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에서 지역 원자력 협력의 필요성과 한국의 역할, 제주평화연구원>

(조은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

<목차>

      1. 동아시아 원자력 협력의 필요성과 현황
      2. 왜 동아시아에서는 원자력에서 지역 협력이 활성화되지 못했는가?
      3. 동아시아에서 지역 협력이 시급한 원자력 부문은 무엇인가?
      4. 결론: 탈원전 시대 원자력 협력의 중요성과 한국의 역할

1. 동아시아 원자력 협력의 필요성과 현황

  동아시아는 어느 지역보다도 핵 감수성이 높은 지역이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원폭 피해 지역(region)일 뿐만 아니라,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여전히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방사능 난민이 2017년 1월 기준, 8만여 명에 이를 만큼 핵의 두려움과 방사능 오염의 폐해가 일상화된 지역이다 (김선엽 2017).2) 다른 한편으로 동아시아는 탈원전의 길을 걷고 있는 세계 원자력 동향에 역행해 제2의 원자력 부흥기를 맞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중국, 베트남, 일본 등 이 지역에서만 향후 100기 가량의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가 지어질 예정에 있을 정도로 원자력 산업이 부흥하고 있다 (윤병세 2015). 특히 동북아시아에는 몽골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이 원전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원자력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지원은 지대하다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북한, 대만).

  그러나 정작 안전한 원자력 사용을 위한 논의가 동아시아 지역 차원에서 개진되고 있지 못하다 (조은정 2005, 2014; 김종선, 서지영, 호사 2012). 원자력 안전을 위한 지역 협력의 플랫폼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2008년에 시작된 원자력안전고위규제자회의(TRM, Top Regulators Meeting)가 2011년부터는 차관급으로 격상되고 2013년부터는 역내 참여국들을 확대하여 TRM+ 회의로 발전되었다 (윤병세 2015).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안전강화 정책은 여전히 개별 국가 차원 이상으로 논의가 발전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었다. 그 결과, 원자력의 수혜는 국경 안에서 폐쇄적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국경을 넘는 폐해는 아무도 온전히 책임지지 않는 형국이 되었다. 그렇다면 동아시아에서 지역 원자력 협력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부문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가? 

2. 왜 동아시아에서는 원자력에서 지역 협력이 활성화되지 못했는가?

  (1) 일국 중심의 핵/원자력 민족주의

  서유럽에서는 냉전 초기 미국 중심의 핵·원자력 거버넌스 질서가 형성되자 지역 차원에서 원자력 협력기구가 발족되었다 (예: EURATOM (European Atomic Energy Community), 1958~ ; ENEA (European Nuclear Energy Agency), 1958~ ). 이는 미국 중심의 핵·원자력 질서에 대항하기 보다는 일정 정도 서유럽의 지역적 자율성을 담보하면서 미국의 글로벌 핵 거버넌스를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Cho 2012). 민감한 부문에서 이러한 초국적 협력이 약 70년 전에 이미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서유럽에서는 근대국민국가 모델에 집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국가 주권이라는 것은 배타적 소유권의 문제가 아니라 공유될 수도 있다는 유연한 주권개념이 서유럽에서 민·군수 양용의 원자력과 핵물질에 대해서 공동생산, 공동소비, 공동관리가 가능하도록 기여하였다 (Cho 2012).

  이에 반해, 동북아 어느 국가도 근대국민국가 모델에 부합하는 완전 주권국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재성 2017), 베스트팔렌 모델에 입각해 상상하는 “완전한” 주권국가가 되기 위해 헌법과 역사, 국경선 변경과 같은 급진적인 현상변경을 꿈꾸거나 체제 우위를 강조하기 위해 과학기술 경쟁처럼 불필요한 국가 간 신경전으로 말미암아 지역 협력의 동력이 소진되고 있다 (조은정 2017). 즉, 동북아에서 번성하고 있는 과학기술 민족주의는 불완전 주권국가로서 갖는 존재불안(ontological insecurity)의 보상 기제로서 작동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이처럼 과학기술의 정치화로 핵은 전장(戰場)에서 보다 언설(言說)에서 실질적으로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계속해서 핵 주권주의에 집착하여 ‘경쟁’을 계속한다면 갈등에 봉착할 것이지만, ‘협력’을 계속하면 해결 방법 모색이 가능해질 것이다. 

  (2) 원자력 협력에 대한 회의적 시각

  흔한 질문 중 하나는 ‘탈냉전, 탈핵에도 불구하고 왜 원자력에 대한 연구 및 투자, 국제 협력이 계속 이루어져야 하는가?’하는 것이다. 2000년대 후반 미국에서 재등장한 회의주의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선의의) 원자력 협력이 (악의적) 핵기술 개발의 기초를 제공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 Fuhrmann 2008, 2009a, 2009b; Kroenig 2009a, 2009b, 2010, 2013). 워싱턴의 이 같은 우려는 탈냉전과 9.11을 거치면서 미국의 핵(비)확산에 대한 통제력 방패는 무디어진 반면, 소위 ‘불량국가’라고 하는 미국에 비우호적 국가들의 핵보유를 위한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우선, 냉전시대(양극체제)에는 소련과 나누어 각 진영별 핵 통제력을 높일 수 있었지만, 탈냉전시대(단극체제)에는 미국이 단독으로 핵확산 저지를 위한 선봉에 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조은정 2016). 또한 탈냉전 이후 ‘적의 적은 나의 우방’이라는 전략적 계산 하에 미국이 협력국의 국내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원자력협력관계를 맺은 결과, 미국의 양자 원자력 협력체제의 불안정성이 증가하였다. 냉전시대 공산권과 체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자유진영 국가들에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수호 목적으로 원자력 기술 수출을 지원했다면, 탈냉전 시대, 핵 통제력이 약화되고 전략적 카드로서 원자력 협력의 효용성 및 명분이 줄어들었으므로 국제 원자력 협력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것이 원자력 협력 회의주의자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과연 회의주의자들의 주장처럼 원자력 협력이 핵확산의 지름길이 되었는가? 첫째, 회의주의자들의 주장과 달리 핵확산이 이전시대 보다 오늘날이 더 우려할만한 수준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 9개의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들 중 7개국들이 냉전시기에 핵실험에 성공한 반면 (미국, 소련/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이스라엘, 인도), 탈 냉전기에는 2개국(파키스탄, 북한)만이 성공하였다. 그리고 이들이 핵무기 개발 성공에 이른 경로를 살펴보면, 모두 처음부터 원자력 개발과는 별도의 트랙으로 핵무기 개발을 정부에서 추진한 공통점이 있다. 둘째, 원자력 협력회의주의자들은 연구에서 핵 비확산에서 규범의 역할에 대해 일관된 결론 도출에 실패하였다 (조은정 2016). 만일 원자력 협력 회의론의 주장처럼 오늘날 핵 확산이 원자력 협력 때문이라면, 핵연료 공급과 원자력 산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어느 국가보다도 수많은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 온 미국은 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과 원자력 협력을 지속하고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조은정 2016). 오히려 미국과 양자 원자력 협정을 맺은 동맹국들이 핵 비확산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자력 협력이 핵 비확산에 기여할 것이라는 회의주의자들의 주장은 현재로서는 신빙성이 낮아 보인다. 

  (3) 원자력 지역 협력 논의의 편협성

  국제정치학의 이론적 편협성도 동북아에서 원자력 지역 협력의 걸림돌로 거론될 수 있다. 동북아 지역질서 조직 원리의 하나로 힘의 균형 원리가 자주 회자되지만, 정작 핵과 원자력 질서의 구체적 성격에 대한 논의는 빈약하다. 가령, 핵·원자력 질서가 단일한 결로 조직되어 있다고 흔히 가정되지만 다양한 층위로 구성되어질 수 있으며, 핵·원자력 질서를 이루는 요소들이 서로 배타적 경쟁관계에 있다고 이해되지만 일견 모순적인 질서들이 포괄적이고 복합적으로 구성될 수도 있다는 점은 주류 국제정치학에서 흔히 간과되는 지점들이다. 즉, 동아시아에서 핵질서는 복합적이다. “무정부적(anarchical)”이면서, “위계적(hierarchical)”이고, “패권적(forced)”이면서, “규범적(normative, voluntary)”이며, “경쟁적(competitive)이면서 협력적인(cooperative)” 관계가 “수직적(vertical)”인 동시에 “수평적(horizontal)”으로 나타날 수 있다 (Cho 2017). 따라서 단순히 냉전적 관습을 답습한다면, 여전히 동아시아는 한·미, 미·일, 한·일 양자 관계에 매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아시아가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이다. 이점에서 국제정치학 주류 이론에 내재된 지역협력의 소극적 속성을 인식하고 동아시아 지역 협력 논의를 활발히 개진할 수 있는 이론적 프레임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3. 동아시아에서 지역 협력이 시급한 원자력 부문은 무엇인가?

  (1) 안전한 원전 운전을 위한 효율적 자원 운용

  사고 시 지역 공동의 대응 프로토콜 개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평소의 안전한 원전 운영일 것이다. 원전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원전 운전 경험의 공유가 필요하다. 한국과 일본처럼 원전 선진국들은 신흥 원전국들에 검증된 원전 운전 노하우를 전수하고, 신흥 원전국들은 안전한 원전 운영을 위해 원전 연료의 확보와 제작, 운반, 장진, 제거, 냉각, 처분, 그리고 원전폐로 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하드웨어 관리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협력도 중요하다. 시뮬레이터 도입을 통해 운전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가장 효율적인 운전원의 복지 및 배치 방식(가령, 5조 3교대: 교육 1, 운전 3, 휴식 1)을 안착시키는 것과 같은 인적 개발에 대한 투자 역시 지역에서 공동으로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2) 원전사고에 대비한 손해배상제도 수립

  원전사고의 대응방법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TRM+와 같은 한중일 삼국 원자력안전규제기관 간 협력 체제를 통해 논의되고 있으나 원전사고 후 처리 비용에 대한 논의는 공론화되고 있지 못하다. 국제적으로는 중대 사고에 대비한 배상협약과 기금이 운용되고 있다. 유럽 OECD 회원국들의 경우는 파리협약(1960)과 손해배상기금 조성을 위한 브뤼셀보충기금협약(1963)을 통해 일찍이 피해 보상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두고 있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는 IAEA의 주도로 피해보상 협력조약(비엔나 협약 1963)이 체결되었으나 1997년에서야 비로소 손해배상기금조성을 위한 국제보충기금협약(CSC: Convention on Supplementary Compensation for Nuclear Damage)이 마련되었다. 이 같은 기금 조성은 사업자의 책임한도를 초과하는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미 국제적으로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다자 협약체에 의해 다각적으로 논의되고 제도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에서는 일본만 CSC에 가입되어 있고, 중국과 한국은 CSC에 미가입 상태이다 (2016년 기준). 중국 동부 해안가에 예정된 신규원전의 규모로 봤을 때나 주변국과의 지리적 인접성과 인구 밀도 등을 고려했을 때, 비엔나 협약에서 보장하는 총 배상 조치액의 규모를 훨씬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CSC에 가입하지 않는 한 나머지 손실에 대해서는 한국, 일본 등의 피해당사자가 중국의 원전사업자에 별도의 소송을 통하여 피해보상을 요구하여야 하며, 법적으로 중국 정부에 비엔나협약 보장 초과분의 보상책임을 묻기 어렵다 (정동욱 2016, 55). 

  만일 한중일 삼국이 모두 CSC에 가입한다면, 원전사고 시 CSC 기금의 50%까지 피해 인접국에 우선적으로 피해 배상금이 지불될 수 있으므로 동북아 삼국은 약 297억 원을 분담하는 대신 약 1100억 원의 배상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정동욱 2016, 55). 그러나 한국만 가입하고 중국은 여전히 미가입시, 260억 원을 기금조성에 지불하지만, 사고 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중국과는 별도의 소송을 통하여 피해보상을 요구해야하므로 한국의 단독 가입은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정동욱 2016, 55-56). 따라서 현재로서는 중국의 대규모 신규 원전이 가동되기 전에 조속히 한국이 중국과 CSC 동반가입을 성사시키는 방안이 최선책으로 판단된다(박기갑 2010). 향후 TRM+회의에서는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공조 아래 한국과 중국의 CSC 공동 협약 체결안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논의를 개진할 필요가 있다.

  (3) 포괄적인 지역협력협의체의 제도적 보완: 에너지 소비와 수요의 공동 조절

  원전 건설과 원자력 사용으로 발생하는 환경 비용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초국가적 논의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와 수요 예상의 실패로 인한 초과 생산 방지가 우선인데, 이를 위해서는 역내 에너지 수요와 공급의 균형 조절을 위한 지역적 차원에서의 협의가 시급하다. 현재 이러한 협의가 이루어질만한 플랫폼으로는 아시아지역포럼(ARF: Asian Regional Forum)과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가 있으나 에너지 전문기구인 IEA에는 중국이 미가입 상태이고, 지역체제인 ARF는 협상력이나 구속력 모두 중국을 포섭할만한 힘이 있는지 또한 강대국들이 과연 에너지 수급조절에 있어 자발적으로 리더쉽을 발휘할 것인지도 의문이다.3)

  현존하는 협의체들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첫째, 한국이 역외세력인 미국과의 양자관계에 지나치게 의존 혹은 편승하려고 하기 보다는 역내 다수 국가들과 보다 촘촘한 협력의 그물망 짜기를 다각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둘째, ARF가 외무 장관들 간의 회의체라고는 하지만, 유라톰의 예에서도 봤듯이 실제 그 협력 프로젝트를 구체화한 것은 장·차관급 정부 실무자들과 민간 전문가들이었다. 동시에 6개국의 상이한 이해관계에도 협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유럽통합의 이상을 공유한 국가 정상들의 정치적 결단 덕분이었다. 이 점에서 정부 실무자급회의(Track I)와 민간 전문가들 회의(Track 1.5)뿐만 아니라 ASEAN+3 과 같은 국가정상들 간의 회의를 정례화하려는 노력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 원자력안전을 위한 정상회의 조직에 핵안보정상회의(NSS: Nuclear Security Summit)가 유용한 참고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4) 이 경우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한 한국의 경험이 지역협력체 조직에 유용한 자원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4. 결론: 탈원전 시대 원자력 협력의 중요성과 한국의 역할

  왜 탈원전 시대에 원자력 협력을 논의해야 하는가? 첫째, 안전한 해체를 위해서 지역 협력은 필수적이다. 원자력 발전을 상대적으로 일찍부터 시작한 한국과 일본에서는 노후화된 원전의 폐기를 앞두고 있지만 이 지역에서 아직 해체 경험은 전무한 실정이다. 노후화된 원전의 해체는 당장 한일 두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신규 원전을 건설 중인 역내 후발 국가들에게도 닥칠 문제이기도 하다. 안전한 원전 해체를 위해서라도 공동의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둘째, 원자력에서 지역 협력의 경험은 중요한 동아시아 지역 협력의 자산이 될 것이다. 특히 구성원 모두의 생명과 직결된 원자력 안전 문제는 향후 지역 협력의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원자력 협력을 동아시아 지역의 전략적 자산으로 발전시키는 데 있어 어느 국가보다도 한국의 역할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원자력 기술자립국이면서, 또한 역내에서는 최초로 탈원전을 공포할 정도로 기술과 의식 모두에서 선도국이다. 내부적으로 원자력 사용의 명암을 직시하고 시민사회와 정부가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고 있다. 국제정치적으로도 미중, 미일, 중일 관계에서 균형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한국이 원자력 협력에서 이니셔티브를 쥔다면 미국 주도의 주류 핵질서의 저항도 최소화하면서 동아시아 지역의 자율성을 논의할 장을 마련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지역 원자력 협력회의에서 한국이 다음의 사안을 염두에 두고 논의를 개진한다면 동아시아 지역의 공진과 한국의 중요한 외교적 자산 마련에 기여할 것이다. 첫째, 지역 공공재로서 원자력 사용을 원전보유국과 비원전보유국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를 통해 와이파이와 방송수신위성처럼 사회 구성원 전체가 (원전사고의 폐해뿐만 아니라) 원자력 기술 개발의 혜택을 향유할 수 있도록 에너지 국경을 허물어야 한다. 둘째, 지역 원자력 협력의 범위는 원전 운영뿐만 아니라 원전 사고 시 원활한 손해배상과 복구를 위한 기금의 가입과 조성, 그리고 원전 해체 및 관리 부문으로까지 확대되어야 한다. 셋째, 원자력 지역 협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각국의 원자력/핵 기술의 지나친 정치적 도구화는 지양되어야한다. 동시에 주변국의 원자력 개발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외교 갈등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신뢰 구축노력, 협력의 제도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종래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양자 원자력협력관계의 프레임뿐만 아니라 다자 협력관계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을 시작해야한다. 한국은 핵안보정상회의와 TRM+ 등을 통해 축적된 핵안보와 원자력 안전 부문에서의 외교 경험으로부터 중일과 함께 아세안국가들, 핵개발야심국인 인도, 파키스탄, 러시아 그리고 역내 에너지 부족국들을 포함하는 원자력안전 및 지역 에너지 수요·공급을 포괄적으로 그리고 상시적으로 논의할 지역 협력회의체 조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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