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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년사와 2019년 북핵 문제 전망, 전재성, 동아시아연구원
  • SPN 서울평양뉴스 편집팀
  • 승인 2019.01.25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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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년사와 2019년 북핵 문제 전망, 동아시아연구원>

(전재성, 동아시아연구원)

[요약]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고위급 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 조치를 거듭 촉구했습니다. 이처럼 미국은 북한에 대해 여전히 ‘대화와 압박’이라는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양측 모두 정상 간의 담판에 기대를 걸고 있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높다고 EAI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다만, 북한 측에 비핵화는 단순한 협상카드가 아닌 정권의 안위를 건 근본적인 사안으로, 한미 양국이 이에 대한 확실한 대안을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그 이후에는 또 다시 난관에 부딪힐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이와 더불어, 본 이슈브리핑에서는 북한 신년사에 대한 엇갈린 평가와 북핵 문제에 대한 한국의 향후 대응 전략 등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번 이슈브리핑은 EAI가 연초에 기획한 신년 라운드테이블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전재성 EAI 국제관계연구센터 소장(서울대 교수)이 대표집필한 것입니다.

북한 신년사에 대한 엇갈린 평가

2019년 북한의 신년사 발표 이후 북한의 전략과 의도에 대해 한국 정부와 국내외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양할 뿐 아니라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의 핵심적 행위자인 미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내 전문가 집단의 견해도 같지 않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낙관론은 김정은이 이미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전략적 결단을 내리고 경제총력 노선에 매진하고 있으며 단계적 비핵화 조치를 진정성 있게 추진하고 있는 반면, 북미 간의 상호 불신과 미국의 미온적 보상으로 협상이 난관에 처해있다고 진단한다. 비관론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도 자체가 불명확하며 여전히 동결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핵, 미사일 능력을 제고하는 가운데 한미동맹 약화, 경제보상 극대화, 중국, 러시아와 관계 강화, 궁극적으로 핵보유 정상국가 인정을 추구하고 있다고 본다. 하나의 텍스트를 이와 같이 완전히 다르게 읽게 되는 것은 읽는 사람들의 희망적 사고, 북한에 대해 이미 형성된 인지와 믿음체계가 반영되는 탓이기도 하지만, 북한의 신년사 자체가 전략적 모호성과 해석의 다양성을 의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년사는 북한이 원하는 최대한의 기대치를 제시하는 만큼 북한 자체의 희망적 사고도 내재되어 있으며 향후의 목적 달성을 위한 고도의 전략을 담고 있다.

이번 신년사의 첫 번째 특징은 경제에 대한 강조와 발전에 대한 강렬할 열망이다. 경제라는 단어는 38회 언급되고 있어 2018년의 21회, 2017년의 18회에 비해 급속히 증가했다. 그리고 내용적으로는 자립경제의 강조, 인민 생활의 질적 향상, 국외에 대한 성과 현시 욕구 등이 두드러진다. 특히 자체 기술, 자체 자원, 혁명적 열의와 창조적 혁신 등 자립경제의 요소들에 대한 언급이 많으며, 건설 사업의 성과를 강조하는 등 경제를 보는 북한의 시각이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농민과 탄부들에 대한 복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올해 신년사의 특징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경제총력 노선이라는 결단이 경제 발전 방법에 대한 전략적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발전 전략은 여전히 사회주의의 틀 속에 있으며 사회주의 분배원칙의 요구, 당 중심의 경제발전 전략에 머물러 있으며, 새로운 제도에 대한 모색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즉 사회주의 자립경제의 기치 하에 전력, 석탄, 관광 지구 건설 등 다양한 부문을 언급하고 있지만, 기존의 노선을 근본적으로 넘어서는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지도층이 북한 경제의 질적 도약을 위해 경제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고 어떤 범위의 전략적 선택을 모색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번 신년사에서 제시된 전략으로는 북한의 경제현실과 인민들의 생활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또한 이 전략이 비핵화를 염두에 둔 경제발전 노선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경제의 자립을 도모하는 가운데 경제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을 예상하고 있어 경제발전 전략과 비핵화의 전략적 결단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둘째, 신년사는 핵무기의 생산, 사용, 배치, 이전 금지를 명확히 하고 있지만 이것이 국제사회가 요구해온 비핵화의 단계로서 핵동결을 의미하는지는 명확치 않다. 일부에서는 비핵화라는 단어의 언급을 중시하면서, 핵무기의 생산 중지를 새롭게 천명한,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조치라고 본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핵물질의 지속적인 생산, 핵 기술의 지속 개발, 탄도미사일의 고도화가 포함되지 않은 소극적 정책이며 동결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미국 내에서도 북한의 진일보한 정책에 신중한 낙관론을 보이기도 하지만, 다수는 여전히 핵동결에 미치지 못하는 모호한 정책으로 간주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신년사 발표 직후 핵무기에 대한 북한의 언급에 반색하면서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에 대한 신뢰를 표현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김정은의 친서에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가능성도 계속 언급되고 있다.

북한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단계적, 동시적 접근이 미국과 합의되었다고 보고, 사실상의 핵군축 회담을 추진하면서 상황에 따라 완전한 비핵화의 가능성을 도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상정하고 단계적 접근을 수용하였지만 사실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개념을 둘러싼 북미 간의 견해 차이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북한은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목표 하에 북한 비핵화에 앞선 다양한 전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제조건들을 수용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전체 핵, 미사일 전력에 대한 리스트 제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객관적 검증, 이미 생산된 핵무기의 처리 등 여러 난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경제제재 완화, 평화체제 협상 개시 등이 쉽지 않다.

셋째, 북한 신년사는 2018년 남북관계의 진전에 대해 대단히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2019년의 과제로 제시한 내용은 만만치 않다. 북한은 남북 간 군사합의서가 사실상의 불가침조약이라고 정의한 후 한반도 전역의 군사적 적대관계 해소를 제언하고 있다. 더불어 한미군사훈련의 영구 중단, 외부로부터 전략자산 및 장비 반입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 없이 평화체제 다자 협상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참여를 전제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하면서 외부세력의 간섭과 개입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을 언급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제재 전선에서 남북교류협력을 분리시키려는 의도도 보이고 있다.

군사, 경제, 평화체제 협상에 걸친 남북관계의 진전은 사실상 한미동맹, 남북 간 재래식 군축, 대북 국제 경제제재 레짐, 그리고 동북아 세력균형에 걸친 복잡한 문제이다. 문제의 본질이 국제관계이며 비핵화 협상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사안들이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고려를 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이를 단순히 민족문제로 생각하기란 불가능하며, 북한의 요구는 이와 상충되는 명확한 전략 노선을 전제로 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 신년사의 요구가 비핵화와 유리된 남북 관계 진전의 요구, 한미동맹 약화, 한국의 재래식 군사태세 약화, 중국의 역할 증대를 고려한 포석으로 보고 있어 북미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및 북핵 문제 진전 가능성

신년사에 나타난 제안들은 북한이 원하는 최대치를 표현한 것이므로 향후 한국과 미국의 대응에 따라 북한의 선택지를 적절히 형성해가면서 협상이 진전될 수 있다. 북한은 한편으로는 비핵화의 조건을 두고 미국과 까다로운 협상을 벌이면서, 이와 별도로 남북 관계 진전, 조기 다자평화체제 협상 개시, 제재 완화 등을 요구할 것이다. 비핵화 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신년사에 표현된 대로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 할 것이다.

올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의 실마리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풀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멀지 않은 장래에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가 훌륭한 것이었다고 논평한 바 있다. 북미 양측이 정상 간의 담판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점에서 2차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비핵화의 근본 원칙과 개념에 대한 북미 간의 이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실무회담에서 조율되지 못한 어려운 문제들이 정상 간의 대화로 풀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북미 양 정상은 회담이 열리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명확한 원칙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고 단기간의 성과에 치중하여 우선 제시할 수 있는 인센티브들을 교환하는데 그칠 수 있다. 그러면 또다시 이후의 실무회담에서 중대한 문제들이 합의되지 못한 채 진전이 어려운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북한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단계적, 동시적 문제 해결을 기반으로 사실상의 핵군축을 추진하면서 최종 단계에서 비핵화 여부를 결정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신년사에서 표현된 대로 미국 측이 소위 “고질적인 주장에서 대범하게 벗어나 호상 인정하고 존중하는 원칙에서 공정한 제안을 내놓고 올바른 협상 자세와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북한은 비핵화가 아닌 다른 전략적 노선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말하는 완전한 비핵화는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한반도의 비핵화인 반면, 한미가 말하는 완전한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의 정도에 대한 개념이다. 북한은 정권과 북한이라는 정치체의 안위를 걸고 비핵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는 단순한 협상카드가 아닌 근본적인 사안이며, 이를 위해 한미가 어떠한 안전담보를 제공하는가가 중요한 이슈가 된다. 이에 대한 확실한 대안이 준비되지 않은 채,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의 핵심과 향후 대안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2차 북미회담이 열린다면 이후의 진전은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북핵 문제에 대한 한국의 향후 대응 전략

또한 신년사에는 북한의 대남, 대외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이 제시되어 있는데, 이에 대한 한국의 적절한 대응이 요구된다. 우선, 북한이 추구하는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의 목표와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 간에는 여전히 깊은 골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동시적, 단계적 접근이 핵군축 협상의 과정을 의미한다면 미국은 이에 동의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비핵화를 위한 전반적 협상골격이 없는 상태에서 단계적 핵군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이 북한의 정권과 체제안전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하지 않고 근본적인 관여 정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비핵화만을 추구한다면 북한은 이에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노력에 대한 장기적 비전 하에서 미국의 관여정책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둘째, 북미 간의 의견 차이가 조율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대화의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 북미대화 개최 자체를 중시하고 있지만, 협상장 밖에서의 의견 조율, 힘 겨루기, 심지어는 협상의 정체까지도 성공적인 차기 협상을 위해 필요한 과정일 수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3차, 4차 회담이 열릴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과 미국은 물론, 중국 및 국제사회와의 치밀한 대화 속에서 목표와 과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긴 시간을 요구하므로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셋째, 대북 관여와 북한의 자구책 지원을 추구하는 동시에 군사억제와 제재를 병행하는 복합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비핵화 협상과 남북 교류, 협력, 평화체제 협상도 중요하지만 비핵화와 평화체제가 이루어진 이후 북한이 어떠한 군사, 외교, 경제전략을 추진할지, 평화체제 이후의 남북관계는 어떠한 모습의 경쟁과 협력을 보일지를 예상하고, 바람직한 북한의 발전 방향에 대한 북한의 전략과 자구의 노력을 제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어느 정도의 군사력을 가지고 억제력을 유지해 나갈지, 북한의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경제 제재의 정책수단을 어느 수준에서 사용해 나갈지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넷째,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은 지역전략과 한미 동맹의 미래를 계획해야 한다. 미중 경쟁 체제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는 국제정세와 밀접한 관계 아래 진행되고 있는 바, 한국의 지역전략과 비핵화전략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과정에서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연합군사훈련, 전작권 이양 등 단기 과제는 물론, 주한미군의 역할과 규모 등 장기 사안도 대두될 것이다. 더욱이 트럼프 정부는 경제논리에 기초한 국익우선주의를 앞세워 동맹전략 전반을 재평가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한미일 전략 협력도 약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미 동맹이 한반도에 국한된 사안이 아닌 만큼, 북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한국의 지역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SPN 서울평양뉴스 편집팀  seopyong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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