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양국 협력을 위한 새로운 길을 열다, 동아시아연구원>

(슈테판 아우어 주한독일대사)

[편집자 주]

지난 3월 14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4기 내각이 공식 출범했습니다. 총선 이후 약 6개월 만입니다. 새 정부는 유럽통합 정책을 유지하는 한편, 당면한 국내외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기후변화, 인구변동, 보호주의 및 포퓰리즘 급증 등이 주요 국제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국가 간 협력이 중시되고 있는 바, 독일은 아시아 내 오랜 친선국가인 한국과의 협력을 보다 심화•확대하려 한다고 슈테판 아우어 주한독일대사는 강조합니다. 기존 협력 분야는 물론, 양국의 에너지 정책 방향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가 새로운 협력 분야로 떠오를 수 있다고 아우어 대사는 덧붙입니다.

[본문]

지난 3월 14일 앙겔라 메르켈(Angela Dorothea Merkel) 총리가 독일 총리로 재선출되었다. 이번은 총리로서 4번째 임기이자,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기사연-사민당의 3번째 대연정이기도 하다.

각 정부 부처별로 신임 및 젊은 연령대의 장관과 고위급 인사를 임명한 가운데, 독일 새 정부는 지난 몇 년간 금융 안정 및 경제 발전을 위해 추진했던 성공적인 정책을 유지하는 한편, 당면한 국내외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한다.

독일 정부는 유럽의 부흥과 사회적 통합에 중요한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추구해 나갈 것이다. 최근 새 연정 파트너들이 서명한 합의안의 초석이 된 것도 유럽연합이다. 성공적으로 통합된 유럽 안에서만 독일이 번영할 수 있다는 데에 연정 파트너들이 뜻을 함께 함에 따라, 합의안의 첫 장도 유럽에 관한 내용으로 시작한다. 독일은 열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인권의 엄격한 이행, 다자주의 등의 가치를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자유 시장 및 사회 정의의 중요성도 지켜나갈 것이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협력관계를 더욱 증진시켜 나갈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속성이 정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의 역동성을 활용하고자 함이다. 기후변화 및 인구변동을 비롯해 디지털화와 도시화, 보호주의 및 포퓰리즘의 급증, 보편적 가치에 위배되는 정부 행동, 규칙에 입각한 세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 및 기제 보호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도전사항에 대한 새롭고도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으로, 이러한 해결책은 전 세계 우방국들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독일의 가장 친밀한 협력국 중 하나다. 특히, 이번 연정 합의안에도 한국은 독일과 오랫동안 친선관계를 유지해 왔고, 앞으로도 이러한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국가로 명시되어 있다. 한국과 독일 양국은 민주주의 및 법치주의, 인권, 사회적으로 균형 잡힌 시장경제 등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물론 분단이라는 불행의 역사도 함께 말이다. 다만, 독일은 1989/1990년 통일이라는 예상치 못한 기회를 얻은 반면, 한국은 아직 통일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독일인들은 한국인들의 그러한 심정을 잘 알고 있으며, 한국이 언젠가 자유롭고 평화롭게 통일을 이루기를 바라고 있다.

이와 같은 양국의 주요 공통점은 정치적인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양국 국민들 간에도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하게 한다. 이러한 인간적 유대감은 양국의 역사에 깊이 그리고 강력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고종황제의 교섭통상사무협판을 지낸 독일인 뮐렌도르프(Paul George von Mollendorff)를 비롯해, 1960-70년대 양국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독일로 건너간 한국인 간호사들과 광부, 오늘날 뛰어난 클래식 음악가 및 축구 선수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사람들이 양국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었다.

한편, 위기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한-독 양국 간 협력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 줄 이슈로 다음 세 가지를 언급하고 싶다. 첫째, 위기 관리 및 갈등 해소, 범세계적 문제 해결의 핵심은 효과적인 다자주의에 있다. 한국과 독일은 중견국으로서 특히 국제 인권법을 포함한 국제법 준수를 위해 국제 기구 및 규율, 메커니즘에 의존하고 있다. 국가의 규모가 크던 작던 간에, 국가 간 일정 수준의 활동 범위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UN을 비롯해 지역협력기구인 EU와 ASEAN, 경제·금융 기구인 WTO와 IMF 등과 같은 국제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국제기구들이 특정 국가의 일방주의적 이니셔티브나 국가주의적 이해관계에 의해 도전을 받거나 경시될 때, 국제기구들이 규칙에 입각한 세계 질서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우리의 주요 관심사이다. 우리는 일례로 북한 핵 프로그램 관련 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이행함에 있어 긴밀히 협력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

둘째, 한-독 양국의 번영은 자유로운 물물교환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부가가치 사슬이 점차 세계화됨에 따라, 한-독 양국 기업들은 매우 긴밀이 연계되어 있고 얽혀 있다. 전 세계 다른 국가들과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유롭고도 규칙에 입각한 양자•다자 무역을 수호해야 한다. 한-EU 자유무역협정은 우리 기업들 간의 교류와 협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강력한 자산이다. 보호주의가 부상하고 있는 작금의 시기에 우리가 자유무역협정을 심화시키고 비관세장벽을 철폐함으로써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 실제 한-독 양국 기업 간의 직접적인 협력은 각기 기존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혁신을 도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기후변화와 믿을 수 있고 지속가능하며 적절한 가격의 에너지 공급은 한-독 양국이 협력 가능한 동시에 양측 모두에게 유익한 또 다른 분야이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해 화석 연료에 기반한 전통적 에너지 시스템을 탄소 중립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기술 부문에서 선두에 있다. 원자력 에너지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한편, 에너지 생산을 위한 화석 연료 사용도 절감하기 시작했다. 이는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재생 에너지가 점차 경쟁력을 얻고 있음에 따라, 'Energiewende' 라고 불리는 독일식 에너지 전환은 성공 사례가 되어 가고 있다.

더욱이 독일식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중요하지만 자주 간과되는 점 중 하나는 분산된 재생에너지 시설 구축이다. 이를 통해 지난 몇 년간 약 37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는데, 이는 원자력 및 석탄 에너지 분야에서 그간 창출된 일자리 수보다도 더 많은 수치이다. 독일은 또한 주변국에 에너지를 수출하는 순수출국이기도 하다. 특히, 재생에너지 증가 및 에너지 효율, 원자력 에너지의 단계적 감소 등의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의 에너지 시스템을 전환하려는 문 대통령의 결단은 양국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게 할 것이다.

이러한 모든 사례는 한-독 양국 간의 협력 증진이 모든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또렷이 보여준다. 독일 새 정부는 특히 한국과의 관계를 보다 돈독히 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 자, 이제 우리가 직면한 도전에 맞서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함께 힘을 모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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