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 최근 현지지도 행보 속 정책 코드 읽기

2018. 08. 29.  |  CO 18-36

홍 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

올해 상반기 숨 가쁜 정상회담 일정을 마친 직후 김정은 위원장은 두 달 여에 걸친 현지지도 강행군을 했다. 이번 현지지도는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텍스트다. 집권 이후 김 위원장은 매년 형식적인 시찰이나 행사 참석을 급격히 줄이는 반면, 현지지도, 당·정·군 회의 주재, 직접 연설 등 정책을 주도하는 활동  비중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이번 일련의 현지지도 속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그가 구상하는 경제 발전전략의 방향과 실용주의적 면모, 경제운용에서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보여줬다. 대북제재 국면에서 당이 경제 해결사로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 제재국면 장기화에 대한 조바심과 노선 전환에 따른 성과 압박, 내각의 무능력을 제고할 수단의 부재 등 여러 통치의 근심을 보여줬다. 한편으로 도시개발, 북중경협, 경공업, 관광, 산림 등 향후 일정한 개방을 염두에 둔 실용주의적인 접근 역시 엿볼 수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가 두 달 여 가까이 이어졌다. 노동신문 보도일자 기준으로 약 54일(6.30.~8.21.) 동안 평안북도, 양강도, 함경북도, 강원도, 평양시, 황해남도, 평안남도, 원산시, 그리고 다시 평안남도, 함경북도, 양강도, 평안북도 등 7개 지역 총 30개 단위에 대한 현지지도가 이뤄졌다. 단순하게 산술하면, 1.8일 간격으로 1개 단위를 현지지도 한 셈이다. 매년 평균 현지지도 간격 일수로 봐도 상대적으로 촘촘한 강행군이다. 노동신문은 54일 동안 15차례에 걸쳐 사진 총 411장을 게재하며 현지지도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번 현지지도  일정을 ‘삼복철 폭열  강행군’,  ‘인민사랑의  대장정’  등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1면 사설을 통해 현지지도 강행군에 맞춰 경제건설을 가속화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수일에 걸쳐 특정 지역의 여러 단위를 도는 지역 현지지도는 작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숨 가쁘게 진행된 6차례의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한 이후의 현지지도란 점에서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행보로 주목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김정은 시대 ‘현지지도’가 통치수단으로서 갖는 현재적 의미와 메커니즘을 살펴보고, 최근 현지지도 행보 속 정책 코드, 그리고 향후 북한이 추구하는 발전전략의 힌트를 찾아본다.

통치수단으로서 현지지도의 메커니즘

북한에서 ‘현지지도’는 최고지도자가 당·정·군 산하 공장·기업소, 상업시설, 건설장, 수산사업소, 학교 등 생산, 건설, 상업, 교육 관련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지도하는 활동을 뜻한다. 주의할 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공개활동’이란 용어와 북한 매체에서 사용하는 ‘현지지도’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공개활동’은 김 위원장의 모든 활동을 포괄해 표현하기 위한 우리의 편의적 용어이고 ‘현지지도’는 최고지도자의 다양한 활동 중 대표적인 통치 활동을 표현하는 북한식 용어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 매체에서 최고지도자의 공개활동은 다양한 용어로 표현되고 있다. 현지지도 이외에도 시찰, 지도, 참관,  (경기·공연)관람, 기념사진 촬영, 접견·면담, 연회·회의 참석, 축하·표창, 연설 등이 있다.1)

‘현지지도’는 여타의 공개활동과 달리 생산·건설·교육 현장을 방문해 ‘요해’→‘지도’→ ‘과업제시’→‘현지말씀 관철’ 등으로 이어지는 정형화된 구성을 갖는 게 특징이다.  보통 김일성 시대부터 북한경제의 ‘걸린 부분’을 풀거나 ‘모범창출’을 통해 생산동력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을 때, 또는 정치적 메시지를 대내외에 전달하기 위한 차원에서 행해지는 통치수단이다. 따라서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따라 방문 장소, 형식, 수행자, 요해 및 과업제시 내용 자체가 치밀하게 기획되는 게 보통이다. 개별 단위 일회적 방문, 지역 전반을 도는 지역 현지지도, 연간 계획에 따른 정기 현지지도, 정세나 국면의 필요에 따른 긴급 현지지도 등 형식은 다양하다.

김정은 위원장 공개활동 추이와 특징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활동’은 집권 초기에 비해 2017년에는 절반 이상 감소했다. 노동신문 보도내용을 토대로 보면, 집권 이후 7년간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활동 횟수는 2013년 211회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20~30회씩 감소해 2017년에는 97회에 그쳤다. 5년 새 절반 이상 감소한 것이다. 반면 전체 공개활동 중 ‘현지지도’의 비중은 집권 초기 14%에서 점차 증가해 30~40% 정도까지 늘어났고 올해의 경우 8월 21일 현재 52%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전체 공개활동 수는 줄이면서 현지지도의 비중을 높이고 있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

반면 군부대 ‘시찰’은 대폭 줄어들었다. 2012년 군부대 ‘시찰’이 25회로 현지지도(21회) 보다 많았으나 점차 감소하기 시작해 올해 들어서는 단 한차례에 그치고 있다. 그마저 부대의 콩농사 실태에 대한 요해였다. 또 군사 훈련·연습 및 미사일 시험발사 참관활동에 해당하는 ‘지도’ 역시 2013~2017년 사이 많게는 한 해 31회까지 실시하다 올해 들어서는 단 한차례도 없다. 공연·경기 관람 횟수도 급격히 줄었다. 집권 초반 모란봉악단을 비롯해 연 20여 회에 달하던 공연 관람도 2015년 이후 급격히 줄어 올해는 2회에 그치고 있다. 또 특정 장소를 돌아보는 단순 시찰도 2013년 38회나 되었으나 급격히 줄어 최근 3년 새 연 1회 정도에 그치고 있다.

정리하면,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활동 추이는 집권 초반 2~3년(2012~2014년)과 이후가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체로 2015년부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군부대 시찰, 군사훈련 참관, 공연·경기 관람, 단순 시찰 등이 2015년부터 급격히 줄어드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집권 초기는 권력 장악 과정에서 군권을 확고히 하기 위해 군부대 시찰에 비중을 두고 공연·경기 관람, 단순 시찰 등을 통해 지도자를 알리는 주민 접촉에 치중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2015년부터는 경제 및 건설 현장 현지지도와 당·정·군 회의 진행, 직접 연설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발견된다. 2015년부터 형식적 공개활동을 대폭 줄이고 직접 과업제시를 하는 ‘현지지도’와 ‘지도’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현지지도 행보의 특징(1): 집중적인 연쇄 지역 현지지도의 재개

최근 가장 눈에 띠는 것은 연쇄 지역 현지지도를 한 점이다. 물론 이런 행보가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매년 연쇄 지역 현지지도는 주로 5~8월 집중된다. 연초에 제시한 과업을 점검하고 정권수립일(9.9.)이나 당창건일(10.10.), 가을걷이에 맞춰 성과를 독려하기 위한 차원이다. ‘평양’에만 집중했던 2012년을 제외하면, 2013년에 약 2개월(5.14.~7.16.)에 6개 지역을, 2014년에도 약 2개월(5.25.~7.26.)에 걸쳐 5개 지역을, 2015년에는 약 1개월(5.7.~6.3.) 에 걸쳐 3개 지역을, 2016년에는 3개월(5.15.~8.18.) 동안 평양시 일대 16곳, 평안남도 등을 집중적으로 현지지도 한 바 있다. 다만 2017년에만 예외적으로 집중적인 연쇄 지역 현지지도를 하지 않았다. 대신 이 시기 미사일 발사 참관 등에 주력했다.

2017년 김 위원장은 막바지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듯 핵실험·미사일 발사 참관에 주력하며 현지지도 일정을 2016년에 비해 절반가량 줄였다(52회→29회). 그리고 2018년 상반기에는 대외적인 외교활동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시기 현지지도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따라서 이번 현지지도 행보는 매년 해 왔던 연쇄 지역 현지지도의 재개로 볼 수 있다. 2016년 제7차 당대회를 통해 제시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2018년 4월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경제건설’로의 전략적 노선 변경, 그리고 정권수립 70돌 때문에 김 위원장이 느끼는 경제성과 압박은 클 수밖에 없다. 그 어느 해보다 광폭의 지역 순회를 압축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경제 및 관료사회 전반에 성과 목표를 주입하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최근 현지지도 행보의 특징(2): 당 조직지도부 중심의 현지지도 기획·수행

이번 현지지도 일정의 수행자는 당 조직지도부 중심으로 구성됐다. 전체 30회 현지지도 중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30회, 황병서 제1부부장 27회, 오일정 부부장이 20회를 수행했다. 그 외에 당 재정경리부장 김용수 20회,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11회, 한광상 당 부장 9회 등이다. 당 조직지도부가 전체 현지지도를 기획·수행하고 여기에 당 재정 담당 김용수와 비서실장격인 김창선 등이 추가된 구성이다. 최룡해 당 조직지도부장의 경우 평양시와 황해남도와 같이 동선이 짧은 현지지도에만 3회 수행했다. 최근 54일 간의 현지지도 수행자는 총 13명이었는데, 일회적 수행을 빼면 황병서, 조용원, 오일정, 김용수가 사실상 주도했다.

김 위원장은 집권 초기 장성택 당 행정부장과 김원홍 국가보위상을 필두로 당·정·군 고위인사를 대거 대동하는 현지지도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2016년부터 황병서, 최룡해, 조용원 등 당·군 핵심측근 중심으로 수행자를 간소화 했다. 그러나 이번처럼 지역 현지지도 전체 일정을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급 중심으로 구성한 것은 이례적이다.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다. 하나는 현재 당 조직지도부의 위상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증거이다. 당 조직지도부는 2016년 말 2017년 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김원홍 국가보위상을 해임시키며 사실상 통치의 핵심세력이 되었다. 2016년 이후 전·현직 당 조직지도부 출신의 현지지도 수행 횟수는 증가하는 양상이다. 김 위원장 통치의 핵심은 당 중심, 당 조직지도부 중심임을 보여준다.

최근 현지지도 행보의 특징(3):  당이 전면에 나선 경제성과 챙기기와 정책 관리

김 위원장은 이번 현지지도를 통해 당이 전면에 나서 경제를 직접 챙길 것을 주문했다. 경제 문제를 당이 직접 나서 성과화하라는 것이다. 반면 내각에 대한 비판은 혹독하다. 내각의 ‘조건타발식 방임’, ‘소방대식일본새’, ‘주인답지 못한 무책임’, ‘무능력한 사업태도’, ‘만성적인 형식주의 및 요령주의’에 강한 경고 발언을 했다. 심지어 “내각에 맡겨놓아서는 대가 바뀌어도 결말”을 보지 못한다는 식의 강한 불신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물론 내각 이외에도 도당위원회, 당 경제부, 조직지도부도에 대한 지적도 했지만, 소홀함에 대한 지적이라 ‘무능력’이나 ‘불신’과는 결이 다르다.

오히려 ‘당’은 해결사에 가깝다. 김 위원장은 현지지도를 통해 ‘혁명적 대책’으로 ‘전체 당조직과 당원들을 총발동’하여 ‘중요 건설을 2019년 10월 10일까지 완공’할 것을 제시했다. 현지지도 곳곳에서 김 위원장이 내린 문제 해결 방법은 대부분 당에 의한, 당을 통한 것이다. 필요한 기계·설비를 풀어주는 것도 ‘당’, 자금 및 자재보장 대책을 세우는 것도 ‘당’, 건설 속도와 질을 보장하는 것도 ‘당’이다. 기존에 경제에 있어 내각에게 권한을 주는 내각책임제를 줄곧 형식적이나마 강조해 왔던 맥락에서 보면 주목할 만한 대비다. 내각의 실질적인 경제 장악력이 약해 당이 나서지 않으면 그나마 전시적인 성과조차 만들어내기 힘든 상황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 결국 대북제재 국면의 장기화 속에 내각만으로 성과를 내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당이 진두지휘하는 경제관리를 통해 성과를 가시화하겠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최근 현지지도 행보의 특징(4): 적나라한 문제 지적과 대북제재 국면의 조바심

김정은 위원장이 지적하고 질타한 문제점을 이례적으로 매우 적나라하게 보도했다. 특히 만족과 불만족이 극명하게 대비될 만큼 질타의 표현 강도를 높였다. 가령 “정말 너절하다”, “뻔뻔스러운 행태”, “보수도 하지 않은 마구간같은”, “땜때기식 건물보수”, “마구잡이”, “이런 일군들은 처음 본다”, “대단히 격노”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질타가 있던 단위에서는 웃는 모습의 사진조차 없었다. 기존에 주로 성과를 치하하고 만족을 표하는 방식의 정형화된 보도 내용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굳이 비교한다면 과거 김일성 시대에나 볼 수 있는 지적 방식이다.

세 가지 측면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 첫째, 상반기 대외관계에 주력하면서 놓고 있던 경제부문을 적극적으로 챙기겠다는 취지에서 경각심을 주기 위한 방법이다. 둘째, ‘경제건설’ 총력을 선언했으나 김 위원장 기대만큼 정책변화에 따라오지 못하는 관료들의 형식주의에 대한 답답함의 표현이다. 셋째, 대북제재 국면에 대한 조바심이다. 8월 17일 갈마해안관광지구 현지지도부터 적대세력의 ‘강도적인 제재봉쇄’와 ‘압살책동’에 대응해 성과를 과시할 것으로 주문하기 시작했다. 대북제재에 대응해 경제성과를 과시하자는 언술은 2016~2017년 핵· 미사일 고도화가 한창일 때 굵직한 건설을 하며 자주 사용했던 언술이다.  제재의 여파인 듯 목표 조정도 발견된다. 국가 명절에 맞춰 끝내겠다는 목표 설정으로 공사가 부실한 부분을 지적하며 목표 기일을 2019년 10월 10일로 제시하기도 했다. 대북제재의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목표와 기간을 현실화한 것이다.

최근 현지지도 행보의 특징(5): 경공업·관광·도시·인민생활·산림·북·중경협 강조

현지지도가 치밀한 기획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번 현지지도 방문지를 통해 김 위원장의 정책 주력부문과 향후 구상을 추론해 볼 수 있다. 가장 눈에 띠는 것은 삼지연과 원산 갈마해안 관광지구 건설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다. 삼지연은 이번 현지지도 행보에서 두 차례나 방문하는 관심을 보였다. 집권 이후 무려 5차례 현지지도다. 삼지연군 건설은 당 및 국가 자금이 직접 투입되는 “전당적, 전국가적, 전사회적 사업”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문명론이 응축된 표준군, 모범군으로 건설되고 있다. 마치 스위스의 산간도시를 기획하듯 베개봉 마루 전망대에서 미소를 띠고 삼지연군을 내려다보는 김 위원장의 사진이 유독 많았다. 기존에 지정한 ‘무봉국제 관광특구’ 개발과 연계한 향후 경제발전전략의 구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역시 이번에 두 차례 발걸음을 함으로써 각별한 애정을 보인 곳이다. 리설주를 비롯해 신임 총정치국장인 김수길과 당 핵심 측근을 대동했으며 상공에서 찍은 다양한 각도의 부감사진도 함께 올렸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최단기간 완공을 주문한 바 있다. 원산-금강산관광특구 개발 차원의 행보로 볼 수 있다.  비핵화 과정에서 경제발전전략의 핵심적 지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개발 차원에서 보면, 신도군 비단섬 방문 역시 의미심장하다. 이번 현지지도 행보의 첫 방문지로 선택했다는 점, 세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방문했다는 점에서 신의주국제경제지대 개발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볼 수 있다.

다른 방문지도 올해 신년사 부분과 일치한다. 인민생활과 관련된 가방, 식료, 섬유 및 방직, 화장품 등 경공업부문 현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감자농장, 양어장, 양묘장, 수산사업소, 조선소, 발전소, (무)궤도전차공장 등 모두 신년사에서 제시한 농업, 수산, 조선, 산림복구, 전력공업, 철도운수 등에 정확히 일치한다. 주목할 부분은 금속, 화학, 기계 등 중화학 공업부문의 방문이 없었다는 점이다. 거대 장치산업에 대한 투자의 여력이나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을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향후 비핵화-평화체제 과정과 연동한 북한의 경제발전전략은 대체로 대외 개방 및 경협과 연관성이 높은 경공업, 관광, 도시건설, 인민생활, 산림, 북·중경협 등을 통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현지지도 행보의 특징(6):  비주얼 정치의 핵심, 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

지역 정기 현지지도는 전년도 연말에 당 조직지도부가 대상  지역을  선정한다.  국가  운영상 잘 풀리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편으로  최고지도자,   정무국, 정치국,  내각  등이 현지지도를 발의·제안한다. 당 조직지도부는 ‘지도계획서’를 작성하고 당 정치국 비준을 받아 최종 확정한다. 일정이 확정되면 당 조직지도부 검열지도 1과에서 ‘지도사업요해그루빠’를 조직해 해당 지역 당사업 및 행정사업 전반에 대한 검열을 실시한다. 검열 내용을 토대로 최고지도자는 현지에서 지도와 과업제시를 한다. 현지지도를 받은 단위는 성과든 전국적 모범이 되어야만 한다. ‘걸린 문제’를 풀어주는 중앙의 각종 지원이 뒤따를 뿐만 아니라 후속조치를 위해 내각 총리와 관료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현지말씀 관철 및 궐기대회가 전국적으로 진행된다.

현지지도 보도는 매우 치밀한 도상학(iconology)과 ‘미장센(mise-en-scéne)’에 입각해 구성된다. 현지지도를 통한 ‘비주얼 정치(visual politics)’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가장 주목할 부분이다. 그만큼 현지지도의 시각적 효과가 강화되었다는 얘기다. 이번 현지지도 행보는 1회 현지지도에 많게는 32장까지 평균 14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심지어 항공기를 이용한 부감사진까지 실렸다. 노동신문 현지지도 기사의 크레디트인 ‘본사정치보도반’은 당 선전선동부를 뜻한다. 바로 김여정 제1부부장이 비주얼 정치의 핵심에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렇게 편집한 내용은 최고지도자의 직접 검토와 서명을 받아 내보낸다. 그만큼 현지지도는 내용과 형식에 있어 고도로 스타일화 된 장르이자 ‘고도의 정치성’을 갖는 행위인 것이다.

최근 현지지도 행보의 특징(7): 리설주의 현지지도 동행 증가와 호칭 변화

리설주의 현지지도 수행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을 수행한 리설주의 2012~2014년 3년간 공개활동은 총 51회였다. 매년 17~21회 정도 공개활동을 수행했다.

2015~2017년 사이에는 공개활동이 17회로 1/3로 대폭 줄었다. 출산이나 육아와 같은 개인 신변과 관련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주목할 부분은 공개활동 중 ‘현지지도’ 수행은 2012~2017년을 다 합쳐도 10회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공연, 연회, 참배 등 공식행사 수행이 상대적으로 많고 현지지도 수행은 적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2018년 들어 공개활동과 현지지도 수행 횟수가 크게 증가했다. 8월 21일 현재 19회로 지난 6년(10회)을 합친 것보다 2배가량 많다. 특히 주목해 볼 부분은 경제부문 현지지도 수행이 늘어난 점이다. 화장품, 제약, 식료, 가방, 식당 등 경공업이나 인민생활 부문이 주를 이루지만, 건설장에도 동행하고 있다. 기존에 식당, 공원, 병원, 과일농장, 봉사기지 등 서비스부문을 수행했던 것과 대비된다. 특히 기존 리설주의 현지지도 수행지가 전부 평양에 한정되어 있었다면, 2018년 최근 현지지도 수행은 신의주, 황해남도, 양강도, 강원도까지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또 최근 현지지도 수행부터 리설주를 ‘동지’로 호칭하고 있다. 올해 6차례의 정상회담 과정에서는 ‘여사’로 호칭했던 것이 바뀐 것이다. 경제부문 현지지도 수행이 증가하는 것과 ‘동지’로의 호칭 변화는 외교적 격식 차원이 아닌 실질적인 수행자로서의 위상에 맞게 호칭을 변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향후 경제운용과 관련해서 리설주의 수행과 활약이 예상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나가며

북한 역사에서 전통적으로 현지지도는 최고지도자의 방문을 통해 경제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고 해당 단위의 애로를 풀어주는 ‘은정’(royal touch)을 부각함으로써 수령의 영도력을 보여주는 수단이었다. 이번 현지지도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엄중한 질타와 최고지도자의 은정을 동시에 보여주는 전형적인 김일성 시대의 현지지도 모습을 재현해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현지지도 행보 속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향후 그가 구상하는 경제발전 전략의 방향과 실용주의적 면모, 그리고 경제운용에서 직면하고 있는 문제 역시 보여줬다. 당이 경제 전면에 나설 것을 강조한 것은 표면적으로 당 중심의 통치를 반영하고 있는 듯하지만, 제재 국면에서 당이 경제 해결사로서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을 반영한 측면이 있다. 그만큼 제재국면 장기화에 대한 조바심과 노선 전환에 따른 성과 압박, 내각의 무능력을 제고할 수단의 빈약함 등 근심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기존의 전통적인 중공업 중심의 완고한 경제정책이 아닌 지역개발, 북중경협, 경공업, 관광, 도시건설 등을 강조했다. 향후 일정한 개방을 염두에 둔 실용적 접근 차원에서 해석해 볼 여지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향후 비핵화-평화체제 과정이 구체화되는 것에 맞춰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 행보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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