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와 금융시장의 비즈니스 논리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중국에서 금융업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한 한국인 지인이 물어왔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미중무역전쟁 둘 다 어떻게 될 것 같은지. 현재 금융시장 내부의 분위기는 미중 무역전쟁도 북미 핵협상도 ‘다 해결된 것처럼’ 반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중 무역전쟁은 ‘봉합 후 다시 악화’, 그리고 다시 봉합 그리고 다시 악화, 이러한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전체적으로는 미중관계가 ‘하향평준화’ 포물선을 그리면서 악화의 트렌드로 진행될 것 같다고 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경우 작년 싱가포르회담 이후 야기된 비판에 대한 ‘학습 효과’가 있어 이번엔 ‘소박하나 실질적 성과’(modest but concrete results)가 있을 것 같고, 트럼프는 이것을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해서 자신이 ‘승리’(victory)했다고 선언할 것이지만, 워싱턴 주류 엘리트들과 미국 싱크탱크의 전문가집단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비판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말한 후, 필자의 “절대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진심이었다. 지인은 ‘알았다’고 하면서 ‘스마일’ 이모티콘을 덧붙였다.

북핵문제와 금융시장은 전혀 상관없는 별개의 영역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종종 금융권에 있는 지인들, 그리고 한국에 나와 있는 외국의 ‘상공회의소’ 등 비즈니스 단체 등으로부터 현재의 북핵 관련 한반도 지정학 상황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한다. 그런 자리에 가보면 앉아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즈니스 중역들이다.

바쁜 비즈니스계 인사들이 시간을 들여 이러한 국제정세 얘기를 듣고자 하는 이유는 사실 비즈니스와 북핵 문제 지정학이 연계된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2006년 10월 북한이 첫 핵실험을 실시했을 때, 베이징에 나가 있는 미국 한 경제지의 특파원이 본사의 지시를 받아 한 가장 첫 일은 안보 전문가들에게 전화하여 이 사건의 예상 파급효과 정도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외국인 투자가의 눈에 한반도는 항상 ‘화약고’(tinderbox)이고 리스크를 내포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그 기자는 전문가들의 초기 반응이 비교적 차분한 것을 보고 기사 제목을 ‘별일 없겠다 (business as usual)’로 달아서 초고를 데스크에 보냈다가 고참 기자한테서 핀잔을 들었다. “제목을 그렇게 달면 누가 우리 신문을 사서 보겠나?” 좀 더 시선을 끌 수 있는 제목으로 바꾸라는 교정 지시가 내려왔다. 전문가들은 놀라지 않았지만 신문을 읽는 독자들은 뭔가 놀랄만한 새로운 소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한 대학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교수도 다국적 금융단체가 일본에서 개최한 아태지역 모임에 초청을 받아 북한 강의를 하고 왔다. 금융업계가 정치학자를 불러 한반도 ‘지정학 컨설팅’을 받은 셈이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은 아마도 끝까지 읽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필자가 정작 하고 싶은 말을 해야겠다. 오바마 행정부 때 미국정부는 북한에 대해 ‘전략적 인내’ (strategic patience) 정책을 펼쳤는데, 사실 이는 미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중요성을 두지 않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북한 문제는 미국의 전략적 관심 순위에서 저만치 아래로 떨어졌다.

미 행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와 이와 관련 당시 담화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는 필자에게 사뭇 놀라운 말을 했다. “북한에 석유만 났어도 우리가 북한 문제에 더욱 적극적일 텐데.” (수년 전 나누었던 담화였기에 무기명으로 여기에 소개한다).

결국, 북한 문제와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금융계 인사들이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나,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는 경제적 ‘이해관계’와 결부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전임 미국 대통령들과 달리 북핵 문제에 큰 관심을 갖는 트럼프 대통령이 종종 북한을 언급할 때마다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economic potential)을 언급하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비즈니스맨 출신의 트럼프가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앵글’이 엿보인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견인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북핵 문제 해결이 미국에게 실질적으로 어떠한 ‘이익’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려가 들어가야 할 것이다. 단순히 ‘평화를 위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이 한반도 사람들에게는 당위적인 문제이지만 바다 건너 국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북한에 풍부한 지하자원 매장량의 객관적 수치화를 하거나, 혹은 나이키 신발을 만들 때 공장을 중국이나 베트남이 아닌 북한에 지을 경우 하루 생산량, 인건비 등을 비교해서 미국 회사에게 얼마나 더 큰 이익이 될 수 있는지 등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에 좋은 일이므로 북한도 이러한 조사에 적극 협력해주어야 한다. 코카콜라가 일전에 북한에 공장을 지을 계획을 타진해보았다는 업계 내부의 풍문도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다국적 기업이 많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에도 미국의 참여를 적극 견인하는 것이 지속적 성공을 보장하는 길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러한 프로젝트가 미국에 어떠한 이익이 되는지를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러한 설명은 반드시 미국인들의 ‘논리 문법’에 맞게 수치화를 해줄 때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과거 25년간 북한 문제를 ‘지정학’적 접근방법으로 시도해보다가 실패했다. 그런 참에 트럼프란 미국 대통령이 등장했다. 우려도 많지만 트럼프는 과거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도 북핵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특히 북한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취장보단(取長補短 =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보충하라)’이란 중국 표현처럼 우리는 그가 가진 장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지경학’적 접근법을 써볼 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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