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핵시설 외에도 다른 지역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

북한 영변 핵시설 단지(사진=구글어스)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영변 핵시설에 대한 영구적 폐기가 북한의 ‘상징적 조치’가 될 수는 있겠지만 의미 있는 비핵화 진전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은 1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플루토늄 생산을 중단시킬 수 있는 영변 핵시설 폐기를 중요한 조치"라면서도 "비밀 핵시설의 존재를 걸림돌"로 지적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외에도 다른 지역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첫 단계이지만, 이렇게 한 단계씩 나아가는 대신 이제 이정표에 해당하는 중대 조치에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문제연구소장은 비핵화에 대한 단계적 접근만큼은 전적으로 지지하지만 영변 핵시설 폐기는 ‘나쁜 조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변 핵시설은 북한 핵무기 생산 시설의 일부일 뿐인 만큼, 잘게 잘라 “팔아 넘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대신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 생산을 모두 끝내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변에서는 매년 핵무기 1개를 만드는데도 충분하지 않은 플루토늄을 생산 중이고, 무기급 우라늄도 핵무기 2개를 제작할 만큼만 생산하고 있다"며, "문제는 영변 외 시설"이라고 지적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제 2의 우라늄 농축 시설에서 매년 핵무기 2개가 추가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따라서 "영변 핵시설 폐기에 그칠 게 아니라 북한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고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 생산을 모두 중단시켜야 의미있는 단계적 조치라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핵실험장에 대한 접근을 허용해 핵실험에 플루토늄이나 무기급 우라늄 중 무엇을 사용했는지 검증 전문가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변 핵시설 폐기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핵무기를 겨냥한 조치일 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비확산 전략 전문가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교수는 "미래의 핵무기 생산 속도를 늦춘다는 점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는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는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어떤 것도 포기하겠다는 뜻은 아니라며, 이미 충분한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고 우라늄 농축도 계속할 수 있다는 게 북한의 계산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도 "영변 핵시설 폐기는 결국 플루토늄 추가 생산을 중단하는 것이지만, 플루토늄은 이미 다른 곳에 보유하고 있는 만큼 여전히 (협상의) 지렛대를 쥐고 있는 셈"이라는 설명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로는 다른 시설에서 이뤄지고 있는 고농축 우라늄 생산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고,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물질과 핵무기 규모에도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저명한 핵과학자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하노이 제2차 미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아직 낙관도 비관도 이르다"며 "차분히 결과를 지켜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그러나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를 대가로 미국이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소위 ‘스몰 딜’이 북한 핵문제 해결에 충분하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이란의 경우 핵 합의 조건을 이행할 때까지 제재가 유지됐다"며 "북한의 경우도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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