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향해 포격을 하고 있다(사진=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향해 포격을 하고 있다(사진=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다른 지역은 역내 국가들이 서로 유사한 대응 태도를 보이는데 반해, 동북아에서는 한중일 3국이 서로 확연히 다른 대응을 하고 있다.

고상두 연세대학교 지역학협동과정 교수는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에서 발행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재와 미래』 ‘우크라이나 전쟁과 동북아 정치지형의 변화’(2023.4.14)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중일의 차이에 주목한 분석을 내놓았다.

고상두 교수는 “중국은 공식 입장을 통해 러시아의 침공이 미국의 나토 확대와 러시아에 대한 압박정책 때문이라고 말하다. 일본은 서방의 대러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한국은 서방의 제재에 소극적인 참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 교수는 “동북아에서는 현실주의가 주류 시각으로서 국가 간 관계를 규정하고 한중일 3국의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인식요인이 되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주의 관점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분명하게 드러나고 강화되고 있다”고 봤다.

그러나 고 교수는 “한중일 3국의 대외정책 관점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서로 다른 특징을 보인다”며 “한국은 중상주의적 현실주의, 일본은 자유주의적 현실주의, 중국은 패권주의적 현실주의”로 구분했다.

▶ 우크라이나 관련 이슈에서 나타나는 한중일의 차이

고상두 교수는 우크라이나 관련 이슈에 대한 3국의 태도를 살펴봤다.

△ 대러 제재 문제

고 교수는 "일본은 적극적으로 대러 제재에 동참해 독자적인 제재도 시행했다. 한국은 러시아의 경제적 가치를 중요하게 평가하기에 대러 제재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대국 간의 갈등으로 보고 미국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

고 교수는 "일본은 동북아에서 가장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총 15억 달러 중에서 대부분이 재정적 지원이다. 한국은 현재까지 총 1억 달러를 인도적 목적으로 지원했다. 중국 또한 인도적 지원을 했지만 한국보다 훨씬 적었다"고 밝혔다.

△ 대만문제

대만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후 급부상해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을 합병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 교수는 “중국은 대만과 우크라이나는 다르다며, 대만을 병합할 국내외적인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보고있다.

“미국 정부는 동맹국들이 대만에 대한 지지를 천명해 줄 것을 직간접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일본은 대만이 일본경제의 가치사슬과 해상통로라는 중요한 전략적 가치가 있기에 대만 유사시 개입을 선언했다고 고 교수는 말했다.

“한국은 대만 개입에 관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한 바 없으며, 주한미군이 유사시 출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양해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고 진단했다.

▶ "한러 신뢰 아직 남아있어"

고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동북아 지역에 현실주의 관점을 강화하고 있다"며 한중일 3국이 협력에서 경쟁 혹은 갈등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동북아 지역이 지정학적 각축장이 된다면, 한국의 세계화와 지역화의 이득을 크게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만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한국은 한반도 위기관리도 중요하지만, 대만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므로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수출시장관리 정책이 필요하고, 대만 위기의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중재 외교를 해야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중재외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대러 경제제재 참여국을 비우호국가로 지정하면서도 한국을 예외로 한 것은 한러 양국의 신뢰가 아직 남아있다는 의미다. 이것은 한국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고 교수는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역 패권의 필요성을 느끼고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에 있던 국가들이 중국의 진영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봤다.

"일대일로 사업이 경제적 협력을 넘어서서 정치안보적 협력을 위한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 교수는 "한국정부가 신북방정책을 포기하고 인도태평양정책으로 전략적 초점을 이동함으로써 지난 30년 동안 구축해온 유라시아 지역과의 협력관계가 침식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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