 이해되어 합의안의 타결 가능성으로 인식되었지만, 회담 후에는 결렬의 중요한 예후로 제시된 점이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또한 동 회담은 미북간의 접근이 어떠한 배경에서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차이를 다시금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강력한 제재에 의해 북한이 협상테이블에 나올 수밖에 없다고 보는 미국과 핵무기 완성에 따라 미국과 협상할 수 있게 됐다는 북한 사이에서 타결조건의 차이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국의 중개자 역할이 힘을 발휘하려면 이러한 상황의 복합성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개역의 무게가 일본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위험성을 이번 회담은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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