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원하는 북핵 리스트와 관련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겠다는 것"

5일 대북특사단을 이끌고 방북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주 보며 두 손을 잡고 있다.(사진=청와대)

북한 전문가들은 대북특사단의 방북 결과에 대해 대체로 유보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 시기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안’이라고 최초로 언급한 점에 주목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에 비핵화를 실현할 용의가 있다는 발언은 미국 측 시간표를 수용하겠다는 뜻”이라며 “우리 측이 미국 측에 전달할 메시지에 북한의 양보가 상당히 반영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우리 측 특사단이 북측에 제시했을 중재안을 무엇이었는지, 우리가 미국 측에 전달할 북한의 메시지가 무엇일지 등에 대해 전문가들이 심도 있는 분석을 내놨다.

■유보적인 평가… “원론적”, “미국 반응 나와야”

홍민 연구위원은 “방북 결과 발표내용은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원론적이었지만, 미국에 전달할 메시지에 비공개한 내용이 있을 수 있다”면서 “미국이 이런 내용을 어떻게 수용하고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므로 방북 결과 발표에 신중을 기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반응이 나와야 결과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이제까지 나온 것보다 진전된 건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 “미국을 향한 북한의 비공개 메시지, 이에 대한 미국의 반응, 북미 간 후속협상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유보적인 평가를 내렸다.

반면 김동엽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번 결과가 어쩌면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이해한 결과라는 점에서 만족한다”면서 “남북관계를 통해 비핵화와 북미관계를 견인하는 촉진제이자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겠다는 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의 날짜를 확정해 온 것”을 언급했다.

김 실장은 ‘특히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이를 위해 남북 간은 물론 미국과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방북 결과 발표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정의용 실장이) 결과 발표에서 이렇게 언급할 수 있다는 것과 특사단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환대를 본다면 우리 측이 제시한 중재안에 대해 북측은 받아들일 의사가 있음을 밝힌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우리가 北에 제시한 중재안?... “先 종전선언-後 적극 조치”, “비핵화 워킹그룹 구성" 등 추측

홍 연구위원은 “중재안에는 종전선언을 먼저 하면 ‘적극적 조치’를 하겠다는 것과 실제적인 비핵화를 위한 워킹그룹을 실무적으로 꾸리는 사안도 협의할 수 있다는 것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핵 리스트를 어떻게 받을지에 대한 실질적인 방식을 비핵화 워킹그룹에서 논의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종전선언을 먼저 한다면 그 직후에 바로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이 원하는 안을 상당 부분 수용해서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핵 리스트를 쪼개서 신고하는 방법도 있지만, 핵 리스트를 당장 신고하기 힘들면 영변 핵시설 등 주요 핵시설의 가동을 중단하고 폐쇄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후자와 관련해 “주요 핵 시설 폐쇄를 중대한 비핵화 조치로 간주하고 종전선언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동엽 실장은 특사단이 북측에 제시한 중재안에 대해 “미국이 요구하는 북한의 (핵 리스트) 신고와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을 상호 간 반 발씩 양보해 접점을 찾고 결국 동시적으로 이루려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방북 결과를 미국 측에 설명하면서 미국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또 한 번의 난관이 있겠지만 북한이 우리의 중재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틀림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美에 전달할 北 메시지...美 비핵화 시간표 수용 의지?...“트럼프 임기 내 비핵화”언급 최초

이날 발표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김 위원장이) 이러한 신뢰의 기반 아래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북한과 미국 간의 70년간의 적대역사를 청산하고 북미관계를 개선해 나가면서 비핵화를 실현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해당 발언에 대해 “(김 위원장이)‘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안에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홍민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에 비핵화를 실현할 용의가 있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미국 쪽 입장에 맞게, 미국 측 시간표를 수용하겠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언제까지 무엇을 하겠다’고 한 바가 없다. 따라서 우리 측이 미국 측에 전달할 메시지에는 북한의 양보가 상당히 반영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문성묵 센터장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면, 북미 간 후속협상이 열리고 비핵화 로드맵과 종전선언 등의 진전이 이뤄지고 남북관계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그 말만 가지고 성과의 유무와 진전 여부를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시지에는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로드맵을 수용하고 핵리스트를 신고하겠다는 내용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 리스트를 여러 단계로 잘게 쪼개서 신고하려 한다면 또다시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美에 전달할 메시지?... “적극적 조치”=“종전선언 앞당기면 美 요구 상당부분 수용 의사”

정의용 실장의 방북 결과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선제적인 조치들에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진다면 비핵화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조치들을 계속해 나갈 수 있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홍민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북한은 비핵화 관련 시퀀스에 대한 입장을 고수하는 측면이 있다. 종전선언이 선행되지 않으면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가 다소 힘들 수 있다는 입장을 더욱 강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북한이 말하는 ‘적극적인 조치들’의 의미에 대해서는 “종전선언을 앞당겨 미국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는 쪽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단, 전적으로 미국의 안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원하는 북핵 리스트와 관련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위원은 또 “미국에 보내는 북한의 비공개 메시지는 교착 국면을 획기적으로 푸는 양보안은 아니더라도, 지금 북미간 대화국면을 재개할 명분은 충분하다. 9월 중으로 한미정상회담이 열릴 텐데 한미 양 정상이 앞으로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는 합의가 나오는 방식으로 연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결과적으로 미국은 종전선언을 북한에 줘야 할 것이고 종전선언과 비핵화의 시간적 간격은 거의 동시일 정도로 아주 짧을 것이다. 북한의 체면과 신뢰 조성이라는 명분을 위해서도 종전선언이 필요하다. 협상이나 회담이 진행되는 것과 연속해서 비핵화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北, 한미동맹-주한미군 언급하며 종전선언 가치 낮춰…“北에 많은 걸 요구하지 말라”는 이중 메시지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에 대한 우려, 즉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한미동맹이 약화된다’,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등의 우려를 불식했다.

이에 대해 홍 연구위원은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과 관련해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 문턱을 낮춰주는 발언이므로 미국에 주는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종전선언의 가치를 상당히 낮췄다. 종전선언에 상응하는 대가로 북한에 많은 걸 요구하지 말라는 이중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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