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공식 의료시장 발달... 유엔지원 약품도 병원이 아닌 장마당에서 공급

‘북한 재난의료 지원체계 수립’ 심포지엄에서 강의 중인 서울대학교병원 박상민 교수(사진=SPN)

남북 보건의료∙영양부문 협력방안으로 ‘경협’과 ‘인도지원’을 융합한 창의적인 남북 경협모델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서울대학교병원 박상민 교수는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연구실이 29일 오후 2시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 1층 서성환연구홀에서 ‘북한 재난의료 지원체계 수립’을 주제로 연 심포지엄에서 북한의 비공식 의료시장을 언급하며 “현재의 지원 방식으로는 북한 내 의약품 등 생산능력이 향상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우리 정부가 유니세프(UNICEF)에 남북협력기금으로 자금을 지원하면 유니세프가 입찰 시스템을 통해 영양물품을 구매해 북한에 전달한다”며 “과거에도 우리나라가 대북 지원을 했지만, 북한 내에서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사회주의 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비공식 의료시장이 발달하고 있고 빈부에 따라 의료 접근성이 결정돼 만성질환이나 암 질병 부담에 대처하기가 어렵다”며 북한 보건의료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화폐개혁 이후 보건의료재정이 부족해 의사들이 병원에서 월급을 받을 수 없어 병원에서는 성의 없게 진료하고 자택에서 행위당 수가제로 비공식 진료에 집중한다”며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 병원에 국수기계를 들여놓고 의사들에게 국수를 팔게 한 병원장도 있다"는 탈북민의 증언을 전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탈주민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가 ‘장마당(시장)에서 약을 구입했다’고 응답했다. 유엔이 지원한 의약품이 장마당으로 많이 가고 병원으로는 많이 가지 않아 병원에서 약을 구하기가 어렵다”며 의약품의 비공식 의료시장 유출 현상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필수의약품과 소모품, 수액 생산공장과 특수영양식품 공장을 북한에 세워 자체 생산능력을 키우고 입찰시스템을 연결해 북한 내에서 구입과 지원이 모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영이 유지될 수 있도록 경영도 함께 고려한 인도적 지원과 경협을 고려한 모델이 필요하다”며 생산은 경협으로, 조달∙유통∙전달은 인도지원으로 추진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국제기구 지원 영역과 시너지를 가질 수 있으며, 북한의 상황에 꼭 필요한 영역을 고려해야 한다”며 모자보건사업과 감염관리사업이 혼합된 ‘B형간염 주산기감염 예방관리사업’에 주목했다.

B형감염 주산기감염은 모체(산모)의 혈액이나 체액, 분비물에 존재하는 바이러스가 출산 시 혹은 출산 직후에 밀접한 접촉에 의해 자녀에게 감염되는 것을 의미한다. 주산기(임신 29주~생후 1주)에 감염된 신생아의 90%는 B형감염 바이러스 만성 보유자가 된다.

박 교수는 “2003년 기준 B형감염은 북한 당국이 선정한 북한 우선순위 보건의료문제 2위”라며 “북한의 감염실태에 대한 정확한 통계수치가 없어 2007년 기준 북한이탈주민(탈북민) B형감염 항원 양성률은 남자는 15.1%, 여자는 8.5%로 남한의 3~4배”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로의 50% 이상이 모자 수직감염에 기인하므로 현재 북한의 B형감염 예방접종 사업에 효율적인 수직감염 전파 차단사업이 필요하다”며 "우리의 성공적인 컨트롤 사례를 북한에 적용하는 전략이 비용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천연물의약품 관련 공동 R&D 사업이나 남북한 환경∙유전 맞춤 코호트 협력연구 등 남북 보건의료 R&D 사업 개발 △남북 국가질병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교류협력 확대 △남북한 질병관, 건강행태 차이와 보건의료 문화 동질화를 위한 심층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북한 내 안정적인 보건의료 재정체계를 구축하려면) 유엔 제재하에서는 주요 공여자와 주요 채널을 조정하고, 제재가 해제되면 세계은행과 지역개발은행(아시아개발은행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등), 양자기구 등의 역할을 포함해 보건의료 재정체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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