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남북 및 북미 관계 경색의 배경과 남북당국의 과제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SPN 자문의원)

 

올해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 및 남북정상회담에서의 ‘판문점 선언’ 발표로 화해와 개선의 방향으로 나아가던 남북 및 북미 관계가 최근에 급격히 경색되고 있다.

지난 5월 15일 오전에 16일 남북고위급회담 개최를 제의했던 북한이 15시간도 지나지 않아 한미 공군의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을 비난하며 16일로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그리고 북한은 16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를 발표해 “트럼프 행정부가 …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며 다가오는 조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매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5월 17일에는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도 기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 형식으로 “북남고위급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 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초강경 입장을 보였다.

북한이 이처럼 갑자기 미국과 남한에 대해 초강경 입장을 보인 데에는 북한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리비아식 해법’에 대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강조, 이달 초 ‘북한인권주간’에 미 국무부의 북한인권상황 우려 성명 발표, 맥스선더 훈련의 규모에 대한 북한의 우려, 지난 5월 14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국회 초청 강연에 대한 반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북한의 이같은 초강경 입장에 대해 미 백악관은 “우리가 따르는 것은 리비아식이 아닌 트럼프 모델”이라고 진화에 나섰고, 미국 국방부도 한미 연합 공중훈련 ‘맥스선더’에 전략폭격기 B-52가 참가할 계획이 없었다고 밝힌 것으로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17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17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북한 비핵화 모델 관련 질문을 받고 “리비아 모델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생각하는 모델이 전혀 아니다”라고 답함으로써 북한의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상황이 진정 국면으로 가고 있어 오는 22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의 대북 협상 방향과 관련해 보다 조율된 입장이 천명되고 오는 25일 맥스선더 훈련이 종료되면 남북 및 북미 관계는 다시 개선의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우리는 이미 볼튼이 어떤 자인가를 명백히 밝힌 바 있으며 지금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힐 정도로 북한이 볼턴 보좌관에 대해 강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고, 미국 전략폭격기의 한반도로의 이동에 대해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유사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이럴 때일수록 남북 정상 간의 핫라인을 통한 허심탄회한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 한국정부는 지금까지 미뤄져온 남북 정상 간 전화를 신속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고, 북한은 통지문이나 담화를 통해 그들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할 것이 아니라 직접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강조한 것처럼 ‘잃어버린 11년’이 아깝지 않게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남북한 관계를 안정적이고도 빠른 속도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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