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2019년 신년사:주요 내용과 평가 및 전망

이관세(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주요 내용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1월 1일 신년사를 발표했다. 이날 오전 9시경부터 약 30분 동안 조선중앙TV를 통해 녹화 중계 형식으로 발표된 신년사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의 주요 성과를 평가하고, 2019년의 주요 과업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대내 경제 부문에서 북창화력발전연합기업소의 전력생산 증대, 김책제철소와 황해제철소의 주체화, 화학공업·석탄공업·농업·군수산업·과학교육·문화예술 부문 등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특히, 군수공업 부문에서 “여러 가지 농기계와 건설기계, 협동품들과 인민소비품들을 생산하여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추동”했다고 평가한 대목이 눈에 띈다.

김정은 위원장은 대내 경제 부문과 관련해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라는 구호를 제시하며 “사회주의 자립경제의 위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목표 수행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전력문제 해결, 석탄공업, 금속 및 화학공업, 교통운수부문, 기계제작 공업부문에서 분발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인민생활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은 우리 당과 국가의 제일가는 중대사”라며 농업전선에서의 증산투쟁, 축산업 및 수산 발전, 경공업 현대화·국산화·질제고를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삼지연군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등에서의 대형 건설사업 추진, 산림녹화, 도시경영 및 도로관리사업 개선, 환경오염 방지 등도 중요하게 언급했다.

대내 정치·사회 부문에서는 당을 중심으로 단결해 ‘국가제일주의’를 신념으로 간직하고, ‘사회주의 문명건설’을 위해 “시대와 현실을 반영하고 대중의 마음을 틀어잡는 영화와 노래를 비롯한 문예작품들을” 많이 창작해야 하며, 제약공장 및 의료기구 공장 현대화, 의료기관 면모 일신을 통해 의료 서비스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군사 부문에서는 4대 강군화 노선(정치사상 강군화, 도덕 강군화, 전법 강군화, 다병종 강군화) 관철, 인민내무군 및 노농적위군 강화, 군수산업의 주체화·현대화 추진 등을 강조했다. 또한 청년과 각급 당조직의 역할 강화 등도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대남 부문과 관련해 “일찍이 있어본 적이 없는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격동적인 해”였다고 2018년을 평가했다. 또한 남북관계가 “완전히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며 「4.27 판문점 선언」, 「9월 평양 공동선언」, 「9.19 군사합의」는 “사실상의 불가침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군사적 적대관계 해소를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하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적극 추진해야 하고, 한·미연합군사훈련 및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을 “완전히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하고, 남북한 간 교류·협력을 확대·발전시켜야 하며,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북과 남이 굳게 손잡고 겨레의 단합된 힘에 의거한다면 외부의 온갖 제재와 압박도, 그 어떤 도전과 시련도 민족번영의 활로를 열어나가려는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전 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외 부문과 관련해서는 세 차례에 걸친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북·중 정상회담,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국가평의회 의장의 방북 등을 주요 성과로 거론하며 북·미 정상회담은 “지구상에서 가장 적대적이던 조미관계를 극적으로 전환시키고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은 「6.12 북·미 공동성명」 이행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히며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며 상응한 실천적 행동으로 화답해 나선다면 두 나라 관계는 훌륭하고도 빠른 속도로 전진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2018년 남북관계 진전처럼 북·미 관계가 “쌍방의 노력에 의하여 좋은 결과가 꼭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고 싶다”며 “앞으로도 언제든 또 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돼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북한에 양보를 강요하거나 대북 제재·압박을 지속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평가 및 전망

김정은 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 발표는 형식적인 측면에서 2013년 첫 육성 신년사 연설 이후 그동안 보여 왔던 행태를 지속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2018년까지 인민복을 입고 연단에 서서 신년사를 발표했던 것과 달리 올해 김 위원장은 검은색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소파에 앉아서 발표했다는 점이 다르다.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인민복 대신 검은색 정장에 넥타이를 맨 것은 정상국가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며, 소파에 앉아서 발표한 것은 김 위원장이 미국 등 여타 국가의 정상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내용적 측면에서 대내 경제 및 정치, 사회 부문과 관련해 특징적으로 두드러지는 대목은 많지 않아 보인다. ‘자력갱생’ 강조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서 비롯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비롯한 공개 연설에서 간혹 숫자를 거론하며 경제적인 목표치들을 제시했던 것에 비해 올해 신년사에서는 이러한 대목을 거의 찾을 수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대남 부문 내용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이른바 ‘세밑 친서’에서 어느 정도 예고됐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문 대통령과 자주 만나 한반도의 평화·번영을 위한 논의를 진척시키고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신년사 역시 2018년의 남북관계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2019년에도 남북관계를 더욱 확대·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은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없이”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를 표명하는 데에서 나아가 남북관계를 통해 제재와 압박이라는 어려움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통일’을 여러 차례 강조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 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며 그 실현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한 것은 향후 북한이 당국 차원뿐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 대남 공세를 추진할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사회 대북제재 지속으로 당국 차원의 남북관계 확대·발전이 여의치 않은 상황임을 고려해 북한이 민간 차원 등 우회 경로를 적극 활용하려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기존에 제안했던 ‘남북 제 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 또는 ‘전민족 회의’ 등을 다시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협상 추진 제안은 2018년 한반도 정세가 급격하게 전환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북·미 관계 개선 및 비핵화 등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북한이 인식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및 한반도 평화체제를 연동시키고 있는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 협상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느꼈고, 긴밀히 연관된 한국과 중국을 포함하는 다자협상으로 판을 넓히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읽힌다.

대외 부문 내용과 관련해서는 비핵화를 포함한 「6.12 북·미 공동성명」 이행 및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다시 한 번 강조했다는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 않”겠다고 언급한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2018년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이후 북·미 간 실무협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자 최근 미국 내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북한이 핵·미사일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다는 관측을 잇달아 내놓는 것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미사일에 대한 언급이 신년사에 전혀 없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지 말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비핵화 프로세스와 관련해서는 북한의 기존 입장이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 반영되는 동시에 어느 정도 유연성을 가미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적대관계가 해소되고 상호 신뢰가 구축되면 핵·미사일을 비롯한 관련 개발 프로그램 일체를 포기·폐기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신년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2018년 남북관계 진전을 모범으로 삼아 “서로의 고질적인 주장에서 대범하게 벗어나 … 임한다면”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등 미국과의 협상에서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새로운 길”을 언급한 것은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미국을 압박함으로써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과 함께 북·미 협상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추진해야 하는 차선책을 위한 복선일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와 작금의 상황을 종합하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한 북한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북·미 간 협상도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발전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2018년 남북한 간에 합의된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이행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정착과 체제 안전 보장, 남북관계 발전에 긍정적 여건을 조성하려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는 과정에서 정치적인 측면의 환경 조성을 위해 대남 평화 공세를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완화되거나 해제되지 않을 경우에도 북한은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사업 등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교류·협력의 확대를 추진하려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지속에 따른 대체 효과를 거두는 한편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체제 안전 보장을 더욱 확고히 하려 할 것이다. 즉, 북한은 2019년 비핵화와 제재 완화·해제, 남북관계 진전을 상호 연계해 선순환하는 대남·대외 전략을 추진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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