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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재단 평화연구원, '북한의 ‘선도적 비핵화’가 답이다'
  • SPN 서울평양뉴스 편집팀
  • 승인 2019.01.2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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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의 교훈
 
2018년은 북한 비핵화 협상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시발점으로 관련국 간 협의가 본격적으로 전개되었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명시적으로 공표했다. 정점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최초의 양국 정상회담인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의 주체를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으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행된 2018년 내내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했으며, 한반도에서 군사적인 긴장이 고조되지도 않았다. 북한 핵문제가 안정적으로 관리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협상국면이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북한의 비핵화 조치는 실행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공통된 인식의 결여와 아울러 비핵화의 이행 로드맵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미국은 CVID,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라는 기존의 입장을 변경하여 FFVD, 즉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의미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적이 없다. 또한 신고-검증-폐기를 내용으로 하는 매뉴얼 비핵화 방식을 선호하는 미국과 자신들이 비핵화 순서와 내용을 정하는 자발적 비핵화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구체적 성과는 없는 지루한 비핵화 협상국면이 지속되었다. 특사파견과 친서교환 등 북·미간 정상차원의 외교는 고비 때마다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부여했지만 결정적인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했다. 결국 향후 북한 비핵화 협상의 미래는 북·미 양측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합의된 개념을 공유하고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 로드맵을 도출해 낼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딜레마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1월 17일 방미해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결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시기가 가시화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점차 악화하고 있는 국내정치적 상황에서 자신이 최대의 업적으로 부각시켜온 북·미 비핵화 협상의 실질적인 진전이 필요하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대북제재의 압박을 해소해야 하는 긴박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모두에게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필요한 이유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정치적 입지는 지난해에 비해 좋지 않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현실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독주를 막겠다고 공언한 상태이며, 대북협상은 주요 쟁점대상이다. 이미 미국 의회는 소위 아리아법을 통해 행정부가 대북제재를 해제할 경우 의회보고를 의무화했으며, 비핵화 협상에 대해서도 청문회 등을 통해 꼼꼼히 점검하겠다는 기세다. 
 
장기화하고 있는 협상의 교착국면과 고 웜비어씨 사건 등으로 미국 내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취임 이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해온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향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멕시코 장벽 예산 문제로 장기화한 미국 정부의 셧다운 사태에 대해서도 여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협상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지난해 12월 23일 발표된 중국의 해관(세관)총서에 따르면 2018년 1월에서 11월 사이의 북·중 교역량은 전년 대비 52.9% 대폭 감소한 22억 달러 수준이었으며, 특히 북한의 대중 수출은 전년 대비 88.6% 감소한 1억 9천만 달러에 그쳤다. 동 기간 북한의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전년 대비 33% 감소한 20억 1천만 달러로 북한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18억 달러가 넘는다. 중국은 북한의 대외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무역적자는 결국 북한 내 외화보유고의 고갈을 의미하며, 이미 장마당경제는 대북제재의 직접적 영향권에 놓여있다. 아사히신문의 1월 13일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 옥수수는 1.7배, 밀가루는 1.4배로 가격이 올랐으며, 중국산 액정 TV나 배터리는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 지난해 주민들에게 경제발전을 약속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현재의 경제상황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에 대해 회의적인 미국 내 여론을 반전시키고 대북제재의 해제를 유도할 수 있는 명분과 가시적인 성과를 확보할 수 있느냐의 여부이다. 미국에서는 벌써부터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회의론이 나타나고 있으며, 북한이 원하고 있는 대북제재의 해제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반면 북한의 매체는 연일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판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지난해와 달리 개최 자체만으로 의미를 찾기 어려우며,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북·미 양 정상에게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동력이 현저하게 약화됨으로써 북·미관계가 장기 교착국면으로 접어들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시 ‘김정은 이니셔티브’를 기대한다
 
2018년 한반도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국면의 전개과정에는 많은 요인들이 작용했으며, 특히 촉진자의 역할을 수행한 한국정부의 노력이 중요했다. 실용주의적 관점을 견지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도 평가를 받을만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김정은 위원장이 전략적 변화를 선택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7년 11월 19일 ICBM급 화성 15형의 불완전한 고각발사 직후 김정은 위원장은 국가핵무력 완성을 공식선언했으며, 2018년 파격적인 신년사를 필두로 연쇄적인 정상회담과 특사 및 친서외교를 통해 비핵화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하면서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이어나갔다.
 
2019년 북·미 비핵화 협상은 결정적인 기로에 서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워싱턴으로 직행해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함으로써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시기를 잡기는 했지만 지난해와 달리 백악관은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으며, 김영철 부위원장의 동선도 암행모드를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 부위원장을 면담한 이후 백악관이 내놓은 입장은 2월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것과 비핵화 이전까지 대북제재는 유지한다는 짤막하고도 원론적인 내용이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동력이 확보될 경우 비핵화 협상의 순조로운 진행을 기대할 수 있으나, 그 반대의 경우 북·미간 지루한 교착국면과 소모전의 양상을 벗어나기 힘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모두 정치적 상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협상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수준의 ‘스몰딜’을 넘는 성과를 도출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해법은 2018년과 같이 김정은 위원장이 이니셔티브를 발휘하는데 있다.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하는 북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나 결자해지의 선택이 필요한 상황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회의론의 뿌리는 지난 30여 년 간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서 신뢰를 상실했다는 원초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따라서 일정한 신뢰관계를 형성하기 이전까지는 북한이 원하는 ‘주고 받기식’ 협상은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 비핵화 성과도출이 지연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협상력과 미국 내 정치입지는 약화될 것이며, 새로운 남북관계를 지향하는 한국정부도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경제봉쇄에 가까운 대북제재 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협상이 장기 교착될 경우 그 피해는 전적으로 북한에 돌아간다. 비핵화를 공언한 김정은 위원장이 역발상으로 비핵화 협상을 선도해 나가는 방안 외에 달리 길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 그리고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파격적 비핵화 조치를 선행할 경우 신뢰의 확보와 아울러 상응조치도 유도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이 예상하기 어려운 행마는 종종 형세를 주도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북한이 핵프로그램 핵심분야의 비핵화를 조기에 단행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북한이 핵심분야의 비핵화를 선도적으로 단행함으로써 신뢰의 임계점을 상회할 경우 이후의 협상은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북한 핵프로그램의 핵심분야는 과거 핵에 해당하는 핵탄두, 핵물질, ICBM과 핵관련 생산시설이 밀집해 있는 영변핵단지이다. 과거 핵 일부의 조기 반출 및 폐기, 또는 영변핵시설의 영구폐기 돌입 등은 신고라는 단계를 우회하면서도 실질적인 비핵화의 진전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경우 미국 역시 대북제재의 단계적 해제와 종전선언을 포함한 평화체제 구축 협상 등 의미 있는 상응조치를 취해야 할 책무를 부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로운 변화를 선택한 2018년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2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비핵화 협상과 경제발전에 방점을 둔 전략노선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와 같이 외부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비핵화 협상 방식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2기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지루한 협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선도적 비핵화를 통해 북한체제와 정권의 미래를 약속할 수 있다는 점을 김정은 위원장이 주목할 때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다시 한 번 김정은 이니셔티브를 기대해 본다.@

SPN 서울평양뉴스 편집팀  seopyong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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