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의 의의와 남북관계, 남북물류포럼>

(전현준, 남북물류포럼 이사)

대북정책의 길잡이

KOLOFO 칼럼 제 418호 (북미정상회담 특집-2)

북미 정상회담의 의의와 남북관계

‘CVIR(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relationship)’ 관계로 만들어야

                                               전현준 남북물류포럼 이사

2018년 6월 12일 북미 싱가포르 정상선언은 1989년 12월 2일과 3일 지중해의 몰타 해역 배위에서 미국 부시 대통령과 소련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냉전체제를 종식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수립한다고 선언(몰타 선언)한 것과 같은 급의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구조적으로 방해하고 있는 두 가지는 남북대결 구조와 북미 대결 구조이다. 남북대결 구조는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통해 깨졌고 북미 대결 구조는 금번 싱가포르 성명을 통해 금이 갔다. 한반도의 영구 평화를 담보해 줄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본격적인 대장정을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안전 보장을 약속했고 북한은 ‘흔들리지 않고 확고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

공동성명에 ‘CVID’가 표현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지만 소위 ‘완전한 비핵화’란 ‘모든 검증을 통해’ 북한에 더 이상의 핵무기와 핵프로그램, 장거리 미사일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떻게 철저한 검증 절차없이 ‘완전한’ 비핵화가 가능하겠는가? CVID가 없으므로 북미 정상회담은 실패라고 주장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이고 억지를 위한 억지에 불과하다. 컵에 물이 반쯤 차있을 때 어떤 사람은 “물이 반밖에 없다”라고 평가하고 어떤 사람은 “물이 반이나 있다”라고 평가한다. 부정적인 사람과 긍정적인 사람과의 차이이다.

북한이 CVID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하는 것은 문서에 표기된 것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있는 실천에 의해 결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생의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김정은 위원장을 “신뢰할만한 지도자”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아버지 세대의 과거에 얽메이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그는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고 정상적인 지도자로 대우를 받으며 정상적으로 국제사회에서 활동하고 싶어 한다.

북한이 정상국가로 나가기 위해서는 세계 최강국 미국의 ‘승인(?)’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핵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김정은 위원장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비핵화를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도 아무 대책없이 무조건적으로 비핵화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국으로부터 최소한의 안전보장은 받아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침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2011년 리비아의 카다피의 경우처럼 미국이 북한 민중을 뒤에서 선동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필요한 것이다. 경제제재 해제는 그 다음의 문제이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북미 대결 구조 청산의 첫걸음일 뿐이다. 앞으로도 북미 간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북한의 CVID를 위해서는 북한이 핵무기와 운반수단을 선도적으로 폐기해야 할 것이고 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검증과정에서 우연적·필연적 충돌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자유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어떤 얘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우리가 늘 깨어서 사주경계를 철저히 해야 할 이유이다.

남북관계는 늘 북미 관계의 종속변수로 작용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도 달라졌고 문재인 대통령도 달라졌다. 전통적인 경로의존적 해석법으로는 도저히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는 김정은 연구를 다시 해야 한다. 최소한 한국의 문재인, 미국의 트럼프, 북한의 김정은이 있는 한 ‘공고한 3각관계’는 깨지지 않을 것이다. 역사는 모험적인 정치인에 의해 창조된다는 것이 새삼 증명되었다.

남북관계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 여명(黎明)에 불과하다. 비록 남북관계의 새 시대는 필연적으로 밝겠지만 그 빛을 가리는 수많은 구름들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의 강경파, 중국의 패권주의, 남한내 강경파, 북한의 보수적 민심 등등이다. 우리는 인내와 단결로 방해물들을 헤쳐 나가야 한다. 고지가 바로 앞에 있는데 여기서 머물 수는 없다. 중지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남북경협, 민간교류, 인도지원, 이산가족 상봉 등등의 재개는 물론 4.27 판문점 선언에 적시된 경의선.동해선 개통을 비롯한 남북경협 사업들이 전면적으로 착수되어야 한다. 어느 정권도 파기할 수 없는 남북관계의 ‘CVIR(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relationship)’이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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