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검증도구와 같은 수준으로 원자로 활동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훨씬 높아"

북한의 영변 핵시설 위성사진(사진=구글어스)

미국과 영국, 일본, 한국 등 6개국 과학자들이 유령입자로 알려진 ‘중성미자’ 검출기로 북한의 비핵화를 검증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미국과 영국, 독일, 중국, 일본, 한국 등 6개국 물리학자들은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서한 형식으로 게재한 글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해 ‘중성미자(뉴트리노)’ 검출기를 활용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한 작성에는 미국의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스탠포드대, 예일대, 버지니아공대, 영국의 리버풀대, 독일 막스플랑크, 중국의 고에너지물리학연구소,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연구단과 서울대 등에 소속된 15명의 연구원들이 참여했다.

서한 작성에 참여한 패트릭 후버 버지니아공대 물리학 교수는 16일 “기존 검증도구는 원자로 내부에 최소 10~15cm 정도 가까이 설치돼야만 원자로 활동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고 VOA에 말했다.

그러나 “원자로 외부에 있는 화물 컨테이너나 트레일러, 또는 트럭에 중성미자 검출기를 설치하면 원자로 내부에 접근하지 않아도 기존 검증도구와 같은 수준으로 원자로 활동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원자로에서 10~30m 정도 떨어진 지점에 소규모 중성미자 검출기를 설치하면 해당 원자로에 있는 플루토늄 양을 파악할 수 있으며, 원자로 100~200m 인근에 설치하면 원자로 가동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영변 핵 시설의 경우 중성미자 검출기를 원자로에서 최대 1km까지 떨어진 지점에 설치해도 원자로 활동을 파악할 수 있다며, 영변 약산에 터널을 설치해 이 곳에 약 30t의 대규모의 중성미자 검출기를 설치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중성미자 검출기는 우라늄 모니터링에는 적합하지 않으며, 원자로 가동 여부와 플루토늄 관련 모니터링 위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설치 비용과 관련해 “과거 미국에서 실험용으로 4t 규모의 중성미자 검출기가 설치될 때 약 5백만 달러가 투자된 점을 감안하면 이 보다는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원들은 “합의 준수 여부를 입증해야 하는 북한 입장에서도 중성미자 검출기는 매력적일 수 있다”며, 원자로 접근을 최소화하고 원자로 가동 기록이 중지된 이후에도 가동 기록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이점을 지적했다.

후버 교수는 “대북 협상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이 중성미자 검출기와 같은 검증 옵션이 있다는 점을 알고 북한과 합의를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번 제안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성미자는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 가운데 가장 가벼운 입자로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이며, 다른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관측이 힘들어 ‘유령입자’라고도 불리고 있다.

이 입자는 빅뱅 또는 태양의 핵융합 등의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핵연료 분열시 인공적으로 생성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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