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으로 비핵화를 견인하라, 남북물류포럼>

    추원서 경기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6.12 북․미 정상회담이후 교착상태에 빠졌던 北·美 간 비핵화 협상이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9월초 대북특사단의 방북과 추석을 전후하여 개최된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정부,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노력이 가져온 성과라 할 것이다. 

미국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실무협상을 재개하는 한편, 조만간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4차 방북 길에 오른다. 트럼프 행정부는 11월 6일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결과와 2차 정상회담의 득실을 저울질하면서, 회담 시기와 장소 그리고 종전선언 등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2차 北·美 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기본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결정할 사안일 뿐만 아니라 대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보아 외견상 큰 반대가 없는 듯하다. 하지만 북한이 현 단계에서 비핵화의 상응조치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미국은 물론 한국 내에서도 상당한 반대 여론이 있다. 

이들 가운데는 북한을 근본적으로 불신하면서 종전선언은 핵 폐기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적극적 반대론자가 있는가 하면,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시기상조라는 소극적 반대론자까지 여러 형태가 존재한다. 북․미 간 협상의 성공적 진척을 바라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점을 의식하여 이번 방미 기간 중 유엔총회 연설은 물론, 미국 조야와 언론 등을 상대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강조하며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는 “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들 사이에서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했으며,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북한이 속일 경우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되며”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발언의 진의는 종전선언은 필요하며, 만일 사태가 악화될 경우에는 가역적 조치가 가능함을 강조한데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종전선언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으며 정말 필요한 것일까?

종전선언은 한반도에서의 기형적 정전상태를 끝맺고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길목에서 이루어지는 정치적 선언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 체결에 앞서 적대관계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북한이 원하는 적대정책 철회와 체제보장을 약속하는 신사협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한미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조속한 비핵화를 추동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사실 완벽한 수준의 비핵화가 이루어지기까지 길게는 10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보는 전문가가 있는 것처럼, 법적 구속력을 갖춘 평화협정 체결 역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를 들어 1945년 8월에 끝난 2차 세계대전은 6년여가 경과한 1951년 9월 8일에야 샌프란시스코에서 강화조약으로 매듭지어졌고 이듬해 4월 28일 발효되었다. 

최근의 예로는 2015년 10월 타결된 이란 핵협상(포괄적공동행동계획)을 들 수 있는데, 동 합의는 EU가 미국과 이란 간의 협상을 중재했지만, 원칙적 합의 후 구체적 합의 도출까지 추가로 2~3년의 집중 협상이 필요했다. 이렇게 볼 때, 종전선언은 북한이 원하는 평화협정 체결 시까지 과도기적으로 북한의 안보상 우려를 덜어주면서 비핵화 조치를 앞당기도록 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의의를 갖고 있는 종전선언에 대해 일부 세력들은 왜 강력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크게 두 가지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논거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그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과거 북한은 비핵화 합의를 하고 다반사로 어겼으며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논거는 북핵문제 악화가 북한의 합의 불이행 못지않게 미국과 과거 한국 보수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이 빚어낸 결과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금년 들어 김정은 정권이 취한 대내외 각종 조치들의 의미를 냉정하게 평가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1주일 전인 4월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열고 2013년 3월 제시했던 ‘경제-핵 병진 노선’을 공식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또한 "4월 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과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 핵시험장을 폐기할 것”을 천명하고 실천에 옮겼다. 

이밖에 지난 4월 이후 5개월 간 세 차례에 걸쳐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으며 6월에는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 과정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 그리고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등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전쟁 가능성이 거론되던 1년 전만 해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종전선언 반대론자들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논거는 종전선언이 한미동맹을 약화 시킬 수 있으며 주한미군 철수로 연결되리라는 우려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문제인 정부로부터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 천명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북한 김정은 위원장 역시 9월 초 대북 특사단과의 면담 시“한미동맹이 약화된다거나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것은 종전선언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 아니냐”면서 일부의 의구심에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는 것은 물론,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올해 안에 이를 실현하기로 한 만큼 신뢰구축 측면에서 연내에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미국이 원하는 보다 진전된 비핵화를 향한 실질적 조치가 북한으로부터 제시될 수 있도록 협상력을 발휘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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