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선언이 아니며, 북한이 책임 있는 핵무기 보유국이 될 수 있다는 선언"

북한이 2016년 3월 공개한 핵탄두 모형(사진=노동신문)

미국의 전직 고위관료와 핵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실험 중단 발표에 대해 ‘쉽게 되돌릴 수 있는 행동’이라며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하는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미국의 게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은 21일 북한의 이번 결정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선전을 위한 교묘한 제스처 즉 움직임(clever public relations gesture)’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평가했다.

새모어 전 조정관은 “남북한과 미북 간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가운데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실험을 할 수 없지만 회담이 실패할 경우 언제든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고 핵실험장도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걸 김 위원장이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모어 전 조정관은 따라서 "북한의 이번 행동은 ‘제한적이고 쉽게 되돌릴 수 있는 신뢰 구축 조치(modest and easily reversible confidence building steps)"라고 비판했다.

영변 핵사찰의 주역으로 활동한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도 이날 ‘좋은 진전(a good step forward)’이긴 하지만 ‘가장 어려운 결정’들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북한과 협상에 나서 ‘비핵화 개념’에 합의하고 즉각적인 이행조치를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핵실험장 폐쇄가 아니라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폐기(dismantling the nuclear and missile program)’ 즉 ‘완전한 신고’에 이은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완전한 신고’란 북한이 보유한 핵물질과 핵무기, 미사일 뿐 아니라 핵무기 제조 설비와 공장, 그리고 연구개발과 시험시설, 과학자 등 과거와 현재의 모든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신고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김 위원장이 남북-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협상에 좋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이 같은 행동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여전히 핵물질 생산과 미사일 제조는 계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완전히 폐기하려면 모든 갱도를 자갈과 콘크리트로 채우고 봉인(sealed)하는 한편 통제와 진단용 기구와 갱도 굴착용 기기까지 모두 제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북한은 풍계리 이외에 다른 핵실험장이 없는지 여부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미들베리국제연구소 조슈아 폴락 선임연구원은 이날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이번 발표는 북한이 ‘핵국가 대열의 완전한 일원’임을 선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오랫동안 ‘핵국가’로 인정받길 원했고, 이미 핵을 보유한 핵국가들이 그렇듯이 북한도 이미 핵기술을 완성했기 때문에 핵실험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가 핵무력 건설이라는 역사적 대업을 5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완벽하게 달성한 기적적 승리’로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21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 및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선언에 대해 비핵화 선언과는 거리가 멀다고 분석했다.

차 석좌는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북한은 이미 대화 도중에는 모든 시험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이번 선언은 그 약속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의 선언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의 모든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며 "즉 시험 금지, 선(先)사용 금지, 이송 금지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 석좌는 "그러므로 이는 비핵화 선언이 아니며, 북한이 책임 있는 핵무기 보유국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이라고 규정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도 북한의 핵, 미사일 시험 중단과 핵실험장 폐기 결정을 비핵화 의지와 곧바로 연결 짓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를 지낸 힐 전 차관보는 20일 "북한이 핵무기를 완성해 실험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건 정치적 결심이 아니라 기술적 선언일 뿐"이라며 이같이 VOA에 말했다.

또 "6차례의 핵실험으로 붕괴 위험까지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는 발표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일 수는 있겠지만,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발언을 보면, 핵실험을 중단하겠다는 이유로 핵무기 완성을 들었다“며 ”이는 기술적 측면에서 더 이상의 실험이 필요 없다는 주장이지, 정치적 결정으로 보여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폐기하겠다는 풍계리 핵 실험장은 6차례의 핵 실험을 통해 이미 노후화된 곳으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험장 일부 갱도가 이미 붕괴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너무 긍적적 메시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힐 전 차관보는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이번 발표로 마치 북한의 핵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보는 데에는 조심해야 한다"며 "혹시 핵보유 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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