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투자시 분쟁이 발생하면?", 남북물류포럼>

통일정책의 대안

KOLOFO 칼럼 제447호

북한 투자시 분쟁이 발생하면?

권은민 변호사, 북한학 박사

북한은 1984년 합영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외부 투자를 유치하려고 노력한다. 지난 35년간 수많은 북한 투자사례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다수의 분쟁이 발생했다. 북한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북한 법령을 예로 들어보자. 투자기업의 토지사용과 관련된 토지임대법 제42조는 “토지 임대와 관련한 의견 상이는 당사자들 사이에 협의의 방법으로 해결한다. 협의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경우에는 조정, 중재, 재판의 방법으로 해결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협의, 조정, 중재, 재판을 분쟁해결제도로 열거하고 있다. 투자와 관련한 다른 북한법 규정도 대동소이하다.

그 동안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북한에서 민사분쟁이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대부분 소송외적 방법으로 해결되었다. 북한 내에도 민사재판이 있지만 이혼 등 가사사건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민사분쟁의 비중은 낮다. 북한에 민법과 민사소송법이 존재하지만 일반인의 사유재산이 적은데다가 개인의 자유로운 법률관계 형성이 제한되기 때문에 민사소송사건이 많지 않다. 참고로 통일이전 동독은 북한에 비하여 활발한 사경제활동을 허용하였고 사유재산도 비교적 광범위하게 인정하였지만 통일 직전 민사소송건수는 서독에 비해 7분의 1미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지역에 투자하려는 외부 투자자는 분쟁발생시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될 것인데 이를 적절히 해소시키는 것은 북한투자의 승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편, 남한의 분쟁해결제도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바, 남한의 경험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도 있다.

남북간 투자분쟁, 북한 법으로도 해결할 가능성 있다

필자는 최근 작성한 논문에서 북한법이 규정하는 각각의 분쟁해결제도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북한법상 분쟁해결제도가 투자기업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를 연구했다. 투자기업 관련한 실제 분쟁사례를 찾고, 그 사례들이 북한법상 분쟁해결제도 중 어떤 제도로 해결하는 것이 좋을지 검토하고, 이어서 분쟁해결제도의 장래를 전망하였다. 북한법상 허용되는 분쟁해결제도인 협의, 신소, 조정, 중재, 재판은 각 제도별로 고유한 역할이 있었다. 실제로 발생한 분쟁사례를 유형별로 분류해 보았더니 대부분 북한 내 제도로 해결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 동안 분쟁해결제도에 대한 연구는 북한 내 분쟁해결제도는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제3국에서 중재재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모든 분쟁을 제3국 중재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분쟁유형별로 적합한 북한 제도를 활용하자는 것이 나의 제안이고, 북한이 투자유치를 원하는 이상 북한의 분쟁해결제도를 통해서도 대부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과거 경험상 북한을 신뢰할 수 없다는 사람들의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미래가 과거와 꼭 같아야 할 이유는 없다. 상황이 변하면 그 변화된 상황에 맞추어 법적용도 유연하게 해 보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투자자들에게 두려운 것은 분쟁이 아니라 분쟁을 해결하는 법적보호조치가 부실한 것이다. 연구결과 북한법상 분쟁해결제도는 다양하고 각 제도별로 장단점이 있으므로 분쟁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 적합한 분쟁해결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또한 분쟁유형별 사례를 하나씩 축적함으로써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분쟁해결제도가 합리적 수준에서 정착되어야 북한에 대한 외국투자도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분쟁해결제도는 북한의 제도이지만 북한에 투자하는 것은 외부 투자자이므로 분쟁해결제도의 형성과 운영에는 투자당사자들의 의견도 고려해야 한다. 장차 북한도 남한에 투자할 수 있는 바, 북한은 남북한 사법공조나 법조 인력의 교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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