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논평] 대북 특별사절단의 남북 합의 평가: 북핵 위협 관리와 남북 정치적․군사적 신뢰구축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SPN 서울평양뉴스 자문위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특사로 하는 특별사절단이 지난 3월 5일부터 6일까지 1박2일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조선로동당 및 국무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북핵 문제 및 남북관계 발전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합의에 도달했다.

청와대가 발표한 주요 남북 합의 내용은 4월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남북 정상 간 핫라인(Hot Line) 설치,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 천명, 북한의 미국과의 대화 용의 표명,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남한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의 평양 방문 초청 등이다.

이 같은 여섯 가지 합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이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만약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시험발사를 통해 ICBM 능력을 확보하게 되면 미 본토는 북한의 실질적인 핵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도가 약화되고 북한은 보다 대담하게 대남 도발에 나설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에 합의함으로써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중단시킬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한국 및 미국과의 타협이 가능하게 되었다.

두 번째로 중요한 합의는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였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한 점이다. 북한이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향후 북한과 미국 간에 북한 핵포기 문제에 대한 탐색적 대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세 번째로 중요한 합의는 북한이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한 것이다. 북․미 간에는 워낙 불신의 벽이 두터워 접점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북한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진행한다면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그만큼 덜 고려할 것이고 한반도에서 북․미 간의 갈등으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다.

네 번째로 중요한 합의는 4월말에 평양이 아닌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한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을 평양이나 서울이 아닌 제3의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중립적인 판문점에서 개최하기로 한 것은 남북정상회담의 형식에 대한 완전히 파격적이고도 실용주의적인 접근이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대결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에서 그것도 남측 평화의집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대담한 성격과 결단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1차 및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모두 평양에서 2박3일 일정으로 개최되었다. 그래서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이제는 북한이 답방할 차례라고 주장해왔는데 비록 서울은 아니지만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북한도 한국 내 여론을 어느 정도 수용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평양이나 서울에서 2박3일 일정으로 개최하려면 많은 비용과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판문점에서 개최하기로 함으로써 향후 필요할 때마다 남북의 정상이 수시로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해 실무회담을 개최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형식을 넘어선 실무정상회담이 가능해지면 남북단계도 그만큼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섯 번째로 중요한 합의는 남과 북이 군사적 긴장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간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하였으며,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첫 통화를 실시키로 한 점이다. 북한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그동안 군사 당국 간 핫라인 개설도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정상 간 핫라인 설치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이 이에 합의한 것은 그의 여동생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방남 기간 동안 남북한 지도부 간에 형성된 신뢰와 화해의 분위기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이 개통되면 오판으로 인해 우발적 군사충돌이 확전으로 연결되는 것을 막고 남북 정상 간 소통의 개선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북한은 평창올림픽을 위해 조성된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남측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의 평양 방문을 초청하기로 했는데 이 같은 교류는 남북 긴장완화와 화해에 기여할 것이다. 이처럼 체육과 예술 분야에서의 남북교류도 좋지만 남북이산가족의 상봉에 대해 합의가 계속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북한은 또한 대북 특별사절단에게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했다. 그런데 이 같은 ‘확약’은 남한에서 정권이 바뀐 후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번 대북 특별사절단 파견을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의 안정적 관리 및 한반도에서의 전쟁 방지와 정치적․군사적 신뢰구축으로 나아갈 수 있는 매우 중대한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의 안정적 관리를 넘어서서 북핵 폐기로 나아가는 길은 매우 험난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더라도 올해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지시한 것처럼 핵과 탄도미사일의 대량생산 및 실전배치를 계속 추진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원심분리기 제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동결하겠다고 밝혀도 현실적으로 완벽한 검증이 불가능하다. 또한 북한이 핵무기 폐기의 조건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 및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때 한국과 미국이 그것을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북한의 안보에 위협적인 것으로 간주하는데 한국과 미국은 이 훈련을 방어적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무엇인지에 관해 북․미가 과연 이견을 좁히고 한반도 비핵화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성급한 낙관적 전망은 금물이다.

한국정부는 북핵 문제의 전망과 관련해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청와대 내 북핵 T/F 구성을 더는 미루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북핵 T/F에는 정부의 북핵 및 대북 정책에 동의하는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동의하지 않는 전문가들도 포함되어 그 안에서 치열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정책들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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