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가정보전략』(2019) 발간의 의미와 한국에 대한 함의, 

조은정 오일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지난 1월 22일 美『국가정보전략(NIS: National Intelligence Strategy, 이하 『정보전략)』(2019)이 발간되었다. 9.11테러를 계기로 설립된 美국가정보실 (ODNI: The Office of the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은 미국 연방정부 산하 17개 정보기관들이 새로운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조율하기 위해, 2005년 이후 4년마다 향후 정보활동에 대한 지침을 발간해 왔다. 이번 『정보전략』 은 러시아의 美대선 개입 스캔들과 미중 무역전쟁, 동맹들에 대한 방위비 부담률 증대 요구,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등 트럼프의 일방적 미국우선주의 정책이 주변국들과 마찰을 빚는 가운데 발간되어 트럼프 행정부의 향후 정보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보전략』(2019)은 『안보전략』(2017)과 『국방전략』(2018), 『핵태세 보고서』(2018), 『국방수권법』(2018)에 나타난 트럼프 행정부의 “힘을 통한 평화유지”와 “미국적 가치의 투사”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정보활동의 측면에서 구체화하고 있다. 이번 『정보전략』(2019)에 따르면, 新안보 위협의 부상으로 안보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美 정보공동체(IC: Intelligence Community) 내 부자에 의한 기밀 유출 위협(“insider threat”)의 가능성과 적대국의 대미 첩보 활동 강화, 파편화되고 고립되어 있는 美정보기관들의 비효율성이 국익 수호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같은 고질적인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혁신(innovation),” “통합 (integration),” “파트너십(partnership),” “투명성(transparency)”과 같은 네 가지 핵심 가치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네 가지 핵심가치

첫째, 새로운 위협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안보 위협을 포착할 수 있는 새로운 안보 시각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기술적, 제도적 “혁신”이 동반되어야함을 역설하고 있다. 전통 안보에서 위협이란 국가 행위자간의 물리적 충돌, 즉 전쟁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9.11 사건 이후 안보위협에 대한 이해는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변화된 안보 환경은 크게 1)안보 행위자와 2)위협의 대상과 성격, 그리고 안보 활동이 벌어지는 3)공간의 변화에서 확인된다. 우선, 비국가 무장단체들에 의한 대 국가 테러리즘처럼 행위자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둘째, 가뭄과 물 부족으로 인한 대규모 난민의 발생과 그에 따른 소요 사태처럼 자연재해와 거버넌스의 실패가 결합된 복합적 위협이 조성되고 있다. 셋째, 기술발전에 따라 사이버공간과 같은 가상공간에서 무단 정보탈취와 지적재산권 및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형태로 각종 위협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전통 안보 시대의 구시대적 시각만으로는 새로운 안보 위기로부터 탈출구를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美국가정보국의 판단이다. 대응과정에서도 첨단 기술을 활용한 지능적인 국제 범죄와 가상공간에서의 안보 위협은 정보당국의 기술혁신이 요구되며, 창의적인 대응 방식이 가능해지려면 제도적 혁신 또한 필수적이다.

둘째, 新안보 위협으로 안보 불확실성은 커지는데 현재 17개로 나뉘어져 있는 미 연방정부 산하 정보기관들 간의 정보 공유나 협업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 기관에서 수집한 정보들이 적재·적소·적시에 쓰이지 못하는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기적 협력을 위한 “통합”이 필수적이다. 2019년 『정보전략』은 2013년 스노든 사건 이후 투명성을 보다 강조하였던 2014년 버전과는 달리,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잠재적 적대국의 기술 우위를 저지하고 미국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보기관의 “혁신”과 “통합”을 앞세우고 있다.

셋째, 감지 및 예측이 어려워진 각종 新안보 위협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대내적으로는 미 정보기관과 유관 연구 공동체 및 기업들과 민관 협력을, 대외적으로는 동맹국 정보기관들과의 정보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기술 발전에 따른 안보위협 인식과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기술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이러한 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있는 관련 산업체 및 학계와의 교류를 확대하고 전문가 집단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은 정보기관들이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한 최선책일 것이다. 해적, 국제 마약 카르텔과 인신매매와 같은 초국경적 범죄와 태풍, 지진, 미세먼지와 같은 각종 자연재해 및 전염병 창궐과 같은 全지구적 재앙에 맞서기 위해서는 국제 정보협력 강화는 꼭 필요하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지에서 NATO와 동맹국들, 그리고 미션을 수행하는 지역의 로컬 정보망의 도움을 받아 對테러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거시적이고 공식적인 채널뿐만 아니라 로컬 특수성에 기반한 미시적이고 비공식적인 정보망과의 파트너십으로 밀도높은 정보 수집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정보전략』(2019)는 美국가정보기관이 국가안보정보를 보호하는 동시에 국민들에게 책임감을 보여주고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투명성을 강화하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무인 로봇 등 새로운 기술발전을 이용한 정보기관의 활동은 빅브라더에 대한 우려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이 전략은 美정보공동체의 정책과 프로그램에 프라이버시와 시민 자유에 관한 요구사항을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정보기관의 활동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여 국민적 이해와 신뢰를 구축함과 동시에 정보에 대한 접근과 가용성을 확대하여 투명성을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2019년『정보전략』에서도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스노든 사태의 여파로 “내부의 적”과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심각한 침해에 대한 우려뿐만 아니라 2016년 러시아의 대선 개입 스캔들과 관련된 정보기관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보인다.

이번 『정보전략』의 내용을 종합하면, 현재 新안보 위협과 무인로봇이나 드론을 위한 정보 수집과 같은 기술발전에 따라 정보기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술 우위를 선점ᆞ유지하기 위하여 각국 정보 기관이 정책결정자에게 적합한 정보를 적시에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미국의 『정보전략』(2019)은 정보기관에서 혁신, 통합, 파트너십 및 투명성의 제고를 시대적 요구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에 대한 함의

17개의 정보기관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의 경우 국가정보원이 정보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대부분 수행하고 있다. 그러므로 기술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위한 방법으로 정보기관 사이의 통합은 우리에게 당면 과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지난 헌정사를 통하여 정보기관의 권력남용으로 인한 심각한 폐해를 경험하였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무인 로봇 등 혁신 기술을 이용한 정보기관의 적극적인 대응 활동은 자칫 빅브라더화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킬 수 있다. 따라서 정보 기관의 투명성 강화가 우리 사회에서는 보다 중요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회에는 국가정보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 확대, 국가정보원 예산에 대한 감독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계류되어 있다. 정보기관 스스로도 그 활동과 관련하여 기밀사항이 아닌 내용에 대하여는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공개하고, 수집한 정보를 유관기관 등과 공유함으로써,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실행하여야 한다. 기술혁신의 시대에 잠재적 적대국이나 테러 단체 등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무인 로봇 등을 이용하여 물리적 공간은 물론 사이버공간에서 다양한 안보 위협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정보기관이 기술혁신에 따른 新안보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투명성에 기초하여 그 역할과 기능의 확장성이 담보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는 정보기관 자체의 확장성이 아니라,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민간과의 협력 및 정보에 대한 비교 우위를 가지고 있는 국외정보기관과의 교류와 공조를 통해 달성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민간협력과 정보기관간 공조는 새로운 기술의 수용, 다양한 분석 기법의 적용, 효율적 의사결정 체계의 도입 등을 통해 정보기관의 조직, 제도, 운영 등에 있어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혁신 시대에 정보기관의 적극적인 대응 활동은 국가안보에 있어 매우 중요하지만, 정보기관은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각종 활동을 실현함으로써 국민적 이해와 신뢰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번 美『정보전략』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美『정보전략』(2019)이 제시한 혁신, 통합, 파트너십 및 투명성을 우리에게 적용해 본다면, 투명성의 토대 위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혁신을 통해 정보기관의 활동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신뢰로의 통합을 제시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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