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안보 위협,  남북이 함께 대응하자,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호홍 신안보연구실장)

새로운 안보위협

북핵문제가 큰 고비를 맞고 있다. 우리 정부의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 한 과정을 통해 1차 북핵위기 이후 25년여 동안 지속되어 온 북핵문제 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 장은 4.27 판문점「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고, 5월중에는 북미 정상회담이 예상되고 있어 이러한 정상간 교차회담을 통해 이번에는 북핵문제가 불가역적이고 완전하게(irreversible and completely) 해결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것은 핵 문제만이 아니다. 물론 핵문 제가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핵심적 안보 현안이지만 그 에 못지않게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다양한 위협들이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기후변화와 감염병, 인구ㆍ식량문제, 난민문제, 사이버와 테러문제, 에너지 문제 등 일상 속에서 우리의 생 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새로운 위협요인들이다. 우리는 이것을 ‘신안 보’(emerging security)라고 부른다. 신안보는 국가를 주체로 군사적 위협에 초점을 두는 ‘전통안보’(traditional security)와 대비되는 개념 으로, 탈냉전 이후 글로벌화와 정보화 추세에 따라 새롭게 대두되고 있 는 다양한 위협들이며 초국가적 범위에서 영향을 미치는 안보이슈들을 말한다.

신안보 위협의 실태와 특징

우리나라도 더 이상 신안보 위협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른바 ‘바이 러스 재앙’으로 불리는 감염병은 이미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2002년 ‘사스’ (SARS)로 부터 2009년 ‘신종 플루’, 2014년 ‘에볼라 바 이러스’, 2012년과 2015년과 2016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등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으며 피해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또한,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은밀한 살인자’라고 부르며 ‘1급 발 암물질’로 지정한 미세먼지도 매년 우리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는 요인 이 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미세먼지는 당국에서 역대 처음으로 서울지 역에 ‘경보’ 발령(4.6)을 내릴 만큼 해가 더 할수록 위험 수준이 높아 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IT강국이면서도 사이버 공격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 리나라에서 사이버 테러는 이미 심각한 안보문제가 되고 있다. 2009년 ‘디도스’ 사태와 2013년 금융ㆍ언론사 공격, 2014년 한수원 사태 등 대형사건 뿐만 아니라 민간을 대상으로 하는 크고 작은 사이버 테러 건수도 2013년 80여건에서 2016년 240여건으로 4년만에 3배로 늘어 나는 등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밖에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수면 하에 잠복해 있다가 언제든 밖으로 나와 ‘안보화’(securitization)될 수 있는 인구문제, 에너지 문제, 식량문제, 환경문제도 우리가 국가안보 차원에서 미리 대비해야 하는 새로운 위협요인이다.

이러한 신안보 위협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대상의 다양화이다. 전통적인 안보개념에서는 ‘국가’가 유일한 안보의 대상이었지만 새로운 안보위협은 국가뿐만 아니라 집단이나 개 인도 포함한다. 따라서 대응 방식도 달라져야 하는데, 국가적으로 군사 적 수단에 의한 위계적이고 단선적인 대응방식을 넘어 국가와 개인ㆍ 단체가 상호 유기적인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입체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둘째, 영역의 확대이다. 과거에는 안보문제가 ‘군사분야’에 국한하였 지만 신안보에서는 비군사적 분야로 확장되었다. 즉, 일상생활에 직접 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와 감염병, 인구ㆍ식량문제, 사이버와 테러문제, 에너지 문제 등 다양한 이슈들이 개별적ㆍ미시적 안전 (safety)의 차원을 넘어 거시적ㆍ집합적인 안보(security)의 영역으로 편입된 것이다.

셋째, 평소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문제가 누적되다가 임의의 시 점에 분출하여 빠르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 해 신안보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평소에는 정책 우 선순위에서 밀려 정책담당자나 국민들의 관심권 밖에 있는 경우가 대 부분이다.

넷째, 개별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초국가적인 위협이다. 탈 냉전 이 후 국가간 교류협력 증가 및 정보화의 급속한 진전 등으로 특정 국가 에서 발생하는 신안보 위협은 그 파급영향이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국 경을 넘어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의 대응실태 및 남북 협력의 필요성

신안보 위협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통안보와는 다른 특성들 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국가가 독자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여타국 과의 협력과 공조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고 또 효과적이다. 특히 지리적으로 북한과 인접해 있는 우리로서는 향후 남북관계 진전시 인 적ㆍ물적 교류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북한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고 또 시급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북한도 신안보 영역에 속하는 이슈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적극 대응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감염병 문제와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서는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대책 마련에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은 ‘감염병’ 문제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적 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보건의료 환경이 열악한 북한의 입장에서는 전염병이 확산될 경우 국가적으로 큰 위기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안보적 차원에서 중요하게 다룰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감염 병에 대한 북한의 대처는 통상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는 데, ① 전 주민 대상 진단을 실시하고 ②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위생 선전사업(홍 보)을 시행하며 ② 출입경 지역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지난 2014년 ‘에볼라’ 사태 시 일정기간 외국인 입국을 차단하였으 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외국 방문 인사들의 입국시 국경지역에 약 3 주간 격리 조치하였다. 메르스 사태(2015-2016)시는「국가비상방역위 원회」를 긴급 구성하여 범 국가적으로 대처하였다. 외국인 입국통제는 물론 우리측 지원을 받아 개성공단 출입사무소에 ‘열 감지 카메라’를 설치하여 입경 인원들을 일일이 체크하였고, 우리 국민들의 공단 출입 시 마스크 착용과 ‘건강상태 신고서’ 제출을 의무화하였으며 공단 내에 서 북한인 접촉도 엄격히 제한하였다.

또한, 북한은 최근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기민하게 반응하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 언론매체들은 북한 주민들 에게 미세먼지(북한은 ‘황사’라고 표현)에 대비하는 방법으로 모자와 마스크 착용, 야채 및 과일 섭취 등을 수시로 강조하는 한편, “식물이 대기환경의 정화자이며 먼지 제거자”라며 나무심기의 필요성도 교육하 고 있다. 또한, 노동신문(4.5자)을 통해서도 대기오염을 “인류에게 있어서 사활적 문제”라면서 동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과 노력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한편, 사이버는 북한이 중요한 전력(戰力)으로 인식하고 있는 분야로 서, 김정은은 “사이버전은 핵ㆍ미사일과 함께 만능의 보검”이라고 강조 한 바 있다(2013.11, 국정원 정보위 보고). 이러한 인식하에 북한은 “그 어떤 사이버 공격 문제와도 무관하다”는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2017.12.21, 외무성 대변인) 여전히 대규모 사이버전 특수요원들을 양성하면서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통해 사이버 공격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도 북한은 미 전문기관이 예측하고 있는 바 와 같이(「Fire Eye」, 4.5) 남북 화해국면에서도 사이버 공격 활동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는 바, 사이버 공격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로서는 북한과의 대화ㆍ교류와 병행하여 사이버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ㆍ기술적 역량을 지속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확한 진원지를 파악하기 어렵고 공격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사이 버전의 특성상 이러한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차제에 북한과의 협력을 통해 사이버 안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남북은 지난 2007년「10.4선언」및 총리회담의 후속조치로 를 구성하고 그해 12.21 첫 회의를 개 최, 합의문을 채택한 바 있으나 이후 실질적 협력으로 발전시키지는 못 하였다.

이제 남북은 신안보 위협에 대한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하고 상호 협 력을 통해 실질적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 신안보 위협은 오늘날 남북 현실에서 매우 중요한 어젠다로서, 다음과 같은 점에서 상호협력이 필 요하다.

첫째는, 상호 협력을 통해 문제해결의 가능성과 효과성을 높일 수 있 기 때문이다. 예컨대 감염병의 경우 북한의 취약한 부분을 우리가 보완 해 줌으로써 발병 자체를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발병시 남북간 협력을 통해 체계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사태를 조기에 진정시킬 수 있 을 것이다. 미세먼지의 경우도 상호 정보교환을 통하여 원천적으로 먼 지발생을 억제할 수 있고 예측을 가능케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남북한 과 중국의 3자 협의를 통해 실효적인 해결방안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 다. 사이버 문제는 북한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사고발생 가능성 자체 를 없앨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신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은 정치적 문제가 아니고 남북이 서 로 필요로 하고 또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의제화 및 합의에 이르기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합의사항을 이행할 경우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효과가 바로 나타날 수 있는 의제이기도 하다. 감염병과 미세먼지 문제는 물론이고 사이버 문제도 우리에게는 안보차 원에서 다루어야 하는 중요 사안이며, 정상 국가화를 추구하는 북한 입 장에서도 국제사회의 의구심 해소 차원에서 적극 협조할 수 있는 의제 라고 생각한다.

셋째는, 현재의 제재국면에서 협력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경색시에도 국제기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이다.

감염병이나 미세먼지 문제는 인도적 성격과 인간의 생명과 관련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대북 제재 국면과 무관하게 협력할 수 있는 분야이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 1973)와 세계기상기구(WMO, 1975),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1994) 등 주요 신안보 분야 국제기구ㆍ협약에 는 북한도 가입해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 경색시에도 이러한 통로를 통 해 지속적인 협력이 가능하다.

신안보 문제에 대한 남북 협력방안

신안보 분야는 워낙 그 범위가 넓어서 모든 영역에서 남북간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필요성과 시급성 및 협력 가능성 등을 고려한 우선순위를 정하여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 요가 있다.

이러한 기준으로 본다면 △ 보건안보(감염병) 문제와 △ 미세먼지를 비롯한 기후환경 문제 △ 사이버안보 문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중 장기적으로 식량ㆍ인구ㆍ에너지 등 분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 하다.

보건안보 문제는 우리가 대북 우위에 있는 분야로서, 우리가 북한을 지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우리에게도 혜택이 될 수 있는 분야이다. 북 한의 열악한 보건의료 환경을 고려할 때 북한으로서는 우리의 지원을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인적ㆍ물적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질 경우를 대비해 협력체계를 구축해 두는 것이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것 이다.

구체적 추진 사업으로는 남북 공동의 구성ㆍ운영, 전문가들 간 학술협력 및 공동연구 실시, 상호 정보교환, 감염병 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환경 문제는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 문제가 당면 현안 의 제로 될 수 있으며, 상호 공동연구와 정보교환을 비롯한 학술교류뿐만 아니라 남북간 협력을 토대로 중국하고의 3자 협력도 적극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다.

사이버안보 문제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의제화하여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근본적으로 제거해야 하는 사안이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2015년 9월 백악관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오바 마-시진핑)에서 △ 사이버 절도행위 금지 △ 정보 공유 △ 국제 행위 규범 마련 등에 합의한 바 있다.

남북 간에도 사이버활동이 점점 더 활성화되고 있는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여 ‘사이버 공간에서의 상호존중과 안전보장 및 협력’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합의 도출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신안보 문제는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언제든 우리에게 현실로 나타나 심각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중요한 안보위협이다. 문재인 정 부 출범으로 남북관계의 새로운 틀이 만들어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남 북이 함께 힘을 합쳐 새롭게 다가오는 미래의 위협에 대비하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클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필요하고 또 시급한 문제 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남북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신안보 분야에서의 적극적인 협력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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